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기자 코리언리포트] 체인지업 41.7%, 류현진의 경기 운영

조회수 2017. 4. 25. 16:2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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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첫 퀄리티 스타트 역투속에 타선 부진 패배, 그러나 희망과 함께 과제로 남아

어깨 수술 복귀 후에 2017시즌 로테이션에 복귀한 류현진(30• LA 다저스)이 네 경기 만에 가장 빼어난 모습을 과시했습니다.

전성기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지만 효과적인 면에서는 훌륭했습니다. 투수에게 다소 유리한 샌프란시스코의 AT&T 파크지만 '파크 팩터'와는 무관한 효율적인 피칭을 했고, 경기 시작할 때 영상 9도에 시속 24km가 넘는 바람이 외야로 부는 쌀쌀한 날씨와, 다저스에 가장 힘겨운 적지라는 어려움도 무심하게 이겨냈습니다.

시즌 4번째 선발 등판한 류현진은 샌프란시스코 원정에서 6이닝 1실점의 쾌투를 했습니다. 타선 부진으로 패전 투수가 됐지만 구속도 점차 올라오고 갈수록 기대가 되는 피칭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다저스SNS 

지난 경기에 이어 두 경기 연속 6이닝을 던졌습니다.

그러나 홈런 3개를 맞고 4점을 내준 지난 19일 콜로라도 전과는 판이하게 달랐습니다. 안타 5개를 내줬지만 장타는 2회에 크로포드에게 맞은 2루타가 유일했습니다. 외야 뜬공 아웃은 4개뿐이었고 땅볼을 비롯해 내야를 벗어나지 못한 공이 10개였습니다. 최고 구속은 93마일 150km가 한 번 나왔지만 대부분 90~92마일 정도였습니다. 첫 세 경기까지 89.5마일, 약 144km에 그치던 평균 구속이 이날은 145km를 살짝 넘어설 정도로 서서히 수술 전의 구속 수준에 접근하는 모습입니다. 현지 다저스 중계진도 류현진의 페스트볼 구속이 꾸준히 회복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라는 평가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날 눈길을 끈 점은 변화구 구사가 아주 많았다는 것입니다.

이날 1번으로 나온 천적 펜스를 상대로 1회초 초구 145km 포심 속구를 던졌지만 연속 체인지업을 구사하며 이날 피칭의 전조를 보였습니다. 헌터에게 146km 몸 쪽 높은 패스트볼을 던져 기분 좋은 헛스윙 삼진을 잡으며 산뜻한 출발을 했습니다.

2번 타자 벨트에게는 커브와 체인지업을 섞었습니다. 일상적으로는 좌타자에게 체인지업을 많이 던지는 것은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은 아닙니다. 그러나 벨트를 시작으로 이날 류현진은 좌타자에게도 체인지업을 많이 던졌습니다. 그러나 벨트는 이날 유일한 볼넷을 기록했고, 3번 누네스 역시 체인지업으로 2루 땅볼을 유도해 투아웃. 그 사이에 주자는 2루까지 갔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푸이그의 어깨가 경기 초반 류현진에게 큰 도움을 줍니다.

초구 146km 포심이 가운데 약간 높게 걸리자 4번 포지의 방망이는 여지없이 돌아갔습니다. 통산 타율 3할7리로 현역 포수 유일한 3할 타자인 포지는 그대로 결대로 밀어 우전 안타를 쳤고, 2루에 있던 벨트는 지체 없이 홈으로 치달렸습니다. 타이밍 상으로 완벽한 송구와 태그 플레이가 이어지지 않으면 주자를 잡기는 힘들어 보였습니다.

그리고 완벽한, 아니 강력한 송구가 푸이그의 어깨에서 뿜어져 나왔고 노바운드로 홈플레이트 앞까지 날아온 공을 받아든 포수 그랜달은 홈플레이트 도달 직전에 벨트를 태그하며 이닝을 극적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자이언츠의 기선 제압 기회가 무산된 것보다 첫 세 경기에서 모두 1회에 실점하며 어렵게 시작했던 과정이 반복되지 않는다는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류현진은 이날 총 96구를 던지며 6이닝을 소화했습니다.

