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예의 MLB현장] 밀워키 라인업에 한글 '강정호'가 쓰인 이유, 'Respect'

조회수 2015. 7. 21. 14:48 수정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사진으로 보는 취재 뒷이야기

# 01. 강정호에게 집중되는 현지 언론, '진짜 기회는 지금'

2015년 메이저리그 후반기가 시작됐습니다. 피츠버그의 첫 상대는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최하위 팀인 밀워키. 전반기 마지막 시리즈에서 지구 1위 세인트루이스를 상대하면서 끈질긴 집중력으로 명승부를 펼쳤던 피츠버그였기에 밀워키전 역시 기대를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스윕'

비록 팀은 스윕을 당했지만, 강정호는 첫날 경기에서 깔끔한 솔로포를 날렸습니다. 시즌 5호 홈런을 후반기 시작과 함께 알린 것입니다. 두 번째 경기에선 더블 스위치로 인해 이른 교체가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시리즈 마지막 경기에선 머서의 부상으로 유격수로 수비 위치를 이동했고, 허들 감독은 강정호가 그 자리를 계속 맡게 될 것을 알렸습니다. 팀에게는 악재지만 강정호에겐 또 한 번의 기회가 찾아온 것입니다.

첫날 홈런을 날린 강정호 역시 밝은 미소를 하고 있었습니다. 비록 팀이 승리를 놓쳤지만, 강정호에겐 희망적인 출발이었던 것. 강정호 역시 "올스타 브레이크 때 잘 먹고, 푹 쉬었다."며 컨디션 조절이 잘 되었음을 알렸습니다.

첫날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던 강정호는 둘째 날 경기에서도 밝은 모습을 유지했습니다. 1회 상대팀 수비가 허술함을 보였고, 이를 틈타 피츠버그는 3득점을 올리며 순조로운 출발을 했습니다.

홈런을 날리고도 좀처럼 밝게 웃지 않는 강정호가 워커의 득점에 환하게 웃으며 장난스러운 행동을 취합니다.

득점 올리고 더그아웃에 들어온 워커를 향해 어퍼컷 세레모니를 3~4차례 반복합니다.

바로 워커의 자신감 충만한 이 모습을 따라 한 것입니다. 첫날 경기에서 홈런을 날리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던 만큼 두 번째 경기에서도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었던 강정호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1회에만 3득점을 하며 승리를 쉽게 거머쥘 거로 생각했던 피츠버그.

하지만 두 번째 경기는 생각처럼 쉽게 풀리지 않았고, 허들 감독은 이날 경기를 "크레이지 게임"이라고 한 마디로 압축했습니다. 경기를 앞둔 25분 전, 피츠버그는 갑작스레 선발을 교체했습니다. 프란시스코 리리아노가 선발로 나설 예정이었지만, 목 통증으로 경기를 취소한 것. 리리아노 대신 선발로 마운드에 오른 밴스 월리는 4이닝 7피안타 1볼넷 4탈삼진 5실점(4자책)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가야만 했습니다. 갑작스러운 선발 교체가 경기의 흐름을 바꿔 놓은 사례입니다.

강정호도 5회 공격을 마치고, 이른 교체에 아쉬움을 맛봐야 했습니다. 2타수 1안타 1볼넷 1삼진을 기록하고 교체된 강정호는 "타격감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교체는 어쩔 수 없는 일. 내가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이다."고 담담하게 말했습니다.

허들 감독은 강정호 교체에 대해 "수비 때문에 교체한 건 절대 아니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는데,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단순한 더블 스위치였다. 구원 투수에게 2~3이닝을 던질 기회를 주기 위해 타순을 바꿀 필요가 있었다. 강정호의 수비와는 전혀 관련이 없고, 무조건 매번 이닝에서 마지막 아웃을 받은 선수를 교체했다."

그리고 밀워키와의 세 번째 경기에선 팀에게는 악재지만 강정호에겐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2회말 무사 1루에서 린드의 유격수 땅볼 때, 2루 진루를 시도하는 고메즈에게 유격수 머서는 태그아웃을 시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심한 충돌이 일어났고, 머서는 왼 다리를 붙잡고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습니다.

