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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기자 코리안 리포트] MLB 데뷔 앞둔 황재균 "눈물이 핑 돌더라"

조회수 2017. 6. 28. 15:1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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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의 마음 고생과 몸 고생을 모두 딛고 일어서 6월 최고의 성적 올리며 극적으로 빅리그 승격

 “지금까지보다 힘들겠어요?”

이 한마디가 황재균(30•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2017시즌의 상황을 그대로 상징하는 것 같습니다. 28일 오전 8시경(한국시간) 엘파소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며 minkiza.com과 인터뷰한 황재균은 “한 경기라도 뛸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했습니다. 지친 기다림으로 약간 허탈한 느낌도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기다리는 도전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질문에 대해 저렇게 답했습니다. 지금보다 힘들겠냐고.

그만큼 마이너에서의 생활, 마음고생은 극심했습니다. 그러나 오랜 기다림이 극적으로 끝나면서 황재균은 28일 40인 로스터에 포함됐고, 29일에는 25인 로스터에 진입합니다. 그리고 6월29일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홈경기에 황재균은 3루수로 선발 출전합니다.

옵트아웃(계약 파기하고 팀을 떠나는 조건)을 앞두고 거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포기했던 황재균. 그러나 전격 빅리그 승격과 함께 엘파소 공항에서 이동을 기다리던 황재균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빅리그 승격 소감과 그간 마이너에서의 고생, 고마운 팬과 악성 댓글 등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27일 (한국시간) 마이너리그 시즌 7호 홈런을 친 황재균. 사진 조미예 기자 제공. 

 - 지금 어디인지?

▶ 엘파소(텍사스 주) 공항이다. 3:30 비행기를 팀에서 예약했는데 짐 부치는 과정에서 너무 오래 걸려서 비행기를 놓쳤다. 6:50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


- 그럼 오늘 경기는 뛸 수 없겠다. (웃음)

▶ (웃음) 원래 8시쯤 샌프란시스코 도착이라 힘들었는데 이젠 10시도 훨씬 넘어 도착한다. 피닉스에서 비행기를 갈아타야 한다.


- 정말 극적으로 메이저리그에 승격됐는데.

▶ 솔직히 다 포기하고 있었다. 마음고생은 말도 못하게 심했다. 계속 올릴 듯 올릴 듯 안올리니 정말 힘들었다. 옵트아웃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제 한 경기라도 뛸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 승격 소식 상황을 다시 한 번 전해 달라.

▶ (조미예 기자, 통역 김민형과) 점심 식사를 하고 있는데 부단장이 민형이에게 전화를 했다. 오늘 (빅리그로) 올릴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한 두 번 속은 것도 아니고 올리면 올리는 거지 하고 말았다.

그런데 조금 있다가 전화가 울리며 마이너리그 감독 이름이 통역 전화에 찍혔다. 그 순간 ‘어, 진짜인가!’라는 느낌이 왔다.


- 승격에 대한 배경은 들었나?

▶ 우선 길라스피가 허리 통증으로 DL로 갔고 대체 선수가 필요했다고 들었다. 그래서 나를 올리기로 하고 40인 로스터에 포함시켰다고 들었다. 사실 그게 굉장히 큰 것 같다. 그동안 (구단의)제일 큰 변명이 내가 40인 로스터에 들어있지 않아서 고민이고 결정이 힘들다는 것이었다. (황재균은 29일 25인 로스터에 포함되며 바로 그날 경기에 선발 출전한다고 에이전트 이한길씨가 밝혔습니다.)


-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의 심정이 어땠는지.

▶ 진짜 눈물이 날 뻔했다. 그동안 너무 힘들었다. 울지는 않았지만 눈물이 핑 돌더라. (이젠 웃음) 그동안 마음이 너무 아팠다. 원래 기사나 댓글을 잘 안 보는데, 힘들다보니 그런 것들도 보게 되더라. ‘내가 여기서 정말 고생하는데 비아냥거림거리가 됐구나.’라는 생각이 마음이 아팠다. 물론, 많은 분들이 응원을 해주시는 것이 큰 힘이 됐지만, 그럴수록 빨리 올라가서 보여드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니까 또 미안하고 또 속상했다.


- 마이너 생활도 힘들었을 텐데.

▶ 이동 같은 게 힘들기도 했지만 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자꾸 들더라. 구단은 계속 올릴 듯 올리지는 않고 5월까지는 정말 모든 게 힘들었다. 그러다가 6월부터 마음을 고쳐먹었다. 어디를 가든 야구는 계속해야 하니까 내 야구를 더 업그레이드시키자고 다짐했다. 내 야구를 더욱 발전시키고 가능한 한 많이 배우고 가자고 결심했다. 사실 마이너 생활도 힘들었지만 그 외의 부분도 더욱 힘들었다. 병호형 생각도 많이 했다. 정말 많이 힘들 것이라는 것을 아니까 생각이 나더라. 


