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탯토리] '봄'에 잘하는 팀이 '가을'에도 잘할까

조회수 2017. 4. 25. 09:2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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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KBO리그 초반 판도 분석

지난 주말까지 KBO리그 각 팀이 치른 경기수는 똑같이 20게임이다.  시즌은 이제 시작이고 페넌트레이스는 길다.  하지만 과거의 통계는 종종 드러난 일부를 통해서 가려진 나머지를 밝혀주기도 한다. 또 유독 강렬했던 몇가지 사건이 왜곡시킨 기억을 사실에 비추어 복원시켜주기도 한다. 

야구에서, 승리의 가치가 계절에 따라 달라질 리는 없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봄의 승리'는 마뜩찮은 '촌놈 마라톤'처럼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가을의 최종순위로 이어지지 못한 봄의 질주는 허망하다는 경험 때문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4월24일 순위표에는 1위 KIA 2위 NC에 이어 LG, SK, kt가 11승9패 승률.550 공동3위에 올라있다.   과거로 돌아가 2005년부터 2016년까지 12시즌에 대해 년도와 팀을 구분해서 세면 102개 팀이 된다. 이중 20경기째 승률이 .550보다 높았던 팀은 모두 37개팀이다.  이들은 봄에 잘했던 팀이다.  그렇다면 이들 중 시즌 끝까지 좋은 성적을 유지했던 경우는 얼마나 될까.

37팀 중 최종성적이 4위 이내였던 경우가 27개팀이다.  비율로 73%이니 꽤 높다.  또 25개팀은 최종 3위 이내에 들었다.  12번 시즌 동안 최고승률팀 중 9팀이 20경기 승률.550+ 팀 중에서 나왔다.   거꾸로 보면 20경기 승률 .550 이하 팀들 중에는 단 3팀만이 승률1위를 기록할 수 있었다는 뜻도 된다. 

20경기는 144경기 시즌일 때는 팀 경기수의 13.9%에 해당되고 128경기 시즌일 때라도 15.6%에 해당된다.  긴 페넌트레이스 중 아주 일부이지만 봄의 성적은 생각하는 것보다 휠씬 더 시즌 전체 성적과 밀접했댜.   지난 12시즌 동안 결과로 보면 봄에 잘한 팀은 가을까지 잘하는 경우가 휠씬 더 많았다.  봄의 질주가 평가절하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트라우마를 가진 팀

물론 봄의 기세가 이어지지 못한 경우도 더러 있었다.  20경기 째 .550 이상의 승률을 기록했지만 최종성적 6위 이하로 밀려난 팀은 5팀이다.

2016SK
20경기 13승7패(2위)  97득점(7위)  81실점(2위)
최종(144경기)  69승 75패(6위/10팀)  753득점 (9위)   784실점(4위)

2006SK
20경기  12승8패   94득점(1위) 69실점(3팀 공동2위)
최종(126경기)  60승65패1무(6위/8팀)  509득점(4위) 535실점(6위)

2014두산
20경기 11승9패 (4위) 103득점(7위) 104실점 (5위)
최종(128경기)  59승 68패 1무(6위/9팀)   687득점(6위) 733실점(6위)

2007롯데
20경기  11승9패 2위  94득점(2위) 77실점(2위)
최종(126경기) 55승68패 3무(7위/8팀) 533득점(4위) 554실점(5위)

2013KIA
20경기 13승6패1무(1위) 128득점(1위) 94실점(5위)
최종(128경기) 51승74패3무(8위/9팀)  587득점(6위) 711실점(공동8위)

봄을 타는 팀

전통적으로 봄에 강한 팀도 있다.  하지만 그게 롯데 자이언츠나 LG트윈스는 아니다.  

두 팀은  열정적인 팬덤, 오랜 암흑기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또 어떤 팬들은 봄에만 반짝했다가 허망하게 무너진 시즌을 말하곤 한다.   하지만 팩트는 좀 다르다.  정확히 말해서, 이 두팀의 최근 12시즌을 돌아본다면 '봄에도 잘한 적이 별로 없다'  또는 봄에 잘했던 시즌은 최종성적도 좋은 편이었다.

처음 20경기를 승률.550+ 로 마친 시즌이 롯데에게 4번 있었다.  이중 3번은 최종 5위 이상, 2번은 4위 이상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엘지는 지난 12년 동안 20경기에서 승률.550+ 를 낸 적이 딱 1번 밖에 없다.  그게 2013년이고 그해 암흑기를 털어내고 가을야구를 경험했다.  그러니 "봄에만 잘한다"는 기억이 있다면 그건 기분 탓이다.   사실을 말한다면 "봄에도 못했었다"

봄에 진짜 강했던 팀은 SK와이번스다.   12시즌 동안 단 2번을 제외하고 모든 시즌에서 20경기가 지났을 때 SK는 항상 팀순위 3위 안에 들어있었다.  또 5번은 1위였다.  여기에는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번의 한국시리즈진출과 3번의 시리즈 우승을 거둔 '왕조시기'도 포함되어 있다.  묘한 것은 침체기에 접어든 이후에도 2013년을 제외하면 12년(3위), 14년(3위),  15년(3위), 16년(2위)에 이어 올해도 처음 20경기에서 탑3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SK와는 좀 다른 식으로 봄의 사연을 갖고 있는 팀은 KIA타이거즈다.  09시즌 기아는 8승11패1무의 다소 부진한 출발을 했다.  하지만 기적같은 뒷심을 발휘하며 그해 정규리그1위와 한국시리즈1위를 차지했다.  20경기에서 5할 이하 승률이었다가 최종순위 1위를 한 팀은 09KIA와 12삼성 두 팀이다.  

반대의 경험도 있다.  2013년 초반 13승6패1무 승률.684로 호조였으나 이후 무너지며 최종순위 8위로 시즌을 마쳤다.   첫 20경기에서 .650이상의 승률을 거둔 팀 중 최하위에 가까운 순위로 내려앉은 팀 역시 13KIA가 유일하다. 

새로운 봄

봄에 사연이 많았던 팀 기아는 올 시즌 20경기 째 14승6패로 선두에 섰다.  하지만 팀득점 95점 팀실점 93점으로 전력지표가 썩 좋진 않다.   KBO리그 참가 2년차부터 벌써 강팀이 된 NC는 2014년 이후 3년 만에 좋은 출발을 하고 있다.  봄에는 늘 강했던 SK, 봄에 잘한 적이 없어서 그렇지 봄에 잘하면 가을까지 잘했던 LG, 3년차 팀 kt가 이어서 공동3위다. 

그런데 kt의 경우는 좀 다른 측면에서 색다른 20경기 기록을 보이고 있다.  11승9패 승률.550의 준수한 순위표와 달리 팀전력의 세부지표가 불안정하다.  팀득점 64점 팀실점93점으로 실점이 29점 더 많다.  팀전력 평가지표인 피타고라스 승률로 0.321에 불과한데 2005년 이후 20경기 피타고라스 승률 .340 이하의 9개팀 중 어느 팀도 최종승률 .400을 넘었던 적은 없다.  

여러 악재와 함께 시작된 2017년 KBO리그는 첫 20경기에서 괜찮은 출발을 보이고 있다.  3년째 이어졌던 극단적 타고성향은 스트라이크존의 확대와 함께 잦아들었고 경기진행도 다소 빨라졌다.  10개팀이  대체로 균등한 전력을 보이며 쉽게 예상하기 힘든 승부를 이어가고 있는 면도 긍정적이다. 

이렇게 2017년의 봄은 진행 중이다.  과거의 경험을 반복할지 아니면 새로운 반전이 더해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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