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우의 1S1B] '비 없는 우천 취소, 어찌 해야 할까요'

조회수 2015. 6. 9. 10: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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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천 취소. 한국 프로야구에서 이 처럼 팬들과 현장의 반응이 엇갈리는 분야는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현장은 언제나 우천 취소를 반긴다. 과장을 좀 보태면 상대 팀 선발이 최약체가 걸리는 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찍 집에 가도 된다는 허락이 떨어지는 것을 늘 반긴다.

팬들은 다르다. 야구 없는 저녁(혹은 낮)을 견디는 것이 매우 힘겹다. 꼭 야구장을 찾지 않더라고 그렇다. TV앞에서 3시간 여 동안 긴장하고 있을 준비를 다 마쳐 놓았는데 취소되는 경기는 슬픔 그 자체다.

현장은 이런 팬들의 마음을 잘 모른다. 아니 거의 생각도 하지 않는다.

하긴, 팬이 되어 야구를 기다려 본 적이 거의 없으니 팬이 얼마나 야구를 원하는지 알지 못하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다. 우천 취소를 반복되는 일상에 선물처럼 내리는 휴식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코치 출신 한 해설 위원은 "선수나 코치를 하며 우천 취소가 반갑지 않았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방송사 소속이 되고나니 사정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다. 시청률이 보장된 1순위 경기가 취소라도 되면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가 되더라. 우천 취소를 팬들이 괴로워 한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불과 1년 사이 비를 보는 내 마음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털어놓았다.

지난 5일 사직 롯데-KIA전. 전통의 라이벌이자 5할 승률을 놓고 치열한 다툼을 예고했던 두 팀의 경기가 취소됐다. 팬들의 비난이 빗발쳤다. 5시쯤엔 해가 떴다는 현장 증언들이 속속 올라오자 비난의 수위는 더욱 높아졌다.

현재 경기 전, 우천 취소 권한은 경기 감독관 1인에게만 주어져 있다. 두시간 전에는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돼 있다.

팬들은 최소한 경기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기다려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30분 정도 지체되는 것 까지도 충분히 기다릴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현장의 반응은 다르다. 어차피 취소가 될 것이라면 빨리 결정을 내려주는 것이 좋다는 입장이다. 다음 경기를 준비할 수 있는 여유를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 시작 시간까지 기다리다 취소가 되면 당일 선발 투수는 최소 이틀 정도는 등판이 미뤄져야 한다. 이미 경기에 나갈 몸을 다 풀었기 때문이다. 체력적으로 이틀 연속 대기는 힘들다.

야수들도 다르지 않다. 훈련을 끝낸 상황에서 취소 된 경기는 체력적으로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비 예보가 내려져 있다면 빠른 취소가 이후 경기력에 좋은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제는 어떻게든 이 간극을 줄여야 하지 않을까. 비를 맞으면서까지 야구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비가 그친 땅 위에선 야구를 하려는 최대한의 노력을 팬들은 원하고 있다. 그것이 어떻게든 일상을 이겨내고 짬을 내 숨통을 틔우고 픈 팬들에 대한 예의라고 여기고 있다.

SBS스포츠 채널의 야구 프로그램인 주간 야구는 이에 대해 몇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경기 감독관의 마음(?)에 따라 결정되고 있는 현행 제도에 대한 개선 방안을 나름의 의견을 모아 정리해 밝혔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1.추후 비예보가 있을 시 없을 시를 구분하자. 비 예보가 없을 때는 조금 더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2.경기 개시 여부는 하는 걸 기본으로 하자.3.당일 해당 지역 강우량을 지역 기상청 통해 공급받고 천연잔디와 인조잔디에 따라 취소 기준을 정해 보자.4.기준 강우량 미달시 복토 최선 다한다.5.취소 여부 결정에 대한 더블 체크 시스템 도입(경기 감독관의 전권도 중요하지만 확인할 수 있는 부분(서울의 KBO 관계자 등) 필요하다. 감독관은 취소 이유를 설명한다.)

1S1B도 주간야구의 제안에 상당부분 동의한다. 특히 경기 감독관 1인의 결정이 아니라 종합적 판단을 할 수 있는 또 다른 주체가 있어야 한다는 부분은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감독관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상황에서 맘대로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팬들의 불신을 씻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제 우천 취소는 단순히 비 오는 경기의 연기를 뜻하지 않는다. 프로야구에 대한 신뢰의 문제가 됐다. 더 이상 논의를 미뤄선 안된다. 지금이라도 머리를 맞대고 신뢰 회복을 위한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

물론 경기력 향상을 위해 분명 여유 시간이 필요하다는 현장의 입장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더 이상 신뢰가 무너져서는 안된다는 것이 1S1B의 판단이다.

1S1B [열린 결말]은 이에 대한 팬들의 고견을 기다리고자 한다. 보다 합리적이면서도 효과적인 아이디어가 있다면 댓글을 통해 뜻을 전해주시길 바란다.

#덧붙이기 : [열린 결말]은 말 그대로 결말이 열려 있는 칼럼입니다. 제 생각만 옳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반론도 좋고 제 의견에 힘을 실어 주셔도 좋습니다. 여러분의 댓글을 반영해 다음 칼럼을 써 볼까 합니다. 적극적이고 좋은 의견 많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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