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희정의 베이스볼토크]1차 지명 후 무려 8개월만에 팀에 합류하는 이수민 직격 인터뷰

조회수 2014. 3. 1. 00: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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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가 되면 KBO는 신인 교육을 실시한다. 계약금을 받고 입단한 선수 뿐 만 아니라 연습생까지 프로에 처음으로 발을 디딘 신인이라면 누구나 참석해야 하는 행사로 정례화 된 지 오래다.

하지만 예외도 있다. 수술 일정이 겹쳐졌거나 부상 등 피치 못할 개인 사정으로 오지 못하는 사례가 해마다 1~2명씩 꼭 있다. 또 가끔 인원이 많은 경우 구단 자체에서 몇 명을 솎아내고 조절해 오기도 한다. 올해 1월 8일 대전 유성 리베라 호텔에서 열린 신인교육엔 kt 주요 신인 대다수가 단체로 불참했다. 미국 애리조나 전지훈련 중이라 어쩔 수 없었다. kt는 사전에 KBO에게 양해를 구하고 국내에 남아 있는 선수들이 대표로 자리를 채웠다.

150명이 넘는 인원이 모인 이 자리에 누가 오지 않았는지를 알아채기란 쉽지 않은 일. 하지만 한 선수의 불참을 이내 확인 할 수 있었다. 5년 만에 부활한 1차 지명 제도 하에 삼성의 부름을 받은 이수민(상원고졸업.좌완)이 없었다. 키가 작아 눈에 띄지 않는 게 아닐까 싶었지만 그게 아니었다. 삼성 신인들에게 물으니'아직 계약을 하지 않아 오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이수민은 2012년 4월 7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주말리그 대구고전에서 10이닝동안 삼진 26개를 기록, 한국 야구 최다 탈삼진 대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이 날을 기점으로 크게 부각되었을 뿐 만 아니라 2년 연속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등 자타가 인정하는 고교 최고의 좌완으로 입지를 다졌다.그런 이수민을 삼성은 놓치지 않았다. 그런데 7월 1일 1차 지명 발표 이후 무려 6개월이 흘렀음에도 계약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었던 것. 게다가 공식 행사에도 불참했다. 무척 당황스럽고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앞을 다퉈 신인들의 계약 완료를 발표한 타구단과 달리 삼성이 신인에 관해 침묵하고 있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교육이 진행 중이던 8일 오후 삼성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수민과 계약금 2억원, 연봉 2400만원에 계약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나머지 선수들의 계약 조건도 꼼꼼히 추가해 알렸다. 다행이다 싶었지만 왠지 석연치 않았다.

1차 지명 이후 6개월 간 이수민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교육 당일 그는 어디에 있었던 걸까?이미 시간이 흘러 다 지난 이야기가 됐지만 이런 저런 궁금증을 풀고자 지난 27일 오후 용인의 삼성 삼성트레이닝센터(STC)를 방문, 이수민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이하 인터뷰 전문)

- 1월 8일 교육이 있던 날 잠깐 전화 통화를 하긴 했는데 깊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 당시 STC이라고 했다. 많이 아팠던 거였나? 왜 교육에 참가하지 않았나?

"작년부터 골반이 좋지 않아 재활을 하고 지내다 전날 STC에 들어왔다. 사실 신인 교육에 가려고 했는데 계약이 체결 되지 않은 상황에서 간다는 것이 구단도 나도 껄끄러웠다. 팀에서 그냥 가지 말라고 했다. 나도 그게 낫겠다 싶었다. 그 날 기사 통해 내 계약 조건을 알게 됐다. 구단의 제시액은 들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계약은 부모님과 고등학교 감독님이 알아서 해주시는 부분이라 자세한 건 잘 몰랐다. 다만 남들보다 늦어도 너무 늦는구나 싶었다. 계약을 했다는 말에 속이 다 후련했다."