- 어떤 변화를 주었는지.

▶ 타격에서 공을 더 띄우는 법을 연구해 경기에 적용했고, 공을 보는 연습도 많이 했다. 때로는 타석에서 스윙 하나도 안 하고 계속 보면서 삼진을 당하기도 했다. 성적에 개의치 않고 내 야구를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어차피 3할5푼 이상 치고 홈런 20개 넘게 치지 않으면 메이저에 올라가기 힘들다는 생각이었다.


- 결과는 어땠나?

▶ 많이 좋아졌다. 볼넷도 많아지고 오히려 정타를 많이 때리고 장타도 나왔다. 솔직히 때론 이미 늦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4,5월의 바보 같은 시즌을 반복하지는 않겠다는 각오였다. 너무 조급하고 여기서 벗어나고 싶고 그러다보니 내 타격이 안 됐다. 어이없는 헛스윙도 많이 나오고.

더 이상 바보짓은 하지 말자고 다짐하고 내 야구를 하자고 결심했는데 그래도 6월엔 괜찮았다. (6월 황재균은 3할2푼4리의 타격에 볼넷을 14개나 얻었고 2루타 5개, 3루타 1개, 3홈런을 치며 출루율 4할2푼4리, 장타율 5할5푼9리로 OPS가 .982를 기록했습니다. 5월 OPS는 .719였고 볼넷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 부모님이 많이 좋아하셨겠다.

▶서울은 새벽이어서(승격) 연락을 받고 바로 문자를 드렸다. ‘창피하게 돌아가진 않겠어요’라고.

아침에 깨자마자 아버지가 문자를 하셨다. ‘잘하는 것 필요 없으니 후회 없이 하라고. 내 아들 열심히 하는 것 믿는다고.’ 그리고 잠시 후에 영상 통화도 했다. 엄마 아빠가 울먹이시더라. 사실 나만큼, 어쩌면 더 힘드셨을 것이다. (기사와 댓글 등) 다 보고 계셨을 것이다. 정말 속상하셨을 텐데 전혀 내색을 하지 않으셨다.


- 실은 응원하는 팬들이 더 많다.

▶ 잘 알고 있다. 정말 큰 힘이 된다. 응원해주시는 글을 볼 때마다 엄청 고맙고 더 잘해야지 하는 각오를 다지게 된다.


- 팬들에게 한 마디와 앞으로 각오를 말해 달라.

▶ 늦었지만 콜업이 돼서 정말 기쁘고 응원해주신 팬들이 너무 큰 도움이 됐고 정말 감사하다. 보답할 기회는 그저 한 타석 한 타석 소중히 열심히 하는 것뿐이다. 정말 열심히 잘 해보겠다.



황재균의 도전이 계속 눈에 밟히는 것은 금전적인 이득과 편안한 앞길을 마다하고 정말 두렵고 심지어 무모해 보일 정도로 큰 도전의 길을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스플릿 계약을 맺는다는 것의 위험성을 알고도 그는 도전의 길을 떠났습니다. 마이너 생활이 길어지면서 분명히 후회도 많이 했을 것입니다. 정신적으로 방황 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는 험난한 마이너 생활 중에서도 자신의 길을 찾았고, 눈에 보이는 성적을 올리면서 결국 마지막 기회를 잡았습니다.

애리조나 스프링 캠프에서 그를 만났을 때 잊을 수 없는 일화 하나가 있습니다.

황재균은 애리조나에서 캠프를 했지만 미국 전화를 415 지역 번호로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보통은 처음 가는 곳에서 그 지역 번호(이를테면 피닉스의 602)로 전화를 개통하지만 그는 달랐습니다. 415는 바로 샌프란시스코의 지역 번호입니다. 또한 전화의 언어를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모두 바꿨습니다, 전화번호의 이름들까지. 반드시 미국에서, 샌프란시스코에서 적응하고 정착하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이 보였습니다.

그의 말대로 다소 늦은 감도 있지만 6월 들어 보여준 성적처럼 그는 대단히 재능 있는 야구 선수이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도 그 재능과 잠재력을 그냥 포기할 수는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남은 시즌 주어지는 기회에서 맘껏 자신의 모습을 과시하길 응원합니다.

황재균의 본격적인 메이저리그 도전은 6월29일에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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