바로 앞에서 그 상황을 지켜봤던 강정호는 "평소 고메즈가 거친 플레이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번에도 조금은 과하게 들어온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허들 감독은 "야구일 뿐이다."며 고메즈의 플레이에는 큰 문제가 없음을 알렸습니다.

강정호는 머서가 카트를 타고 나가는 순간까지도 걱정스럽게 그를 바라봤습니다. 그 고통이 얼마나 큰지를 그대로 느꼈기 때문입니다.

허들 감독은 곧바로 강정호를 유격수 자리로 옮기고, 3루수에 로드리게스를 투입했습니다.

경기가 끝난 후, 진행된 허들 감독과의 인터뷰에선 머서의 부상과 강정호의 유격수 자리가 현지 기자들에게 가장 큰 관심이었습니다. 현지 기자들은 집중적으로 이를 물었고, 허들 감독은 "당연히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강정호는 믿을만한 유격수이다. 예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손과 다리의 움직임이 좋다. 송구 능력도 뛰어나다. 지켜봐야 할 것은 경기 분량이다."고 말했습니다.

허들 감독은 머서의 부상이 있기 전, 그러니까 경기 전에 가진 인터뷰에서도 "강정호를 선발 투입한 10경기를 지켜보겠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지속적인 선발 기용 시 강정호의 체력과 집중력을 보겠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허들 감독과의 인터뷰를 마친 현지 기자들은 강정호 라커 앞에 또다시 모였습니다. 허들 감독은 유격수로 강정호를 지목했고, 이와 관련해 강정호의 입장도 듣고 싶었던 것입니다. 허들 감독과 강정호의 입장을 들어 본 현지 언론들은 하나같이 주전 유격수로 강정호를 지목하고 있습니다.

28경기 만에 유격수를 맡았던 강정호는 "오랜만에 유격수 위치에 서게 됐는데, 처음엔 어색했다. 요즘 3루 수비 훈련만 하다 보니 어색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1~2회 지나니 괜찮아졌다."고 말하며 "빈자리를 누군가는 채워야 하고, 잘 메워야 한다. 나도 어느 정도 (유격수) 생각을 하고 있다."며 주어진 기회에 좋은 플레이를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알렸습니다.

머서는 정밀검진 결과 종아리 타박상에 무릎 인대를 다쳐 약 6주 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 02. 밀워키 라인업에 한글 '강정호'가 쓰인 이유, 'Respect'

밀워키 전에서 특이한 한 가지가 있었습니다. 밀워키 더그아웃에 붙여진 라인업 카드에서 한글을 발견한 것입니다. 또렷하게 한글로 '강정호'라는 이름이 올라가 있는 것. 이를 특이하게 본 중계 카메라도 클로즈업해서 라인업 카드를 화면에 담았습니다. 피츠버그도 아닌 밀워키에서 왜 강정호의 이름이 한글로 쓴 것일까?

궁금했습니다. 왜 한글로 썼을까. 어떤 의미가 담긴 것일까. 라인업 카드를 떼어 클럽하우스로 들어가려는 코치에게 물었습니다. "한글로 강정호를 썼는데, 이유가 궁금하다."고 물으니, 밀워키 벤치 코치 제리 네론(Jerry Narron)은 한 단어로 말했습니다. 'Respect'.

이어서 그는 "우리는 강정호가 한국에서 왔다는 사실을 알았고, 그는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이자 메이저리그의 훌륭한 선수다. 그가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기에 충분하고, 이런 선수에 대한 존중의 마음으로 한글을 사용했다."고 전했습니다.

밀워키는 한국에서 온 강정호에게 존중하는 마음을 담아 한글을 사용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Respect'란 단어가 피츠버그 구단과 팬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날이 오길 기대해 봅니다. 해리슨의 빈자리를 잘 채워줬듯 머서의 빈자리를 다시 한 번 훌륭하게 메워 박수받고, 존경받는 해적 강정호 말입니다.

P.s 여기에서 Respect는 존경보다 존중으로 해석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존중으로 정정합니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