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예의 MLB현장] 추신수가 결장한 진짜 이유, '강정호가 타석에 올라야 하는 이유'
한국시각으로 지난 9일 오클랜드 오클랜드 콜리세움에 도착하자마자 반가운 얼굴과 마주쳤습니다.
"어! 안녕하세요? 멀리까지 오셨는데, 어쩌죠. 오늘 안 뛰는데.. 하하하"
기자가 안부를 묻기도 전에 먼저 말을 건넨 추신수는 '나 컨디션 좋아요'라고 간접 표현한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결장 이유를 묻지 않을 수는 없는 터. "선발에서 빠진 이유가 건강상의 문제인가요?"라는 질문을 던지자마자 추신수는 "지금 (몸 상태) 정말 좋아요"라며 웃습니다. 더는 팔의 상태는 어떠냐, 발목은 괜찮으냐를 캐묻지 않아도 될 만큼 좋아 보였습니다.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을까. 팀의 핵심 전력인데. 미국 취재진들 역시 이같이 변화된 라인업에 관심을 보였고, 몇 가지 추측하기도 했습니다.
'좌완에 약하기 때문에 피했다. 감독이 플래툰 시스템을 적용하려 한다. 부상 후유증이 아직도 남아 있다'가 대표적인 추측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날 상대 선발로 마운드에 오른 스캇 카즈를 상대로 16타수 6안타(1홈런) 타율 0.375를 기록하고 있는 추신수가 피할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무엇보다 '건강한' 추신수가 상대 선발에 따라 경기를 출전 여부를 결정할 선수가 아니라는 것.
선발 라인업엔 이름을 올리지 않았지만,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던 추신수는 훈련 내내 밝은 미소를 잃지 않았습니다.
정규리그가 시작되기 전, 스프링 캠프를 마무리하는 날 추신수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5년 전 몸 상태로 돌아갔다는 건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올 시즌 기대된다"
그렇다면 시즌 초반 2경기밖에 뛰지 않은 팀의 핵심이 선발에서 제외된 이유는 뭘까.
추신수는 그 이유를 "좋은 공을 타석에서 직접 경험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누구에게? 후배들에게 말이죠. (후배 선수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말이 플래툰 시스템을 구축하려 한다는 말로 와전이 된 것 같습니다.)
"어제 배니스터 감독이 먼저 물어오더라고요. 지금 난 이런 생각(시즌 초반에 좋은 경험을 후배들에게 시켜주는 것)을 하고 있는데, 추의 생각은 어떠니?라고 말이죠" 추신수는 이미 감독과 이야기를 나눈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상대 선발 스캇 카즈는 정말 훌륭한 좌완이잖아요. 이런 선수들의 공을 직접 경험하고, 느껴야 성장하는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시즌 초반이기에 시도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했고, 전혀 문제 될 것 없이 오케이했죠"
후배에게 좋은 투수를 상대할 기회를 주겠다는 의미에서 제외됐다는 말을 전하면서 메이저리그 첫 무대를 밟은 강정호 선수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왔습니다.
"강정호 선수도 마찬가지 같아요. 이제 시작이니 타석에 많이 오르고, 많은 투수의 공을 직접 보고, 경험하면 큰 도움이 될 거에요. 그냥 벤치에서 경기를 보는 것보다 타석에 올라 실제 경험하는 게 큰 도움이 되거든요. 기회를 많이 줘야죠"
신인 감독 배니스터는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그 방향을 잡아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선수를 기용하고, 선수의 타순에도 변화를 주겠다는 것이 그의 계획입니다. 또한, 162경기를 치러야 하는 일정을 마라톤에 비유하며, 한순간만을 보고 가지 않을 것을 알렸습니다.
하지만 이날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선발에서 제외된 추신수는 교체 투입은 될 수 있음을 시사했지만, 그 기회조차 오지 않았습니다. 점수 차가 많이 나는 상황에서 굳이 투입될 이유가 없었습니다.
계획이 모두 성공적일 수는 없지만, 경기 내내 감독의 얼굴에는 근심+절망+아쉬움이 가득했습니다. 결과는 0-10 완패.
다음날 추신수는 시즌 첫 홈런포를 스리런으로 장식하며 추추트레인이 본격 가동됐음을 알렸습니다.
전날 경기(오클랜드와의 3차전)에서 어이없는 실책이 많아 관중들에게 조롱을 당하기도 했던 프린스 필더는,
'오 하늘이시어'와 같은 주문을 외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승리가 간절했고,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추신수도 경기에 앞서 많은 생각을 하고, 고민했던 건 마찬가지. 하지만 고민의 종류는 달랐습니다.
내 모자는 왜 내 머리에 맞지 않을까?
오도어의 모자와 비교를 해봐도 다를 게 없는데, 모자를 쓰면 귀가 눌린다며 고민 아닌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여유 있게 경기를 준비한 추신수는 1회 무사 1루에서 타석에 오른 추신수는 우전 안타를 기록했고, 프린스 필더 타석 때 득점까지 올렸습니다.
그리고 4회 초 마수걸이 홈런이 드디어 터졌습니다. 그것도 통쾌한 스리런.
오클랜드 선발 켄들 그레이브맨의 낮은 슬라이더를 받아친 추신수의 마수걸이 홈런은 메이저리그 개인 통산 10호 스리런이기도 합니다.
체력적인 면에서 최고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한 추신수는 시즌 첫 홈런을 터트렸고, 멀티 히트까지 기록했습니다. 이제 겨우 오프닝 시리즈를 마쳤을 뿐이지만, 출발이 좋습니다.
"우승! 정말 우승을 꼭 하고 싶고, 시즌을 함께 시작한 선수 모두가 부상으로 인한 이탈 없이 건강하게 시즌을 마무리하는 것. 시작할 때와 끝날 때 같은 선수들과 함께 웃었으면 좋겠다" 추신수가 말한 올 시즌의 목표이자 바람입니다. 이제, 그 목표를 향해 경적 소리 크게 내며 달려가는 일만 남았습니다.
시즌이 끝날 때까지 '제일 쓸데없는 걱정이 건강한 추신수 걱정'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기를, 그만큼의 활약을 펼쳐주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