그 중에 패스트볼은 30개였고 평균 구속은 145km를 약간 상회했습니다. 첫 세 경기에서도 류현진의 속구가 평균적으로 조금씩 가속이 붙기는 했지만 여전히 평균 144km였습니다. MLB 평균 149.3km에는 많이 못 미쳤습니다. 매 경기 조금씩 구속 진전이 보이기 때문에 류현진의 다른 능력들을 감안하면 92마일, 148km 정도까지 구속이 올라온다면 분명히 더 효과적인 피칭을 할 수 있습니다. 즉, 과거 시즌 14승씩 거두던 당시 모습이 다시 나올 수 있다는 뜻입니다. 대전제에는 92마일 선 회복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이날 류현진은 변화구를 아주 많이 구사했습니다.

체인지업이 40개로 패스트볼보다 많았습니다. 그리고 110km대 중반의 낙차 큰 커브도 많이 구사해 17개를 던졌습니다. 슬라이더는 많이 구사하지 않았는데 9개를 던졌습니다. 패스트볼은 1회 펜스의 삼진처럼 보여주는 높은 쪽에 유인구로 꽤 던졌고 결정구는 역시 체인지업이었습니다. 대부분 스트라이크존 중앙선보다 아래쪽에 형성되면 타자들을 현혹하고 파울볼과 헛스윙을 많이 끌어냈습니다.

패스트볼이 31.3%인 반면에 체인지업이 41.7% 달할 정도의 비율이라면 분명히 좀 특이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속구의 구속이나 힘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은 것으로 보여, 영리한 류현진이 당분간은 유사한 패턴으로 등판 때마다 약간씩 변화를 주는 경기 운영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어깨 수술 후 돌아온 류현진의 올 시즌 첫 세 경기 포심 패스트볼의 분당 회전수는 2083번으로 아직 MLB 평균 2165번에 미치지 못합니다. 그러다보니 패스트볼을 때린 상대 타자의 타구 초속이 154km로 MLB 평균 139.6km에 비해 훨씬 빨랐습니다. 속구를 던져 강타로 맞은 경우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고, 지금까지 허용한 6개의 홈런이 모두 속구를 던지다 맞은 것입니다.

이날 유일한 실점은 2회말에 나왔는데 선두 타자 5번 브랜든 크로포드에게 2루타를 맞으며 시작한 것이 화근이 됐습니다.

7구까지 가는 접전이었는데 류현진은 커브-커브-슬라이더의 변화구로 대결을 시작한 후 4구째 148km 패스트볼로 스트라이크를 잡고 볼카운트 2-2를 만들었습니다. 이어서 던진 체인지업이 파울이 되자 류현진의 회심의 150km 패스트볼을 던졌지만 이것이 볼이 되면서 풀카운트. 그리고 결정구로 선택한 7구째 148.1km의 패스트볼이 약간 높다 싶은 순간 크로포드가 이 공을 제대로 밀어 쳤습니다. 이날의 유일하게 허용한 장타인 좌측에 2루타였는데, 역시 패스트볼이었다는 점은 참고 할만 합니다.

이어 6번 그리스찬 아로요(이날 빅리그에 올라와 데뷔전을 치른 신인으로 황재균과 앞으로도 자리다툼을 벌일 선수입니다.)의 땅볼로 1사 주자는 3루까지 진루했고, 7번 조 패닉에게 희생플라이를 내주면서 이날 유일한, 아쉬운 실점을 했습니다. 패닉에게 연속 쓰리볼로 몰려 어려운 상황에서 4구째 체인지업으로 스트라이크 카운트를 잡았지만, 5구째 119km 커브가 높게 걸린 것을 패닉이 놓치지 않고 중앙 멀리 보내면서 타점을 올렸습니다.

시즌 첫 퀄리티 스타트를 하며 호투한 이날 경기에서 아쉬운 부분을 굳이 짚으라면 좌타자 상대 대결입니다.

좌타자 크로포드에게 2루타를 맞았고 좌타자 패닉에게 희생플라이를 내줘 실점을 했습니다. 이날 맞은 5개 안타 중에 크로포드 외에 좌타자 벨트에게 맞은 안타도 있습니다.

