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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륭 원사이드컷] 동화의 주인공, 분데스리거 박이영의 1군 생활

조회수 2017. 6. 26. 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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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데스리가 FC상파울리와 1군 계약에 성공한 박이영의 솔직한 축구 이야기
16/17 FC 상파울리 박이영 프로필 사진

이름: 박이영

생년월일: 1994년 6월 29일 (만 22세)

소속팀: FC 상파울리 (독일 분데스리가2)

신데렐라, 동화의 주인공, 인간 승리, 개척자 아직은 생소한 축구선수 박이영에 대한 수식어다.

서울체고 졸업 후, 축구 불모지인 필리핀리그를 거쳐 지금의 독일 분데스리가에 입단하기 까지 박이영은 여러차례 동화 같은 일을 현실로 만들었다. 철저한 무명이였던 박이영은 올 해 1월 분데스리가 1군에 깜짝 데뷔하며 세상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3년 전, 박이영을 처음 알게 됐다. 그가 갓 필리핀 활동을 시작하던 무렵이였다. 나와 나이 차이는 있지만 함께 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어진 동생이였고 알고보니 서울체고 직속 후배이기도 했다. 덕분에 비교적 가까운 곳에서 최근 3년 간 박이영에게 생긴 변화를 지켜볼수 있었다. 박이영에게는 실력과 노력, 행운이 함께 했다. 정확히 얘기하면 그는 스스로 행운이 따라오게끔 상황을 만들었다. 필리핀 리그에서 뛰던 당시, 나에게 유럽 진출에 대한 목표를 또박또박 얘기 할 때의 눈빛과 상파울리 1군 계약을 마치고 돌아와 다음 시즌에 대한 목표를 나지막히 얘기 할 때의 눈빛에는 변함이 없었다.

내가 아는 박이영은 늘 한결 같다.

이미 언론을 통해 박이영의 특별한 스토리는 몇 차례 소개됐다. 그래서 시즌을 마치고 귀국한 박이영에게 프로 1군 선수로서 느낀 특별함, 분데스리가 프로 선수로의 생활 등 축구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1월 슈투트가르트를 상대한 데뷔전

# 독일 생활

“제가 평생 살면서 은혜를 갚아야 할 분들입니다.”

박이영은 연고지인 함부르크에서 독일 부모와 함께 생활한다. 과거 그는 유럽 클럽 입단 테스트를 준비할 때 독일에서 사업을 하는 이모부의 도움을 받았다. 그의 이모부는 독일인 지인을 소개시켜줬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박이영은 독일에서 또다른 가족을 만나게 됐다. 독일인 부모는 2년 전 박이영이 상파울리에서 테스트를 시작할 때부터 그를 친아들처럼 대했다. 그동안식비는 물론 집세도 요구하지 않았다. 그리고 최근 박이영이 정식으로 1군 계약에 성공하자 눈물을 흘리며 함께 기뻐했다고 한다. 사실 박이영은 슬슬 독립을 준비하고 있다. 이제는 엄연한 1군 선수고 폐를 끼치는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이 쌓여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아마 박이영이 함부르크 집을 떠나면 독일 부모가 더 슬퍼하지 않을까?

집에서 훈련장까지는 왕복 45km 거리, 직접 운전하면서 출퇴근한다. 독일과 운전을 이야기 할 때 아우토반이 빠질수 없듯이 25분이면 여유있게 훈련장에 도착한다고 한다. 직접 운전하며 출퇴근하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한다.

“적응은 크게 어렵지 않았어요.”

