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차현의 스포츠 On Air] 헬리캠의 시대

조회수 2015. 6. 11. 08:5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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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9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는 IBC라고 불리는 국제방송장비 전시회가 열린다. 각국의 다양한 업체가 참여해 진보된 기술을 뽐내는데, 대부분 기술장비를 시연하는 대상은 역시 스포츠다. 축구나 야구 등의 스포츠 중계에서 어떻게 발전된 기술을 접목시킬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보여주며 방송사 혹은 바이어들에게 어필을 하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약 2년 전 암스테르담을 찾았을 때의 화두는 단연 4K였다. 4K는 쉽게 말해 고화질의 HD를 4배 이상 더 선명하게 구현하는 방식인데, 따라서 4K로 제작된 화면은 4배까지 확대를 해도 선명한 HD의 화질을 유지할 수 있다. 특히 당시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앞둔 시점이라, 4K 제작 방식에 대한 관심이 꽤 높았다.

사실 스포츠는 방송기술의 진보를 가장 뚜렷하게 드러낼 수 있는 장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대규모 스포츠 행사를 기점으로 방송기술은 항상 진일보해왔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전후해 등장한 슈퍼슬로 카메라는 초당 90프레임을 구현해내는 장비로 일반적으로 우리가 보는 화면이 초당 30프레임이니, 속도를 3분의 1로 줄여도 깨끗한 화질로 시청이 가능하다. 2002 한일 월드컵때 김남일이 수많은 여심을 흔들었던, 잔디에 쓰러졌다가 고개를 들며 인상을 찌푸리던 바로 그 장면이 슈퍼슬로 카메라로 잡은 화면이다.

이후 초당 300프레임까지 구현 가능한 초고속 카메라가 등장했지만, 화면이 어둡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리고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 즈음에 이 단점을 보완한 울트라 슈퍼슬로 카메라가 등장했다. '울트라'가 붙은 만큼 어마어마한 성능의 향상이 이뤄졌는데, 화질의 차이 없이 맑은 날은 최대 1500프레임까지 구현이 가능하다. 투수가 던지는 공의 실밥이 보이거나 방망이가 부러지는 파편이 생생하게 드러나는 화면, 또 공을 찰 때 잔디가 낱낱이 흩어지는 모습 등이 이런 특수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이다.

LTE기술의 발전도 스포츠 중계에 영향을 줬다. 흔히 마라톤을 중계를 보면 헬리콥터에서 잡은 마라토너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때 헬리콥터는 단순히 촬영을 하는 역할도 하지만 42.195km라는 넓은 범위를 생중계하기 위해 먼 거리에서도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는 신호 중계지점의 역할도 하고 있다.

때문에 과거에 마라톤 생중계를 위해서는 헬리콥터가 반드시 필요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LTE 망을 활용해 먼 거리의 신호를 실시간으로 받을 수 있게 됐고, 이제는 헬리콥터를 띄우지 않고서도 생중계가 가능해졌다. 비용이나 인력적인 부분에서 상당한 절감효과가 있었다.

최근의 화두는 '드론'으로 알려진 헬리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헬리캠은 다큐멘터리나 예능 프로그램에 종종 사용되곤 했는데, 특히 여행과 관련된 예능 프로그램에서 빠질 수 없는 아이템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높은 곳에서 생생히 보여주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스포츠 중계에 접목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필요했다. 무엇보다 안전이 가장 큰 문제였다. 프로스포츠가 열리는 곳은 수만 명의 사람이 밀집되어있는 곳이고 만에 하나 헬리캠이 경기장 안으로 떨어진다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개개인이 갖고 있는 휴대폰 등의 각종 전자장비가 다양한 전파를 만드는데, 이게 헬리캠의 주파수를 방해할 경우 원하는 방향으로 작동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문제도 있었다. 차츰 이런 부분이 해결되면서, 최근 스포츠 중계에 본격적으로 헬리캠이 사용되고 있다.

물론 아직 풀어야할 문제가 많다. 헬리캠을 띄우기 위해서는 다소 까다로운 허가절차를 거쳐야 하고, 군사지역 등의 문제로 아예 띄울 수 없는 장소도 있다. 또 일몰 전까지로 촬영이 제한되기 때문에 야경을 담을 수 없는 부분도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헬리캠은 대단히 유용한 아이템이다. 무엇보다 시원한 '풀샷'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아주 매력적이다. 사실 스포츠 중계에서는 항상 풀샷에 목말라있는데, 그러다보니 높은 크레인을 세우기도 하고 근처에 있는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기도 한다. 대전의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의 경우, 풀샷을 찍기 위해 경기 중 근처 보문산에 카메라를 들고 직접 올라가 야구장을 찍기도 한다. 그러나 헬리캠의 도입으로 이런 고민들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게다가 가격까지 저렴해, 여러모로 혁신적인 촬영 장비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한화와 삼성의 KBO리그 대구 경기에도 헬리캠이 동원됐다. 대구 시민야구장은 올 시즌을 끝으로 더 이상 KBO리그가 열리지 않는다. 이제 세월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오래된 야구장. 그리고 그 모습을 첨단장비가 촬영하고 있으니 꽤 아이러니하다. 하늘에서 헬리캠으로 바라본 대구시민야구장의 여름 풍경이 제법 고즈넉하다.

글=박차현(MBC스포츠플러스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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