6회말로 가볼까요?

선두 펜스와 대결에서 145km 속구로 포수 뜬공 아웃을 잡은 류현진은 벨트에게 볼카운트 2-1에서 130km 체인지업을 던졌다가 중전 안타를 맞았습니다. 3번 누네스를 잡았지만 2사 후에 포지에게 좌전 안타를 맞아 1,2루의 위기에 몰리자 로버츠 감독이 마운드로 올라갔습니다. 다음 타자는 역시 좌타자 크로포드였고, 불펜에서는 왼손 스페셜리스트 리버토어가 이미 몸을 풀고 있었습니다.

일반적이라면 좌완 선발이 다음 타자 좌타자를 상대하는 것에 크게 걱정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날 류현진은 분명히 좌타자에게 어려움을 겪었고, 또한 첫 세 경기에서도 좌타자 피안타율이 3할4푼8리에 WHIP가 1.88로 분명히 고전했습니다.

체인지업을 비롯해 많은 변화구를 구사하는 다른 패턴을 보이며 효과적 피칭을 한 류현진은 좌타자 상대로 고전하는 점을 넘어설 비책 마련도 필요해보입니다. 그러나 구속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어 고무적입니다. ⓒ다저스SNS 

로버츠 감독이 투수 교체를 가늠질하며 마운드로 올라간 이 대목은 사실 다가오는 미래의 등판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만약 로버츠 감독이 여기서 류현진을 교체한다면 그의 약점을 인정하는 셈이 됩니다. 배짱 좋은 류현진이지만 자존심에 흠집이 날뿐 아니라 자신감도 위축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감독은 선발 투수의 의향을 물었고, 투수는 자신감을 표시했습니다. 지금까지 류현진의 시즌 등판의 과정을 봐온 감독은 일단 자신의 장수인 투수의 능력을 인정하고 공을 맡기고 내려갔지만 사실 더 큰 과제, 크로포드와의 승부가 남았습니다. 자칫 더 낭패가 될 수도 있는...

초구 완전히 빠지는 공을 그란달 포수가 잘 막아줬습니다. 2구는 체인지업으로 파울볼, 3구는 145km 속구가 빠졌습니다. 그리고 4구째 체인지업이 스트라이크로 균형을 잡았지만 5구째 체인지업이 다시 빠져 결국 풀카운트가 됐습니다. 여기서 류현진은 가장 자신있는, 좌타자의 외곽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구사했고, 빗맞은 공은 3루수 저스틴 터너의 글러브에 안겼습니다. 그렇게 류현진은 6회말을 무실점으로 막고 마운드를 내려왔습니다.

그러나 이날 만난 23명의 타자 중에 3명의 좌타자를 총 8번 상대하는 동안에 2안타와 희생플라이 1볼넷 등으로 1실점, 1타점을 허용했습니다. 삼진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들과의 8번의 대결에서 무려 50개의 공을 던졌습니다.

전체 던진 공의 절반 이상을 3명의 왼손 타자를 상대하느라 소비한 것입니다. 체인지업이 주무기인 류현진은 과거에서 좌타자에 특별히 강한 면을 보이진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날 좌타자들을 상대로 꽤 많은 체인지업을 구사하면서 비교적 효과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슬라이더를 조금 더 예리하게 만들면서 좌타자 공략법을 과제로 삼아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많은 일들이 벌어지는 동안에 다저스 타선은 역시 재기를 노리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5선발 맷 케인을 상대로 6회까지 단 2안타 무득점에 묶였습니다. 6회가 끝났을 때 점수는 0-1로 끌려갔고 류현진이 내려간 후 다저스 불펜이 1점을 더 내줬습니다. 결국 다저스는 1-2로 자이언츠에 패했고, 류현진은 시즌 4패의 아쉬움을 곱씹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올 시즌 류현진이 마운드를 지킨 4경기 21⅓이닝 동안에 다저스가 올린 득점은 4점이었습니다.

이 기사는 minkiza.com, ESPN.com, MLB.com, baseballreference.com, fangraphs baseball 등을 참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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