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일의 들숨날숨] 김남일이 인천을 떠나야했던 '진짜 이유'

조회수 2014. 1. 4. 15:4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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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일이 결국 인천유나이티드를 떠난다. 김남일은 진심으로 인천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떠나야했다. 해외리그 생활을 청산하고 2012년 인천으로 컴백, 고향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던 김남일의 작은 소망은 무산됐다. 김남일과 인천유나이티드 사이에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렇게 떠난 김남일의 다음 행선지는 전북현대다. 지난해 6월, 나이가 무색한 김남일의 플레이에 매료돼 그에서 3년 만에 대표팀 유니폼을 다시 선사했던 최강희 감독과의 재회라 더 흥미롭다. 팀 리빌딩을 선언한 2014년, 젊은 선수로의 물갈이가 아닌 37살 베테랑의 영입이라 또 흥미롭다. 최강희 감독은 왜 김남일을 품은 것일까.

공식발표만 남았다. 김남일은 결국 인천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김봉길 감독과는 2일 면담을 마쳤다. 마지막 정리만 남았다. 한때 서로가 서로의 '님'이었던 김남일과 인천은 이제 '남'이 됐다. 외부에서 바라볼 때는 의외의 결정이다. 인천에 남을 것 같던 분위기였다. 하지만 예견된 이별이었다.

김남일의 재계약 문제는 지난해 막바지부터 이런저런 이야기를 피워냈다. 잡음이었다. 인천 구단이 김남일(그리고 설기현)과의 재계약을 포기한다는 내부방침이 밖으로 새어나온 것이 시발이었다. 표면적인 이유는 부담스러운 나이였다. 팬들은 펄쩍 뛰었다. 2012년 꼴찌를 달리다가 막바지 19경기 무패행진을 달렸던 배경에, 2013년 시도민구단으로서는 유일하게 상위스플릿에 진출한 바탕에 김남일(그리고 설기현)의 '국대급' 플레이에 있었다는 것을 다 알고 있는 상황에서 얼토당토않은 변명에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그러자 방향을 선회했다.

12월초 인천 구단은 "김남일을 잡으려고 하고 있다. 다시 이야기가 잘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흘렸다. '흘렸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관련된 정확한 입장이 전달된 적은 없다. 김남일에게서도 사실 확인이 어려웠다. 당시 그는 파주NFC에서 진행되고 있는AFC 지도자 강습 중이었다. 12월4일부터 24일까지 3주간의 일정 동안 교육생들은 외부와 차단된 생활을 한다. 인천 구단은 "김남일이 교육을 마치고 나오면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는 사이 시간을 벌었고, 덕분에 인천은 "성적과 이미지 재고에 공헌한 선수에 대한 매몰찬 퇴출"이라는 비난의 화살포화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김남일과 인천구단 사이에는 깊은 골이 나 있었다.

김남일은 지난해 시즌 중후반부터 "구단이 재계약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 내가 오히려 물어볼 정도인데 계속 피한다. 아무래도 (재계약)의지가 없는 것 같다"는 말로 이별을 직감하고 있었다. 이미 여름부터 김남일(그리고 설기현)의 정리 작업을 계획하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섭섭할 일이다. 김남일은 "그래도 인천에 남고 싶다"고 했다. 돈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어차피 고향에서 마지막을 정리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들어온 것이다. K리그에 복귀한 순간부터 다른 팀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돈이 문제라면 이야기하면 될 것 아닌가. 그래서 협상이라는 게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테이블 자체를 마련하지 않으니 답답했다. 결국 일방적인 통보만 받았다. 미안하지만, 떠나달라는 이야기였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었다. 떠나야했던 상황이다.

김남일은 "그렇게 소외됐어도 인천에 남고 싶었던 게 사실이다. 제일 좋은 것은 인천에서 선수생활을 마무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팀이 어려울 때는 찾더니......"라는 말로 속상함을 전했다. 이럴 때 쓰는 표현이 토사구팽이다. 이런 푸대접을 받고도 김남일은 고향팀을 걱정했다. "답답하지만 이해하려 한다. 탓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나만 속으로 품으면 될 일이다"는 말로 속사정이 노출되는 것을 꺼려했다. 답답한 노릇이다.

한 축구 관계자는 "겉으로야 나이와 연봉을 핑계대지만 결국 김남일과 설기현이라는 고참들의 영향력이 부담스러운 것 아니겠는가"라는 해석을 전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 이해하지 못함을 누구보다 강하게 느낀 이가 최강희 전북 감독이다.