-구단에서 제시한 금액으로 체결 된 것으로 알고 있다. 부모님 보다는 상원고 박영진 감독님이 전적으로 구단과 상대했다는 후문이 자자하던데 (웃음)

"부모님은 그럴 정도로 강단이 세지 않다(웃음). 감독님은 2년 동안 팀을 위해 고생 많이 하고 나름 기록도 내고 했으니까 좀 더 가치를 인정받았으면 하는 마음이셨던 것 같다. 다 나를 위해서(잠시 머뭇거리다) 솔직히 2학년 때 26개 삼진을 잡고 난 다음 날 신문 기자들로부터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 자고 일어나 보니 하루아침에 세상이 달라져 있더라(웃음). 대기록의 주인공이 됐다는 것에 감독님이 나보다 더 큰 기대를 거셨던 것 같다."(1차 지명자 가운데 임지섭, 한주성. 차명진은 2억 5천만 원에 도장을 찍었고 이수민을 비롯해 이건욱. 김유영. 황영국.박세웅 그리고 야수 강민국, 임병욱 등 나머지는 약속 한 듯 모두 2억 원에 계약을 완료했다.)

-문제는 마치 본인이나 부모님이 줄다리기를 한 것으로 오해를 샀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맘고생이 제법 컸을 듯싶다.

"그 점이 가장 속상하고 답답하다. 돈 문제는 부모님 소관이라 난 계약금 2억이 지금 어디에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 전혀 모른다. 0이 8개 붙어 있더라는 얘기만 들었다(웃음). 9월까지 계약을 완료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다음 해 1월로 연기가 됐다고 했다. 처음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전국체전 끝나고 지명을 받은 애들이 하나 둘 팀에 합류한다고 하고 또 마무리 캠프도 따라간다는 등 다들 바빴는데 나만 상원고와 집을 오가며 개인훈련을 하며 지냈다. 시간이 흐를수록 불안해졌다. 혹시나 야구를 못하는 건 아닐까? 두려웠다."

-삼성 다른 신인들은 모두 합류한 상태였는데 구단에서도 좋게 보지 않았을 듯싶다.

"감독님 부모님을 믿고 기다렸던 지라 맘고생은 전적으로 내 몫이 아닌가? 그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구단과의 입장이었다. 정말 어떻게 풀어야 할 지 난감했다. 잘 보여도 시원찮을 상황에 밉보이는 건 아닐까 싶었다. 부모님들도 그 부분을 가장 많이 걱정하셨다. STC 오기 전 딱 한 번 프로필 사진을 찍으러 경산에 간 적이 있다. 그때 왠지 모든 것이 불편하게 느껴졌다. 물론 구단 관계자들은 전혀 다를 바 없었을 텐데 아마도 내 마음이 편치 않아서 혼자 그랬던 것 같다."

-STC에 와서는 그런 마음이 사라졌을 것 같다. 오자마자 계약도 성사되고

"당연하다. 여기는 야구 뿐 만 아니라 배드민턴, 탁구, 농구, 배구등 삼성 스포츠 선수 모두가 모여 있다. 각자 종목은 달라도 같은 팀이라는 동료의식이 강했다. 처음엔 낯설고 어색했는데 곧바로 적응했다. 사람들이 뭐하는 선수냐고 물어 투수라고 했더니 다들 믿지 않았다. 혹시 포수 아니냐고 하고(웃음)"

- 지금 함께 지내는 야구선수는?

"캠프 갔다가 부상을 다해 귀국한 이영욱 선배 조동찬 선배 그리고 신용운 선배님 그렇게 4명이다. 2인 1실을 쓰고 있는데 (이)영욱이 형이랑 함께 방을 쓰고 있다. 처음 왔을 땐 혼자라 좀 그랬는데 선배님들이 오시니까 든든하고 좋았다."

-지금 몸 상태는? 골반 통증은 어떻게 치료 했나?

