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비리포트] '파란만장' 이형종, '5툴 천재' 변신 비결은?

조회수 2017. 4. 25. 17:26 수정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타자 전향 후 1군 2년차에 리그 정상급 활약을 펼치고 있는 LG 외야수 이형종
2017시즌 거침없는 질주를 이어가고 있는 1군 2년차 LG 외야수 이형종

10년 전 '눈물 왕자'로 유명세를 탔던 LG 외야수 이형종의 방망이가 뜨겁다 못해 손이 데일 정도로 달아올랐다.  지난 23일 LG와 KIA의 시즌 3차전. 1번 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전한 이형종은 안타와 볼넷을 각각 두 개 씩 기록하며 100% 출루를 달성했고 팀의 7:1 압승을 견인했다.

주말 3연전에서만 홈런 포함 8안타 3볼넷. 4월 23일 기준 시즌 타율 0.391, OPS 1.014,  5도루, 12득점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1.09로 LG 타선에서 독보적인 활약을 보이고 있다.

 이형종의 17시즌 주요 타격 성적과 팀 내 순위 

1군 2년차 야수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수비력도 발군이다. 시범경기부터 강력한 어깨로 상대 주자들을 저격하며 실점을 막아냈다.

지난 16일 kt와의 시즌 3차전에서 1번 타자 겸 중견수로 출장한 이형종은 7회초 1사 1, 2루 상황에서 Kt 박기혁의 좌중간 깊은 타구를 다이빙캐치로 걷어내면서 Kt의 추격을 저지했다.

투수 김지용이 이진영에게 적시타를 허용하면서 3점차로 쫓기게 되었지만 이형종의 호수비 하나로 추가실점을 막아냈고, 이후 LG의 마운드가 더 이상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5:12로 대승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 이형종, 실점을 막은 슈퍼 캐치

사실, 1군에서 뛰는 야수라면 누구나 단기간 높은 타율을 기록하며 깜짝 활약을 펼칠 수 있다. 루상에 주자를 쌓아둔 절체절명의 순간, 놀라운 집중력으로 그림 같은 수비를 보여주는 플레이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눈물 왕자'라는 그의 별칭에서 예상할 수 있듯 프로 데뷔 후 파란만장한 행보를 보인 이형종의 활약이기에 더욱 특별하다. 2008년 프로에 입단한 그는 야수가 아니었다.

# 눈물과 반항으로 얼룩진 방황기

2007년 대통령배 고교야구대회 결승에서 끝내기 패배를 당하고 눈물을 쏟는 서울고 에이스 이형종. 그가 LG 주전 선수로 활약하기까지는 10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사진 출처: KBS1 방송화면 캡처)

이형종은 원래 투수였다. 그것도 고교 에이스였다. 2007년 5월, 대통령배 고교야구대회에서 당시 약체로 평가받던 서울고 야구부를 대회 결승까지 끌어올렸다. 그리고 대망의 결승전. 우승까지 아웃 카운트 단 한 개 남은 9회말 투아웃에서 상대인 광주일고에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동점타를 허용한 순간, 이형종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고 끝내기 안타로 패배가 확정된 순간 마운드 위에 무릎을 꿇으며 좌절했다. 이 장면은 그대로 전파를 탔고, 이후 이형종은 1년전 일본 고시엔 대회 스타인 '손수건 왕자' 사이토 유키'처럼 '눈물 왕자'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이후 2008 신인드래프트에서 LG 트윈스의 1차 지명을 받았다. 부상과 재활로 2010년이 되어서야 1군 마운드에 오를 수 있었지만 150km/h를 넘나드는 빠른 속구를 구사할 수 있는 신인 유망주였기 때문에 당시 암흑기였던 LG의 미래를 밝힐 투수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그리고 프로 입문 후 1군 데뷔 등판이었던 2010년 5월 16일, 이형종은 롯데를 상대로 최고구속 152km/h를 기록하는 등 5이닝 2실점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해 타격 7관왕을 거머쥐었던 이대호를 중심으로, 쉬어갈 타순이 없을 정도로 강력한 롯데 타선이었기에 그의 데뷔 첫 승리는 더욱 눈부셨다.

하지만 바로 다음 등판이었던 5월 23일, 두산을 상대로 4.2이닝 5실점을 기록하고 이후 1군 무대에서 자취를 감췄다. 박종훈 당시 LG 감독과의 불화설과 SNS 설화, 팔꿈치 부상에 시달리다 8월 10일 임의탈퇴를 요청하고 오랫동안 그라운드를 떠났다.

2008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 투수 이형종이 프로 1군 마운드에서 남긴 기록은 2경기 1승 9.2이닝 7실점 5삼진 5볼넷 평균자책점 6.52, WAR 0.05가 전부였다.