오전 훈련만 있는 날에는 오후에 함부르크 시내로 나가 산책을 하고 오후 훈련까지 있는 날은 가족들과 저녁 식사 후, 방에서 인터넷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사실 외국인 선수에게 ‘적응’은 매우 예민한 문제다. 아무리 축구 기량이 뛰어나도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면 좋은 경기력을 발휘 할 수 없다. 한 번 문제가 발생했을 때 곧바로 해결하지 못하면 계속 꼬이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되면 활발한 성격의 사람도 자연스럽게 소극적이고 자기방어적인 자세를 취한다. 결국 스스로 고립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경험 상, 현지 언어나 영어를 구사 할 줄 안다면 이런 상황을 예방 할 수 있다. 일상 생활에서의 의사 소통은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추가로 두가지 팁이 있다면 첫 번째는 최대한 빨리 팀 훈련에서 동료들에게 기량을 인정 받는 것, 두 번째는 주장이나 팀내 주축 선수와 친분을 쌓는 것이다. 경기장 안팎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면 결코 동정받지 못한다. 박이영은 독일 선수들의 성향이 이기적이라고 했다. 특히 베테랑이나 주축 선수들은 자신들이 실수를 해도 오히려 큰 소리를 친다고 했다.

박이영은 필리핀 리그 시절의 경험이 유럽 무대 적응에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2년 간의 필리핀 생활로 영어를 할 줄 알고, 외국 문화에 대한 이질감이 적은 편이에요. 평소에도 특별히 외롭거나 쓸쓸하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시내 나가면 재밌는게 많거든요.”

지난 2015년, 에이전트 없이 혼자서 한달간 상파울리 입단 테스트를 소화했던 것도 영어 소통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팀과 소통이 불가능했다면 박이영에게는 그렇게 장기간의 테스트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박이영의 데뷔전 스탯 (팀내 평점 1위, 후스코어드닷컴)
2015년 입단 이후 출전 기록
 비시즌 동안 박이영은 한국에서 충전의 시간을 갖었다. UCL 결승전을 스포티비에서 함께!

# 데뷔, 그리고 분데스리가

1월 29일, 1부리그로 승격한 슈투트가르트를 상대한 데뷔전, 그리고 일주일 후 이어진 강호 브라운슈바이크 전까지 지난 시즌 박이영은 1군 경기에 두 차례 출전했다. 교체 명단에 포함된 다섯 경기를 포함하면 후반기 총 일곱 경기에서 1군 경기 엔트리에 포함된 것이다. 겨울 휴식기 이전 상파울리는 강등권에 머물러 있었고 팀에는 변화가 필요했다. 에발트 리넨 감독은 몇몇 2군 선수들을 콜업했고 그 과정에서 박이영이 기회를 잡았다.

슈투트가르트를 상대한 데뷔전에서 박이영은 ‘인생경기’를 펼쳤다. 팀 내 최고 평점인 7.8점, 그것도 처음 서본 중앙 수비수 포지션에서 분데스리가 2 득점왕 시몬 테로드(25골)을 꽁꽁 묶었다. 평점 뿐 아니라 태클, 경합 과정 승리 등 모든 수비 스탯에서 팀내 최고 평가를 받았고 반칙은 한 개도 없었다. 이어진 브라운슈바이크 전. 이번에는 왼쪽 풀백으로 선발 출전하여 90분 풀타임을 소화했고 평점 7.2 점을 기록했다.

박이영의 등장에 현지 언론은 큰 관심을 보였다. 겨울 휴식기 이후 리넨 감독이 꺼낸 과감한 카드로 팀내 분위기를 반전 시켰다. 겨울 휴식기 이전까지 강등을 걱정하던 상파울리는 리그 우승팀 슈투트가르트를 상대한 박이영의 데뷔전을 시작으로 17경기에서 10승4무3패를 기록, 리그 7위로 시즌을 마쳤다.

리넨 감독은 이번 여름부터 디렉터로 보직을 변경한다.

# 미드필더가 디펜더로?

박이영의 주 포지션은 미드필더다. 186cm의 큰 키와 공을 잘 다루는 특징 때문에 그의 플레이를 보면 기성용이 떠오른다. 2015년 여름 상파울리 입단 이후 소화한 2군 경기에서 두세차례 풀백으로 출전했지만 대부분 경기에서 원래 포지션인 미드필더로 나섰다. 그런데 중앙 수비수로, 그것도 리그 1위팀을 상대로 1군 데뷔전을 치른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리넨 감독을 비롯한 상파울리 코칭 스텝들의 확신이 있었다.