"2학년 국제대회 후 오른쪽 골반이 아프기 시작했다. 그래도 참고 하려했는데 그것이 오히려 밸런스를 잃는 결과로 이어지고 말았다. 딱히 수술을 할 정도는 아니고 그냥 마사지 받고 보강운동을 하며 근육을 풀어주는 재활 훈련을 하면서 지냈다. 지금은 다 나았다. 28일 퇴소 예정이다. 고등학교 때 많이 던졌으니까 재충전을 한다는 차원인데 솔직히 너무 많이 쉰 것 같아 걱정된다."8

-28일 곧바로 팀에 합류?

"2군이 28일 대만에서 귀국해 이틀 쉰 뒤 다시 소집된다. 나도 같은 날인 3월 2일 합류한다. 혼자 뻘쭘하게 가는 것 보다 낫지 싶다. 여기서도 피칭연습을 하긴 했지만 팀에 들어가 제대로 된 훈련을 받게 된다 생각하니 벌써부터 기대되고 설렌다."

-2년 간 피칭 했던 과거가 새록새록 떠오를 것 같다. 정말 쉼 없이 던지지 않았나?

"전국체전 이후 재활만 했으니 근 4개월 이상 야구를 쉬었다. 운동을 시작한 지 9년이 되었는데 이렇게 길게 쉰 경우는 처음이다. 과연 예전의 구위가 다시 살아날지 살짝 걱정된다. 그래도 밸런스만 잡히면 곧바로 실전에 뛸 수 있다. 문제는 그 시기가 언제냐가 아닌가 싶다."

-최고구속 145km까지 찍었었다. 지금 어느 정도 나올까?

"그래도 130 중반 대는 나오지 않겠는가? 경산 가면 곧 알게 된다. 낭중에 알려 주겠다."

-이수민 하면 26K 그리고 혹사 그리고 청소년 대표 이 세 개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혹사논란에 대해 항상 아니라고 부정해왔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없나?

"그렇다. 160개가 넘는 볼을 던졌다는 것에 대해 많은 분들이 부정적으로 보는 것 같다. 그런데 몇 일 연속도 아니고 다음 날 쉴 수 있었기 때문에 크게 힘들지 못했다. 게임에만 집중하면 힘든 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적게 던져도 지면 힘든 것 같고 완투를 해도 이기면 날아갈 것 같이 몸이 가뿐하다. 투수라면 그 느낌 다 알거다."

-어깨나 팔꿈치 수술 경력은 없지 않나?

"그렇다. 요즘 너무 사용을 하지 않아 퇴화되는 느낌이다. 돌아보면 2학년 때가 가장 좋았던 것 같다. 잠실구장에서 게임을 하는데 미국전 선발 투수 이수민 하고 장내 아나운서가 호명을 했을 때 어머니께서 가슴이 찡하셨다고 했다. 나도 그 순간을 잊지 못하겠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고교시절이 벌써 그립다."

-삼성 팬들의 기대치는 높기만 하다. 알고 있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아닌가? 팬들도 그렇고 구단도 기대하는 바가 큰 것 같다. 1차 후보였던 (박)세웅이 보단 잘해야 하지 않나 싶다. 구단 입장에서도 그렇고 잘 뽑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

-계약금은 누구나 많이 받고 싶어 한다. 과정이 좀 길었을 뿐 크게 개의치 않았으면 좋겠다.

"앞으로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최고의 전력으로 투자도 아낌없이 하는 팀이 바로 삼성이 아닌가? 잘하면 그만큼 대우를 받을 수 있지 않나? 시작은 좀 순탄치 못했지만 내가 잘 풀어 갈 것이다. 일단 1군에 올라가 보는 게 올해 목표다."

-시험 등판이 아니라 꼭 필요한 존재로 1군 마운드에 서길 바란다.

"상원고에서 내 손으로 우승을 이루지 못하고 졸업했다. 이루지 못한 꿈을 삼성에서 꼭 이루겠다. 팀에 빨리 녹아들어 그 속에서 한 몫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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