일단 김남일 영입에 대한 사실 확인부터 진행했다. 최강희 감독은 4일, "그렇다"라고 답했다. 그리고 "유럽에서도 레전드는 커리어 마지막을 고향 팀에서 보내지 않는가. 김남일도 그래야하는 선수다. 때문에 (영입을)생각지도 않았다. 하지만 불협화음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내가 먼저 (전북)구단에 요청했다"는 영입 배경을 전했다. 최강희 감독은, 김남일을 선택한 첫 번째 이유는 실력이라 했다. 최 감독은 "대표팀 감독 시절 인천에서 뛰는 그 아저씨(김남일)의 플레이를 보고서 깜짝 놀랐다. 왜 대표팀에 불렀겠는가. 그냥 고참이라서 팀 분위기를 잡기 위해 불렀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경기력이 최우선이다. 전북으로 영입하고자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라는 말로 김남일의 '여전한 기량'을 높이 평가했다. 인천이 부담스러워했던 '나이'에 대해서는 의미 있는 설명을 전했다.

최강희 감독은 "그게 편견이다. 김병지나 최은성처럼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하는 선수들이 있다. 그 나이가 되도록 뛰는 선수들은 인정해줘야 하는 게 2가지가 있다. 하나는 기량이고 또 하나는 자기관리다. 그것이 뒷받침 안 되면 오래 뛰고 싶어도 못 뛴다"면서 "그런 선수들을 불편하다, 다루기 힘들다 라는 이유로 배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지도자들이 먼저 다가가서 환경만 만들어주면 스스로 하는 선수들인데 뭐가 문제인가"라는 철학을 전했다. 이어 "김상식이나 이동국 같은 선수들은 1년에 한번 면담을 할까말까한다. 남들 보기에는 사이가 좋지 않은가 싶을 테지만 그것이 배려다. 이야기 안한다. 그런 관계가 되기까지는 넘어서야할 것들이 있지만, 그렇게 쌓인 신뢰는 무너지지 않는 법"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소위 '한물갔다'라는 평가를 받던 선수들이 최강희 감독의 손을 타면 '회춘모드'를 발휘하는지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심지어 김남일은 '물'이 여전하다.

최강희 감독은 "구단 고위층에 김남일을 영입하겠다고 했더니 고개를 갸웃하더라. 리빌딩하겠다던 사람이 나이 먹은 아저씨를 데려온다니까 그럴 만하다. 그래서 설명했다. 어린 선수들로 체질개선하는 것은 6개월에서 1년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우승을 하기 위해서는 김남일 같은 선수가 필요하다고. 그러자 더 이상의 말없이 수긍해줬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어떤 쪽에서는 '계륵'으로 판단한 선수를 우승을 위한 퍼즐로 판단했다는 뜻이다. 최강희 감독은 "알아서 잘 해줄 것"이라는 말만 전했다. 넉넉한 품에 또 한 명의 젊은 노장이 안겼다.

이제 2014년 김남일의 유니폼 색깔은 파랑이 아닌 녹색이다. 흥미로운 그림이 연출된다. 절친한 후배 이동국과 한 팀에서 호흡을 맞춘다. 김남일은 "지난해 막바지에 동국이가 전화를 걸어와서 내년에 같이 한 번 뛰어보자는 농담 반 진담 반 이야기를 했는데 진짜 그렇게 됐다"면서 웃음을 지어보였다. 인천 이야기에는 씁쓸해하던 김남일이 전북 쪽으로 화제를 바꾸자 밝고, 단호해졌다. 그는 "이적이 결정된 이후에는 온통 몸 관리에 대한 생각뿐이다"는 말을 전했다. 2012년도 놀라웠고 2013년도 놀라웠지만, 2014년의 김남일은 더더욱 기대가 된다.

공식발표 후에는 형식적인 수준의 '이유'들이 나올 것이다. 왜 김남일이 인천을 떠나야했고 어떻게 전북으로 이적하게 됐는지 '진짜 이유'를 알리고 싶었다. 인천 팬들은 김남일만큼 아쉽게 됐다.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그리고 전북 팬들은 2014년 큰 선물을 받고 시작하게 됐다. 전주성에 또 하나의 '거물'이 등장했다.

글=임성일[MK스포츠축구팀장/lastuncle@daum.net]사진=스포츠공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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