우선 리그 1위 슈투트그라트는 전방 압박 능력이 좋고 팀의 전체적인 무게가 앞에 쏠려 있다. 그래서 상파울리는 센터백 위치에서 양질의 롱볼로 상대의 뒷 공간을 공략하고자 했다. 리넨 감독은 양 발을 모두 사용하고 공을 잘 다루는 박이영에 주목했다. 하지만 전문 수비수가 아니기에 가장 중요한 센터백의 본질인 수비력이 의문이였다.

하지만 2군 선수들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있는 올라프 얀센 코치(17/18시즌부터 1군 감독)는 박이영의 수비 능력을 이미 알고 있었다. 사실 선수들 중에도 자신의 장점을 본인이 100%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것을 타인이 끄집어낼 때 비로소 자신도 알게 되어 자신감이 붙기도 한다. 박이영은 센터백과 왼쪽 풀백으로 출전한 두 경기의 공수 모든 상황에서 훌륭한 플레이를 선보였다. 박이영은 새롭게 알게된 자신의 두가지 수비적 장점에 대해 말했다.

○ 1 vs 1 능력

박이영은 센터백으로 출전한 슈투트가르트 전에서 팀내 최다 태클 1위(6개, 성공률 86%), 인터셉트 2위(5개)를 기록할 정도로 일대일 수비 상황에서 장점을 보였다. 데뷔전 이후 들은 생각이 “아! 내가 평소에도 상대 볼은 꽤 잘 뺏었지!” 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박이영은 일대일 수비 상황에 대한 자신의 팁을 설명했다.

“우선 상대와 거리를 조절하며 한 쪽 방향으로 가도록 유도해야 해요. 그 다음에 상대가 칠 때 최대한 빠르게 어깨를 먼저 넣고 포크(다리를 뻗는 동작)로 공을 터치하는거죠.”

사실 센터백을 소화하기에 박이영의 체형은 다소 가볍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 포지션의 선수는 이런 체격이여야 해.’라는 생각은 오히려 다양한 가능성을 가로막는다. 최근 현대 축구에서 중요시 되는 피지컬 코칭의 방법론이 다양한 것처럼, 코뿔소 같은 체형의 선수들이 적합한지, 표범 같은 체형의 선수들이 적합한지는 팀 스타일에 따라 결정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 본인이 같는 느낌이다.

“날씬한(?) 지금의 모습으로 키 크고 무게도 나가는 유럽 공격수를 상대 할 수 있냐고요? 막상 부딫혀보니 저도 생각보다 힘이 꽤 좋더라구요. 밀린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어요.”


○ 타이밍 포착 능력

박이영의 주력은 보통 수준이다. 하지만 반응 속도는 빠른 편이다. 박이영은 상대 공격수의 볼 터치가 조금만 길게 진행되면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다. 신체적 반응 속도만큼 정신적 반응 속도 역시 중요하다. 수비수로서 언제 나가야 할지, 언제 기다려야 할지에 대한 판단 능력 역시 준수하다.

특히 왼쪽 풀백으로 출전했던 브라운슈바이크 전에서 직접 공격에 가담하여 득점에 가까운 유효 슈팅을 기록했다. 다니 알베스, 카일 워커 같이 폭발적인 주력을 자랑하는 풀백들이 대세지만 평균 정도의 주력과 볼관리와 타이밍 활용 능력이 우수하다면 박이영처럼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을수 있다. (박이영은 풀백 포지션은 스프린트가 많아 체력적으로 가장 어렵다고 했다.)

# 멀티 포지션

박이영이 필리핀 리그에서 뛸 때부터 느낀 그의 장점은 양발 활용, 리시빙과 패싱, 경기 이해도 였다. 공을 잘 만지고 심플하게 플레이하는 선수들을 보통 “공 찰줄 안다.”라고 표현한다. 이런 유형의 선수 일수록 멀티 포지션 능력이 있다.

자신이 주로 패스를 받는 포지션과, 주로 패스를 보내는 포지션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이다.