# 다시, 방망이 들고 그라운드로

16시즌 이후 다시 1군에 모습을 드러낸 이형종 사진=LG 트윈스  

이형종은 임의탈퇴 후 수술과 재활, 골프선수 전향 시도 등으로 시간을 보내다 2013년 다시 정식 선수로 등록되었고, 다시 150km/h를 상회하는 직구를 뿌릴 정도로 팔꿈치 상태가 호전되었다. 하지만 완벽하게 회복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결국 2014년 시즌 종료 후 타자 전향을 시도하게 되었다. 

2015년 2군 39경기에 출장해 타율 0.305, OPS 0.799, 13타점을 기록하면서 타자로서 성공 가능성을 보였고, 이듬해 1군에서 61경기 동안 타율 0.282, OPS 0.737을 기록하며 홈런도 하나 쳤다.

타자로 전향한 후 맞이한 1군 첫 시즌 치고 준수한 기록이었고, 그의 오랜 방황을 아는 미디어와 팬들은다시 그에게 주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형종은 거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16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마지막 경기에서 3타수 무안타에 그친 후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 한 것에 대한 절치부심이었는지,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코칭스태프의 시선을 사로잡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시범 경기에서 홈런 3개를 기록하고 이 부문 공동 1위에 올랐을 정도로 물오른 장타력을 과시했고, 개막 후의 이형종은 '야잘잘'이란 별명에 부족함이 없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올시즌 작년(147)보다 더 적은 타석(76)을 소화했음에도 불구하고 개막전 홈런 포함 3개의 홈런을 터뜨렸다. 이런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올 시즌 20홈런 이상도 노려볼 만 하다.

최근 2시즌간 주요 기록 비교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케이비리포트)

# '슬라이트 업' 스윙을  장착하다

22일 양현종을 상대로 멀티히트를 기록한 이형종. 사진=OSEN  

그렇다면 무엇이  '타자 이형종'을 특별하게 만들었을까. 같은 팀 선배이기도 한 이종열 해설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이형종은 스프링캠프에서 '슬라이트업 스윙'을 담금질했고  시범경기에서부터  그 효과를 톡톡히 봤다. (관련 기사: [이종열의 진짜타자] '슬라이트업 스윙'을 통해 120% 성장한 이형종 )

'슬라이트 업' 스윙은 '투수 볼에 따라 능동적으로 대처하며 비스듬히 올라가는 스윙 방식이다. 위에서 아래로 날아오는 통상적인 볼의 궤적에 스윙 각도를 정확히 맞추게 되면 자연스럽게 라인드라이브 타구와 뜬공 타구의 비율도 증가한다. 정교한 컨택 능력을 갖춘 타자라면 강한 타구를 멀리 보내면서 힘 있는 타격을 가능하게 만든다. 

개막 후에도 이형종은 슬라이트 업 스윙으로 상당한 재미를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형종이 1군 1년차였던 2016 시즌과 올 시즌 세부 기록을 살펴 보자.

# 최근 2시즌 간 이형종의 타구 비율 및 타율 비교

이형종의 최근 2시즌 간 타구 비율&타율 비교. 기록=스탯티즈.  

지난해 이형종은 밀어치기에 능한 선수가 아니었다. 그래서 우익수 방향의 타구의 타율은 0.261로 다른 방향으로 보낸 타구에 비해 타율이 낮았다.

올시즌 표본이 76타석으로 적기 때문에 좀더 지켜봐야 하지만 16시즌과 비교했을 때 방향 별 타구 비율은 거의 그대로 유지하면서 우익수 방향 타구의 타율을 2배 가까이 끌어올렸다. 이는 통상적으로 우익수 방향으로 타구를 보내기 불리한 우타자들 중 민병헌(0.524)에 이은 공동 2위에 해당하는 기록으로 강민호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또한 좀더 많은 타구를 외야로 보내면서 그 타율 또한 상당한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외야로 보내는 타구는 겨우 2% 증가했지만 그 방향의 타율을 0.788로 대폭 끌어올리면서 이 부문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현재 시점까지만 보면 지난해와는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타자로서 발전했음을 알 수 있다.

장타의 순도 또한 대폭 상승했다. 2016 시즌 이형종이 기록한 ISO(순장타율)은 0.089였다. 올해의 경우 0.189를 기록하며 히메네스(0.250) 다음으로 높은 ISO를 나타냈다. 팀내 2위다. 리그 전체로 따지면 현재 NC 간판타자 나성범과 동일한 수치다.

# 장타력이 급상승한 이형종

최근 2시즌간  세부 기록 비교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케이비리포트) 

BABIP(인플레이 타구의 타율) 역시 지난해 2016년 0.327에서 올해 0.421까지 대폭 상승했다. 리그 전체 6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BABIP를 형성하는 요인은 크게 라인드라이브 타구의 비율과 타자의 주력, 운으로 나눌 수 있다.

아직 76타석이라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이형종의 경우 스윙의 변화로 인한 고른 방향으로의 타구 생산과 강력한 라인드라이브 타구의 증가가 BABIP 상승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형종이 1할 이상 높아진 BABIP을  얼마나 길게 유지할 수 있느냐도 향후 주목해 봐야 할 관전 포인트다.

