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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구라다] 류현진의 장딴지 굵기, 그래 또 한번 속는 셈 치자

조회수 2017. 2. 17.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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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타임즈 “류현진, 개막전 복귀 가능성 높다”

- 보라스 “류현진, 완벽한 회복 확신”

- 성공적 불펜 피칭, 허니컷 코치 “이제 류현진 답게 던진다”

- 류현진, 불펜피칭서 84마일 기록 “상태 매우 좋았다”

- 허구연 위원, “류현진 예상보다 훨씬 좋다”

- 84마일 류현진, 목표 200이닝 소화는 가능할까?

꼭 1년전 이맘 때였다. 그에 관한 기사의 헤드라인들이다. 온통 긍정적이고 희망에 가득 차 있다. 기레기들의 설레발일까? 뭐, 굳이 그렇게 보신다면야….

동업자들을 위한 변명거리는 하나 있다. 2월 아닌가. 스프링캠프 기간이다. 본래 그런 계절이다.

이맘 때는 늘 그렇다. 좋은 기사가 쏟아진다. 야구판이 가장 평화로운 시기다. 칭찬과 격려와 기대로 넘쳐난다. 모두가 화려한 장밋빛을 꿈꾸는 시간이다. 투수들의 예상 승수를 모아보면 100승이 훌쩍 넘는 팀들도 수두룩이다. 유망주, 기대주가 사방에 널려 있다.

재활을 꿈꾸는 자? 물론 그들에게도 만병통치의 계절이다.

사장과 감독의 의례적인 립서비스  

ctrl+c, ctrl+v, 그러니까 복/붙이다. 비슷한 걸 복사해서 오려붙인 것 같다. 다저스의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애리조나 캐멀백 랜치가 그렇다. 투수 소집일인 어제였다(한국시간 16일). 지난 해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풍경, 사람들의 모습이다.

기자들이 모였고, 대답할 사람들이 앉았다. 99번 투수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역시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이번 캠프 기간 동안 그에게는 어떤 제한도 없을 것이다.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정상적인 프로그램을 소화하길 기대한다.”

좋은 얘기다. 하지만 뭔가 뜨뜻미지근했다. ‘제한 없다’는 말뜻도 아리송하다. 기왕이면 화끈하게 인심 좀 쓰지, 어차피 손해 볼 일 없는데.

바로 옆에 있던 사람은 확실히 한 수 위다. 아마 그런 분위기를 눈치 챈 것 같다. 미디어의 입맛에 딱 맞는 멘트를 던져준다. 다저스의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이었다.

“메디컬 사이드에서 (류현진에 관한) 많은 리포트(보고서)가 올라왔다. 지금까지 받은 모든 것들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이번 캠프에서 자신의 자리를 되찾기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돼 흥분된다.”  ‘extremely good’이라는 표현이 귀에 쏙 들어온다.

물론 달콤한 얘기만 있을 리 없다. 캐멀백 랜치 주변에는 살벌한 말들도 떠돈다. 5선발 한 자리를 놓고 6~7명이 서바이벌 게임을 벌여야 한다는 둥, 로스터 확보를 위해 일단 60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올릴 것이라는 둥, 만만치 않은 예상들도 있다. 왜 아니겠나. 그곳은 정글인데.

 이 시기, 반바지에서만 식별되는 포인트  

달콤한 입은 믿을 수 없다. 어디 한두번 속았나. 저러다가 캠프 끝날 때쯤 되면 또 싸늘해지겠지. 희망 고문에 팬들의 마음은 지칠 뿐이다. 그냥 그러려니 하자.

하지만 못내 걸린다. 그래도 올해는 다르지 않을까? 더 이상 늦어지면 안되는 것 아닐까? 2년이나 지났는데….

표정은 밝다. 왠지 자신감도 넘치는 것 같다. 불펜 피칭하고, 롱토스(먼거리 캐치볼)도 했다. 불편하다는 말은 없다. 조만간 타자를 세워놓고 라이브 피칭도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최고 구속은 86마일(138㎞)까지 나왔다. 2월 중순인 걸 감안하면 나쁘지 않다. 현재 상태를 90%라고 밝혔다. 하긴 작년에도 이 정도 진도는 뺐다. 늘 나머지 10%가 문제이긴 하다.

공이 좋은지, 아닌지. 폼이 예전 같지 않은지. 전문가들이야 이러쿵 저러쿵 아는 척을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그런 걸 알 턱이 있나. 들어봐도 아리송한 건 여전하고…. 그냥 보이는 것만 보일 뿐이다.

뭔가 다른 지점은 없을까? 긍정적인 사인을 찾던 중 <…구라다>의 눈길을 잡는 부분이 있었다. 장딴지였다. 그건 이 시기에만 식별되는 포인트다. 특히 반바지를 즐겨 입는 대상이기에 더욱 그렇다.

유니폼을 입을 수 있는 전날이었다. 노사 협약 때문이다. 약속한 훈련 기간이 아니기 때문에 캠프에서는 평상복 차림이어야 한다.

‘야, 장딴지 하나는 정말 튼실하다.’ 하긴 그 큰 몸집을 지탱하려니 웬만한 굵기로는 감당이 안되겠지. 단순히 그렇게만 볼 것인가? 아니다. 굳이 의미를 하나 부여해 보자. 혹시 그동안 운동량을 입증하는 것은 아닐까.

왼쪽은 2015년 4월 사진이다. 처음 어깨에 문제가 생겨서 수술하기(5월) 직전이다. 다저 스타디움에서 훈련하던 장면이었다. 트레이너가 옆에서 고무밴드를 허리에 묶고 하체를 단련시키고 있다.

오른쪽은 며칠 전 찍힌 컷이다. 나란히 놓고 보면 볼륨감에서 확연히 다르다. 물론 자세의 차이나, 카메라의 앵글, 빛의 반사 각도에 따라 생기는 착시현상인 지도 모르겠다. 

고통의 재활, 그리고 ‘구와타 로드’ 

구와타 마스미는 1986~2006년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활약했다. 일본 야구만화의 고전

당시의 유명한 일화다. 요미우리의 2군 훈련장이던 가와사키 구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언제부터인가 외야쪽 잔디에 오솔길 같은 보기 싫은 자국이 생겼다. 구단에서 구장 관리인을 문책했다. 하지만 설명을 듣고는 숙연해질 수 밖에 없었다. “구와타상 입니다. 팔이 아파 공은 던질 수 없으니, 할 수 있는 게 달리는 것 밖에 없다면서…. 저렇게 밤낮으로 뛰는 바람에 잔디가 성해나지 않는군요.”

그 자국은 나중에 ‘구와타 로드(road)’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물론 아닐 수도 있다. 그냥 살이 쪄서 종아리도 굵어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또 한번 속는 셈 치자. 입에 발린 사장과 감독의 말이라도 그냥 한번 믿어보고 싶다.

어쨌든 2년이다. 그 긴 시간을 견뎌야 했다. 피가 펄펄 끓을 나이에, 마운드를 등져야 했다.

이제는 일어설 때가 됐다. 멈췄던 걸음을 다시 시작해야 할 때가 됐다. 그동안 참았던 것까지 한꺼번에 쏟아내야 할 때가 됐다. 

백종인 / 칼럼니스트 前 일간스포츠 야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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