언제, 어떻게 움직여야 공을 주는 사람이 편할지, 어느 쪽 발에 어느 정도 강도로 패스를 해야 받는 사람이 편할지에 대한 이해가 높다는 것이다.

중앙 미드필더, 센터백, 좌우 풀백까지.

박이영은 현재 세 가지 포지션을 소화 할 수 있다. 22살의 박이영은 1,2군을 오가며 다양한 포지션에서 자신의 능력을 선보였고 덕분에 축구 선수로서 그의 가치는 대단히 높아졌다. 팀 전술에 따라, 팀 상황에 따라 박이영은 다양하게 활용 될 수 있다. 중요한 사실은 아직 1군 무대에서 그의 주 포지션인 미드필더로 출전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다. 박이영은 아직 보여줄 것이 많다.

상파울리 홈페이지는 박이영의 1군 계약 소식을 공지했다.

# 진짜 1군으로 시작하는 새 시즌

지난 주 박이영은 프리 시즌 일정에 참여하기 위해 독일로 출국했다. 지난 5월, 상파울리와 2년 재계약에 사인했고 이제 박이영의 소속은 상파울리 U23이 아닌 상파울리 1군이다. 박이영은 지난 시즌 1군과 2군을 오가며 온 몸으로 차이를 실감했다. 클럽 하우스 입구를 지나 왼쪽으로 가면 1군의 드레싱룸, 오른쪽으로 가면 2군의 드레싱룸이 있다. 1군 드레싱룸에는 과일, 음료 등 간식거리가 늘 부족함 없이 준비되어 있고 샤워실에도 샴푸와 바디 워시 제품이 종류별로 구비되어 있다. 하지만 1군 드레싱룸의 먹거리 중 남은 것들을 추가로 2군 드레싱룸으로 보내는 것처럼 2군 드레싱룸과 샤워실에는 늘 모든 것이 부족하다.

기술적인 지원 역시 차이가 있다. 훈련 전, 비디오 영상을 통해 진행되는 1군의 전술 미팅은 매우 디테일하게 진행된다. 상대 팀 스타일에 대한 대응법은 기본이고, 상대 선수의 습관과 코너킥 전담 키커의 비밀 사인 (킥 차기 전 스타킹을 만지면 짧게, 옷 소매를 만지면 길게) 등 까지 분석한 정보를 세밀하게 공유한다. 하지만 2군의 상황은 다르다.)

박이영이 1군 활동을 시작하자 팀 내 한 코치는 비디오 영상은 중요하지만 지나치게 많이 보지 말라고 조언했다. 필요 이상으로 생각이 많아지면 실제 경기에 지장이 있기 때문이다. 새 시즌을 앞두고 박이영에게 좋은 소식이 또 하나 전해졌다. 입단 이후 2군 시절부터 꾸준히 함께한 올라프 얀센 코치가 새 시즌 상파울리의 감독이 되었다. 지난 시즌 데뷔전 이후, 독일의 여러 클럽이 박이영 영입에 관심을 보였다. 그 중에는 마인츠 같은 1부리그 구단도 있었고 구체적인 액수와 계획을 전하며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박이영은 상파울리와 재계약을 선택했다. 그리고 지금도 자신의 선택을 확신하고 있다.

 박이영의 보물, 데뷔전 유니폼 (세탁하지 않고 보관 중)

17/18시즌 박이영의 목표는 15경기 출전이다. 급한 상황이 아니고 상황을 급하게 만들 필요도 없다. 박이영은 지금처럼 묵묵히 나아가고자 한다.

2년 전,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박이영은 갈림길에 서 있었다. 그의 목표는 한국 프로팀, 더 크게는 유럽 무대였다. 당시 몇몇 국내 프로팀에 박이영의 테스트를 문의했었지만 서류 프로필 단계에서 모두 거절 당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꿈을 이루면, 나는 누군가의 꿈이 된다.” 라는 말처럼, 박이영은 이미 축구계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아직 22살, 본격적인 분데스리가 1군 무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박이영의 도전은 여전히 진행 중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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