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jury Time-소란스럽지 않게 발전하고 있는 윤덕여호

조회수 2014. 11. 21. 16:1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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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본디 요란한 성장보다 조용한 발전이 무서운 법이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자신을 갈고닦은 실력은 쉽게 무너지거나 사라지지 않는 까닭에서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여자 국가대표팀(여자 A대표팀)을 보면 소란스럽지 않고 조용하게 발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세상의 관심이 적어서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실제로도 윤 감독과 그의 제자들은 부산떨지 않고 조용하게 한국 여자 축구를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

여자 A대표팀은 지난 18일 밤(한국 시각) 대만 타이베이 시립운동장에서 열린 2015 여자 동아시안컵 예선 최종전에서 홈팀 대만을 2-0으로 꺾고 3연승으로 대회를 매듭지었다. 앞서 열린 두 경기에서도 모두 승리한 한국은 이로써 예선 성적 3전 전승으로 내년 8월 1일부터 중국 우한에서 열리는 여자 동아시안컵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아울러 예선 3경기에서 26골을 넣고 한 골도 내주지 않는 완벽한 경기력까지 선보이며 점점 강해지고 있는 한국 여자 축구를 확인시켰다.

2014년 한 해 여자 A대표팀이 일군 성과들을 살펴보면 참으로 대단했다. 남자 A대표팀에 비해 세상의 관심이 적어 덜 알려졌을 뿐, 그녀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착착 해냈다. 먼저 지난 5월 베트남에서 열린 2014 AFC(아시아축구연맹) 여자 아시안컵에서는 4위에 입성했다. 내년 캐나다에서 열리는 2015 FIFA(국제축구연맹) 여자 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따낸 것이다. 2003년 미국에서 열린 4회 대회 이후 12년 만의 본선에 진출이자, 한국 여자 축구 역사상 두 번째로 여자 월드컵 본선을 밟게 된 것이다.

지난 10월 막을 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동메달을 획득했다. 비록 준결승전에서 만난 강호 북한에 연장 후반 종료 직전 통한의 결승골을 허용해 무릎을 꿇었으나 조금도 부끄럽지 않은 패배였다. 아울러 2010년 중국 광저우에서 열렸던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동메달을 획득하며 한국 여자 축구가 참 많이 성장했음도 입증했다. 한 가지 더 첨언하자면 윤덕여호는 박은선과 지소연 등 팀 전력의 절반을 제대로 가동할 수 없었음에도 동메달을 획득했다. 큰 박수가 아깝지 않은 결과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가장 최근 참가한 2015 여자 동아시안컵 예선에서도 호성적으로 대회를 마감했다. 3전 전승에다 26득점-0실점이다. 그야말로 완벽한 결과다. 사실 이번 대회에서 이렇게까지 잘할 줄 몰랐다. 괌이나 홍콩이 워낙 약체라 본선 티켓은 딸 것으로 기대했으나 한두 번 위기는 겪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대만에서 열린 원정 대회였고, 무엇보다 우리 선수 대부분은 WK리그 등을 끝낸 직후라 체력이 바닥이었다. 그래서 자칫 잘못하면 크게 고전할 수도 있다고 여겼다.

그러나 아니었다. 윤덕여호는 약한 상대에는 대량 득점(괌전 15-0 승, 홍콩전 9-0 승)으로 확실한 우위를 보였고, 전력 차가 크지 않은 상대를 맞아서는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실효(대만전 2-0 승)를 거두는 데 성공했다. 특히 최종전 대만전에서는 상대 홈팬들의 압도적 응원 속에서도 전혀 굴하지 않았다. 이는 경기력 자체뿐만 아니라 국제 무대 적응력도 상당 수준까지 올라왔음을 입증한 것이다. 어쩌면 앞선 두 경기 대승보다 대만전을 무실점 승리로 매듭지은 것에 더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여자 아시안컵부터 여자 동아시안컵 예선까지, 윤덕여호는 올해 치른 세 개의 중요한 대회에서 모두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물론 아직 '아시아 정상'으로 도약하진 못했다. 그러나 일본과 북한 등 아시아에 있는 나라들이 여자 축구계 세계적 강호고, 우리가 본격적으로 여자 축구를 육성한지 얼마 되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이마저도 고마운 결과다. 무엇보다 2010년 FIFA U-17 여자 월드컵 우승과 FIFA U-20 여자 월드컵 3위의 성과를 잘 키워나가고 있는 것 같아 다행스럽고 뿌듯하다.

한국 여자 축구가 이처럼 소리 없이 강해지고 있는 가장 큰 원동력 중 하나는 윤 감독의 온화한 리더십이다. 윤 감독은 2012년 12월 여자 A대표팀 감독에 부임한 후 2년 가까이 팀을 지휘하고 있는데, 특유의 온화한 성품과 전술적 유연함으로 여자 A대표팀을 꾸준히 발전시키고 있다. 글 서두에 언급했던 '여자 A대표팀의 소란스럽지 않은 발전'은 어쩌면 윤 감독 특유의 온화함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더해 그간 기량이 정체돼 있거나 더디게 발전한 선수들도 잘 이끌어 쓸 만한 자원을 꽤 풍성하게 만들었다.

당연히 높아진 선수들 수준도 무시할 수 없다. 지소연은 올 초 건너간 잉글랜드에서 '축구 종가' 선수들마저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실력을 선보였고, 박은선은 혹독한 러시아 리그에서 한국 여자 축구의 수준 높은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WK리그에서도 많은 선수가 무럭무럭 자라며 밝은 내일을 기약하고 있다. 여자 축구 대표 '테크니션' 전가을은 여전히 에이스급 활약을 펼치고 있고, FIFA U-17 여자 월드컵 우승 주역 여민지는 비로소 알을 깬 듯 더 높은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불과 4~5년 전과 비교하더라도 크게 발전한 것이다.

2015년 6월, 캐나다에서는 제7회 FIFA 여자 월드컵이 열린다. 우리나라는 지난 여섯 번의 여자 월드컵에서 딱 한 번, 2003년 미국에서 열린 대회에 참가했다. 당시만 해도 여자 축구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기 전이라 참가에만 의의를 둔 채 허망하게 도전을 끝내야 했다. 그러나 지금대로라면 내년 캐나다에서 열리는 월드컵도 기대할 만하다. FIFA 주관 대회에서 호성적을 냈던 어린 선수들이 무럭무럭 성장했고, WK리그를 발판으로 기량을 갈고닦은 선수들도 많아져 해볼 만한 도전이 된 것이다.

이렇게 윤 감독을 비롯한 태극 낭자들은 소란스럽지 않고 요란하지 않게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 물론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멀고 험하다. 그러나 지난 2년 간 멈추지 않고 꾸준히 발전한 성장세를 살피면 밝은 미래를 기대해도 충분하다. 글 서두에 언급했듯 내실을 다지며 발전한 것이기에 쉬이 무너지거나 스러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세계 무대에 당당히 나서도 될 만큼 성장한 여자 A대표팀, 어쩌면 내년 6월 이 땅을 다시 한 번 붉게 물들일 주인공은 남자 A대표팀이 아닌 여자 A대표팀이 될 지도 모르겠다.

글=손병하 기자(bluekorea@soccerbest11.co.kr)사진=베스트 일레븐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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