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쌀람!풋볼] 카타르가 정말 월드컵 빼앗기나요?

2014. 6. 1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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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 플러스] 최근 2022년 카타르월드컵 개최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개최지 선정 투표를 다시 해야 한다는 주장 및 가능성까지 제기되어 국내로까지 번졌다. 2년 전 카타르가 승리했던 월드컵 유치 경쟁에서 한국이 3차 투표까지 참여했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정말 2022년 월드컵의 개최 결정은 뒤집어질 수 있는 걸까? 왜 영국 언론은 카타르월드컵 유치를 못 잡아 먹어 안달일까? 카타르는 정말 전세계를 상대로 사기극을 펼친 것일까? 월드 No.1 풋볼 매거진 <포포투>가 들여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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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 당시 카타르의 인구는 160만 명이었다. 지금은 215만 명까지 늘어났다. 월드컵이 개최되는 시기인 6~7월의 한낮 기온이 50도까지 치솟는 탓에 정상적인 옥외활동이 거의 불가능한 곳이다. 실제로 여름철 오후 시간대에 중동 도시의 인도에서는 보행자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너무 더워 모두 실내에 들어가있기 때문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원 22명 중 14명이 월드컵을 개최하자고 표를 던진 카타르가 바로 그런 곳이다.

유치 경쟁국은 쟁쟁했다. 미국, 한국, 일본 그리고 호주였다. 4개국 모두 월드컵 유치를 위해 필요한 거의 모든 인프라를 이미 갖춘 상태였다. 유치 경쟁 5개국 중 가장 열악하고 가장 명분도 없어 보이는 카타르가 당당히 개최국으로 선정되었으니 전세계 팬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유치 경쟁국들은 FIFA의 권력 앞에서 순순히 패배를 인정했다.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카타르는 다양한 공약을 제시했다. 무더운 날씨를 극복할 수 있는 친환경 냉방 경기장을 건설하고, 조립식 경기장 시설을 월드컵 개최 후에 축구 인프라 소외국의 경기장 건설에 지원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어마어마한 냉방 시설을 가동하기 위해 투입되는 에너지는 태양열 발전을 이용한다는 친환경성도 강조했다. 카타르는 개최지 결정 투표에서 승리했다. 셉 블라터 FIFA회장이 빛나는 월드컵 트로피를 카타르의 손에 안김으로써 이를 확인했다.

그러나 2018년 월드컵 유치 경쟁에서 충격적으로 패한 영국은 달랐다. 당장 영국 언론의 대대적이고 집요한 탐사가 시작되었다. 개최지 결정 투표 직전 영국 공영방송 <BBC>는 FIFA 집행위원들의 뇌물 수수를 포함한 각종 비리를 폭로했다. 월드컵 개최지를 결정하는 투표권이 사실상 집행위원들의 사리사욕에 의해 '거래'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FIFA 집행위원들에게 조금이라도 잘 보여야 했던 잉글랜드로서는 자폭이나 다름없었다. 일설에 따르면, 투표 직전 블라터 회장이 집행위원들을 향해 "잉글랜드는 절대로 안 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고 한다.

영국 언론 탐사의 주요 대상은 FIFA 내에서의 폐쇄적 권력 구조와 투명하지 못한 월드컵 개최지 선정 과정이었다. 이때부터 '영국 언론 대 FIFA'의 불꽃 튀는 대결이 시작된 것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영국 언론은 카타르에 악감정을 갖고 있지 않다. 단지 사사건건 영국 측과 대립각을 세우는 블라터 체제의 FIFA를 공격하고 있을 뿐이다. 아쉽게도 FIFA의 의사결정 중 카타르월드컵 개최 결정이 가장 두드러진 동시에 파헤치기도 쉬운, 소위 제일 만만한 '먹잇감'이 되고 있는 것이다.

타이밍도 고약하다. 영국 언론은 보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FIFA가 전면에 나서는 때만 집요하게 노려 잔칫상을 엎어버리는 불청객을 자처하고 있다. 앞서 소개한 <BBC>의 폭로도 개최지 결정 직전에 이루어졌다. 2014 브라질월드컵 개막을 일주일 앞둔 시점에서 영국 신문 <선데이 타임즈(일간지 '더 타임즈'의 주말판)>가 카타르월드컵 유치를 위해 모하메드 빈 함맘 전(前) 회장이 투표권을 보유한 집행위원들에게 직접 뇌물을 공여했다고 폭로했다. 그 동안 카타르 측은 자국 출신인 빈 함맘과 월드컵 유치활동과의 연관성을 전면 부인해왔었다.

