[류청의 타인의 시선] 보낼 선수 보내자..K리그 '이적 셈법' 통째로 바꿀 때

조회수 2015. 7. 26. 11:2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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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단순화시켜 말하면 좀 정리가 쉬울 것 같습니다. 일본은 선수를 사람으로 생각하고, 한국은 선수를 소유물로 생각한다고 할까요."

2년 전, 한국의 유망주들이 K리그가 아니라 불확실성이 더 큰 J리그를 대거 선택하는 이유를 찾기 위해 취재에 나섰다가 들었던 말이다. 당시 한국과 일본을 오가면서 취재했는데, 이 말은 J리그 구단의 이적이나 계약에 대한 차이(분위기)에 대한 질문을 했다가 답으로 돌아왔던 것이다.

한-일을 오가며 일하는 이 관계자는 몇몇 한국 구단은 보유한 선수에게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구단이 나오더라도 선수를 쉽게 보내주지 않는다고 했다. 이적보다는 잔류에 무게를 둔다고 했다. 당장의 성적이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은 마음이 떠난 선수를 잡아봤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게 없다고 생각하고. 이적료 등으로 실리를 챙기려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당시 이 말은 기사에 쓰지 않고 가슴에 묻어 두었었다. 당시 가장 주된 주제가 이적이 아니었고,이적에 대한 리그 분위기라는 게 한 사람의 말만 듣고 쓸 수 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로 K리그에서 일어난 많은 이적, 구단과 선수 간의 다툼 그리고 계약관행 등을 취재하면서 당시 그 말이 아주 틀린 것만은 아니었음을 알게 됐다.

가장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은 몇몇 감정적인 대처였다. 팬들이 애정을 쏟았던 선수가 팀을 떠나려고 할 때 언짢아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팬은 선수에게 애정을 쏟았던 이들이다. 선수에게 실제로는 받은 게 없이 사랑을 주었기에 서운함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구단은 다르다. 구단은 실리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

이들이 내세우는 표면적인 논리는 "대체선수가 없다"라는 것이다. 일견 타당하다. 주전 선수가 떠난다고 할 때 바로 손을 들고 환영할 구단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축구에는 좋은 제도가 있다. 바로 이적료다. 해당 선수가 다른 좋은 선수를 영입할 수 있는 두둑한 이적료를 남기고 떠날 수 있는 상황에서도 계속 "NO"를 외치는 것은 과연 이해 받을 수 있는 행동일까?

실제로 과거에 이적한 몇몇 선수는 이적 과정에서 구단관계자로부터 "기분이 좋지 않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고백했었다. 선수가 이적료를 남기고 떠나겠다는데 구단관계자가 기분 나쁠 이유는 무엇일까? 구단은 실리를 챙기는 게 우선이다. 구단은 감정이 있는 인간이 아니라 사업체다. 이게 앞서 언급한 관계자가 말한 몇몇 한국 구단의 선수 인식이라고 해도 비약은 아닐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과거 K리그 현실에서 나왔다. 냉정하게 말하면 K리그는 돈을 벌지 못했고, 돈을 벌 의지도 강하지 않았다. 과거에는 사실 우승 혹은 라이벌보다 좋은 성적이 목표였었다. 그런 현실에서는 큰 이적료나 다른 가능성보다 우승이 더 중요했다. 우승으로 벌어들인 돈이 한 선수의 이적료보다 모자라더라도 말이다.

이 경향은 K리그 위기론이 대두될 때 가장 큰 문제가 됐었다. 구단이 모기업에서 법인으로 독립하고, 모기업들은 허리띠를 졸라 메는데도 구단들은 실리적인 부분보다 우승을 더 높은 순위에 뒀다. 입장수입과 광고수입으로 현실적으로 구단을 운영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가장 큰 수입원은 이적료다. 그런데 이것보다는 우승해서 모기업에 더 많은 지원을 받는 것을 우선순위에 뒀다.

희망적인 것은 이제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에는 한국프로축구연맹차원에서 마케팅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고 구단들도 바뀌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감을 가지고 있다. "연봉공개가 선수유출을 부추기고 있다"는 볼멘소리는 잦아들었고, 선수들의 이적료를 실리적으로 사용하는데 골몰하는 구단이 더 많아졌다.

이러한 전환이 찾아왔음을 가장 확실히 알린 사건은 바로 에두의 이적이다. 에두는 전북현대가 K리그 클래식과 아시아축구연맹(A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위해 영입한 비장의 카드였다. 에두는 그 기대에 확실히 부응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북은 허베이종지의 약 45억 원(추정치)의 이적료에 바로 "YES"를 외쳤다.

이어 나온 최강희 감독의 발언은 다분히 실리적이었다. "에두의 이적료를 다 써도 좋으니 좋은 공격수를 영입하겠다"라고 말했다. 최 감독은 애써 영입한 선수를 6개월 만에 다시 보내는 것을 안타까워했지만, 에두가 남긴 이적료를 써서 팀을 리빌딩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런 의지는 바로 결실을 맺었다. 우르코 베라와 이근호(임대)를 영입했다.

많은 이들이 한국이 네덜란드리그와 같이 선수를 키워 빅리그에 파는 리그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이미 우리는 그러한 상황이다. 중국과 중동은 압도적인 자금력으로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겨냥하고 있고, 일본은 탄탄한 내실을 매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냉정하게 K리그의 장점은 경기력 뿐이다. 그렇다면 선수이동의 흐름은 뻔하다.

이 상황이 불편하지만, 실리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이게 기회일 수도 있다. 구단이 모기업에 비상식적인 중국과 중동의 씀씀이를 따라가달라고 외칠 때가 아니다. 이들의 자금력을 역이용해 리그와 팀을 매력적으로 리빌딩해야 한다. 다른 리그에서 아무리 돈을 많이 줘도 선수들이 잘 떠나려 하지 않는 리그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선수 유출에 대한 극단적인 고민을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많은 이들은 중동이나 중국으로의 선수유출을 걱정하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이들이 노리는 것은 국가대표급이다. 중국에서 뛰는 한국선수를 보라. 이제 몇 명 남지 않았다. 중국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중국을 우습게 보면 안 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가대표급 선수 10여명이 K리그에 없다고 해서 리그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말하면, 그게 바로 K리그에 대한 폄하다.

K리그는 이제 과거의 셈법을 완전히 버려야 한다. 선수유출에 대한 우려를 완벽하게 지우지는 못하겠지만, 선수 이적에 실리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현 상황에 맞는 적정한 이적료에 대한 연구와 언제라도 영입할 수 있는 대체 선수 확보에 열을 올려야 한다. 최근과 같은 돈의 흐름에 기분을 내세우며 저항만하면, K리그의 경쟁력은 더 떨어질 수도 있다. 실속을 찾으면서 내실을 다져야 할 때다.

글= 류청 풋볼리스트 취재팀장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전북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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