# 팻딘을 상대로 선두타자 홈런을 터뜨리는 이형종

# 1군 2년차 외야수, 이형종의 수비는?

그렇다면  이형종'의 수비는 어떨까?

지난해 이형종은 주로 좌익수로 출전했다. 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총 61번의 주자 진루 기회 중 27번의 진루를 허용하면서 그 허용률이 44.3%에 달했다(리그 46위).

2.07의 RF9(레인지팩터, (자살+보살)/수비이닝*9)를 기록했다. KBO리그 전체 야수들 중 24위에 해당하는 기록, 그러나 WAA(평균 대비 수비 승리 기여도)는 -0.399로 외야수들 중 39위에 머물렀다.

이형종의 최근 2년 간 수비 기록 변화. 기록=스탯티즈  

그러나 올시즌 이형종은 개막전부터 중견수로 선발 출장하며 일취월장한 수비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 시즌 초반임에도 강력한 어깨로 주자들을 저격, 2개(공동 4위)의 보살을 잡아냈고, 35번의 주자 진루 기회 중 단 4번의 진루만 허용하며 11.4%의 주자 진루 허용률을 기록했다(리그 1위).

RF9은 2.31로 현재 전체 야수 중 14위에 올라 있다.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WAA가 0.556으로 크게 증가하면서 외야수 뿐 아니라 전체 야수들 중 가장 높은 승리 기여도를 기록 중이다.

RF9는 야수가 한 경기에 얼마나 많은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는지 말해주는 지표다. WAA는 리그 평균과 비교해서 얼마나 많이 승리에 기여했는지 보여준다.

제시한 기록의 변화로 미루어 보아, 이형종은 투수 출신이었던 본인의 강력한 어깨와 폭발적인 운동 능력을 십분 활용, 폭넓은 수비를 통해 팀 승리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만 해도 어딘지 어설픈 모습이 보였던 이형종이 1년 사이에 리그 정상급 수비력을 갖춘 야수로 거듭난 것이다.

# 더 높은 경지를 위한 선구안과 스피드.


앞서 언급한 이종열 해설위원은  타자 이형종의 장점으로 망설임 없는 스윙을 꼽았다. 이형종은 적극적으로 스윙하는 유형의 타자다. 타석에 선 이형종의 적극성은 기록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배트 적극성% 46.4, 전체 25위). 컨택 능력도 리그 상위권이다. (컨택% 89.3, 전체 10위).

하지만 공격적이다 싶을 정도의 적극성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시즌 중 타격 컨디션이 떨어진 상황에서도 성급한 스윙으로  끝을 모르는 부진에 빠질 우려도 있다.

좋은 타자의 자질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출루 능력이다. 통상적으로 출루를 우선시하는 리드오프에게, 볼넷을 얻어 출루하는 것은 특히 중요한 덕목으로 손꼽힌다. 그러나 이형종은 지난해에 비해 더 낮은 타석 당 볼넷%을 기록 중이다(10.2→6.6)

시즌 초반이라 타석 수가 적고 맹타를 휘두르고 있기 때문에 지레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길고긴 정규 시즌을  이겨내기 위해선 선구에 대한 부분도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지난해(1개)와 달리 도루 능력도 과시하고 있다. 이형종은 올시즌 이미 5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넥센 서건창과 함께  공동 3위를 기록 중이다. 도루 실패는 단 하나 뿐이다. 시즌 초반이지만 도루 성공률은 무려 83%에 달한다.

경험 부족이나 적극성에에 따른 잔 실수가 간혹 보이긴 하지만 경기가 거듭될 수록 한층 더 위협적인 주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향후 리드오프 보다는 LG 타선의 중심에 배치될 것으로 예상되니 부상의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즌 초반 '야잘잘'을 넘어 '야구 천재'의 위용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는 이형종이다. 현 시점 리그 최강의 1번타자이자, 중견수라 해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이제 고작 시즌 19경기(76타석)를 치렀을 뿐이고 앞으로 124경기  400타석 이상이 남아 있다. 1군 2년차 야수로서 겪어야 할 경험과 난관이 무궁무진하다.

지난 35년 간 프로야구의 봄을 뜨겁게 달구며 이목을 집중시킨 선수는 셀 수 없이 많았다. 하지만 그들 중 진정한 스타가 된 선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긴 방황을 끝내고 진짜 프로야구 선수로 거듭난 이형종은 올시즌 자신의 재능을 만개하며 리그 정상급 야수로 도약할 수 있을까? 화려하게 빛을 발하는 지금부터가  바로 시험대다.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KBO 기록실, 스탯티즈]


김호연 기자 / 편집 및 감수: 김정학 기자

☞  케이비리포트 프로야구 웹툰 전편 보기 [kbr@kbreport.com]

☞ 이 기사 응원!  비영리 야구기록실 후원하기

☞ 페북 좋아요! 케이비리포트 공식 [페이스북]

기사제공: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