영국 언론의 문제 제기와 카타르의 반박은 지금까지 '핑퐁'처럼 이어지고 있다. 대회 개최 시기에 관한 문제 제기에 카타르 정부가 이에 대해서 탄력적인 입장을 내비치자 영국 언론은 다시 카타르 거주 외국인 노동자의 열악한 근무환경이란 새로운 무기를 들고 나왔다. 카타르 정부는 노동법 개정 초안을 언론에 공개하자 국제노동조합연맹(ITUC; International Trade Union Confederation)이 나서 "겉모습에만 치중한 내용과 조치"라고 발끈했다. 그리곤 <선데이 타임즈>가 빈 함맘의 뇌물 공여 카드를 꺼냈다.

카타르축구협회는 성명을 통해 빈 함맘과 카타르 월드컵 유치활동 관련성을 재차 부인했다. 오히려 빈 함맘이 카타르가 설득해야 했던 대상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더불어 카타르는 마이클 가르시아 FIFA 윤리위원장이 진행 중인 조사에 전적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셰이크 살만 빈 이브라힘 알 칼리파 AFC회장(바레인 출신)도 "인종차별적인 행위"라고 비난하며 카타르를 옹호했다. 뱌체슬라프 콜로스코프 러시아 축구협회장까지 카타르에 대한 일련의 의혹제기를 "2018년 유치 경쟁에서 탈락한 잉글랜드가 마녀 사냥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FIFA의 마이클 가르시아 윤리위원장은 <선데이 타임즈>의 폭로 자료를 조사 과정에 포함하지 않겠다고 공식 확인했다.

일견 카타르 측의 입장이 이해가 가기도 한다. 개막이 다가온 브라질월드컵이 단적인 예다. 현재 브라질 국내에선 월드컵 유치 반대 시위가 한창이다. 올 초 공사 과정에서 인명사고를 냈던 상파울로 경기장은 결국 미완공 상태로 개막전을 치르게 되었다. 카타르의 입장에서는 지금 당장 문제가 벌어지고 있는 건이 아니라 자신들의 약속한 미래의 일을 물고 늘어지는 영국 언론의 태도가 마음에 들 리가 없다. 지금까지 그 어떤 월드컵 개최지 결정 과정도 이번 카타르만큼 철저하게 조사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현재로선 7월말 예정된 FIFA 윤리위원회의 유치 비리 관련 조사가 어떤 결과를 내놓을 지가 관심사이다. FIFA의 현 권력구도를 뒤엎진 못하겠지만 2022년 월드컵 개최지 재투표 주장에 힘을 실어줄 만한 '건수'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은 충분하다. 유럽축구연맹(UEFA)의 미셸 플라티니 회장조차 "카타르월드컵 유치 과정에서 비리가 있었다고 입증된다면 개최지 선정 재투표를 지지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렇지만 최근 국내 보도처럼 2022년 월드컵 개최지 재투표의 가능성이 높은 것은 아니다. 이곳 저곳에서 나오고 있다는 지지 발언도 결국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 등의 영국 출신 고위인사들의 입에서 만들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무엇보다 카타르의 '머니 파워'를 무시할 수 없다. 카타르 자본은 현 유럽 축구계에서 이미 단단한 입지를 구축한다. FIFA, UEFA, AFC 할 것 없이 카타르를 위시한 중동 자본과 돈독한 관계를 쌓지 못하면 각종 사업 전개에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축구가 스포츠에서 정치로 통용되는 세계에서는 그 누구도 카타르를 매몰차게 대할 수 없는 현실이다. 앞서 소개한 플라티니 UEFA회장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그의 재투표 지지 의사 표명은 어디까지나 "비리가 입증될 경우"에 한한다. 무엇보다 그 말에 앞서 플라티니 회장은 "2010년 당시 결정은 옳았다"라는 단서까지 달았다. 그가 유럽 축구계에서 지금까지 보여온 행보를 감안하면 현실성의 냄새가 진하게 풍긴다.

카타르는 지금 자기중심적 세계관으로 자신들을 노려보는 영국 언론과 지루한 싸움을 벌이는 중이다. 각종 문제 제기가 겨누는 총구 방향도 생각해보면 카타르의 월드컵 유치 능력보다, 영국 언론의 기준에서 볼 때, 폐쇄적이고 비민주적인 중동권 관행 및 문화에 맞춰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FIFA 개혁에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의도와 시점 자체가 자기 이익 쪽으로 상당히 기울어져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FIFA 반대파들은 경기가 아니라 축구 세계의 근간을 파괴하려고 한다. 카타르월드컵과 관련해 FIFA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세력이 있다. 안타깝게도 그 안에는 인종차별 의도가 들어있어 가슴이 매우 아프다. FIFA는 인종차별을 뿌리뽑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 (블라터 회장, 2014년 6월 8일)

글=이중한(중동 축구 칼럼니스트),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2022년 카타르월드컵 유치위원회 페이스북 월드 No.1 풋볼 매거진...포포투 한국판(www.fourfourtwo.co.kr)☆☆포포투 한국판 페이스북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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