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박경훈 칼럼] 후반전이 두려운 수원, 그들이 자꾸 비기는 이유

조회수 2016. 5. 2. 09:48 수정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수원의 체면치레에도 가려지지 않는 문제점
최근 맞대결 성적서는 서울이 앞서나, '빅버드'에선 다르다.

자존심은 지켰다. 역대 최고라 불릴만한 시즌을 보내고 있는 ‘라이벌’ 서울을 상대로, 선제골을 터뜨렸고 패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수원은 또다시 후반전에 실점하며 승리를 놓쳤다. 전반 6분 만에 산토스의 득점으로 경기를 주도했지만, 후반 57분 아드리아노의 한방에 당했다. 이로써 5경기 연속 무승부다. 수원이 자꾸 선제골을 넣고도 무승부를 거듭하는 이유는 뭘까?

"후반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을 선수들도 알고는 있다. 악착같이 하는데 잘 안 됐다"
–서정원 수원 감독

수원이 경기막판 집중력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활발한 로테이션 가동에도 선수단 체력이 전체적으로 떨어진 상태다. 경기감각이 부족한 어린 선수들과 군대서 제대한 선수들의 후유증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지난 시즌도 수원은 경기막판 치열한 다툼을 펼쳤다. 많이 득점했고 그만큼 실점했다. 스플릿이 나뉘기 전인 33R까지 만의 기록을 두고 봤을 때, 총 53득점 중 30득점(57%)이 후반전에 터졌지만 20골(56%)을 내줬다.

수원의 회복되지 못한 체력과 집중력 또한 부진의 이유다.

조금 더 면밀히 살펴보면 수원의 부진한 수비력이 눈에 띈다. 지난 시즌 수원은 주로 후반 초에 강했다. 46분부터 75분까지 22득점(42%)을 성공했다. 문제는 그 이후다. 61분부터 경기종료까지 16실점을 기록했다. 전반 막판에도 12골을 내줬으니 무려 실점의 78%가 경기 마무리 시점에 나타난 것이다.

이는 현재 진행형이다. 수원은 올해 75분 이후 무려 6골이나 먹혔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성적을 더하면, 최근 치른 4경기(제주-인천-감바-광주)서 나온 실점 모두 84분부터 나왔다. 특히 지난 시즌 하위 스플릿에 머물렀던 인천과 광주와의 경기는 비교적 약팀을 상대로도 앞서가던 상황에 승점을 놓쳤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일단은 최전방에서 골이 나와줘야 하는데 아쉽다. 2선에서 넣는다 해도 그게 한계가 있다.”
–서정원 수원 감독

설상가상(雪上加霜), 공격력마저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수원의 공격진은 지난 시즌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다. 리그 6골 5도움을 기록했던 정대세가 떠나긴 했어도 여전히 팀 내 득점왕과 도움왕을 차지한 산토스와 염기훈이 건재하고 권창훈과 이상호 또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런데 지난 시즌 60골을 넣으며 리그 최다득점을 기록한 수원의 공격이 말을 듣지 않는다. 방점을 찍을 공격수가 아쉽다. 조동건은 아직 몸이 안 올라왔고 김건희는 갓 프로무대에 데뷔한 신인이다. 또 이고르는 프리시즌 당한 부상으로 전력 외 자원이다. 전체적인 선수들의 체력 및 집중력 저하가 수비 불안정과 공격전개의 한계라는 악순환으로 연결되고 있다.

전반전 수원의 경기력은 팬들의 우려만큼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전략적으로 상대를 잘 대비했다.

이날 수원은 4-1-4-1 형태로 수비조직을 갖춘 채 공간을 틀어막았다. 공을 빼앗으면 철저히 역습을 펼쳤다. 측면 미드필더의 빠른 공격전환이 돋보였다. 서울의 윙백 고광민과 고요한의 뒷공간을 노렸다.

반면 서울은 상대가 측면에서 공을 소유했을 때 공 반대편에 있는 윙백이 내려와 4백처럼 섰는데, 중앙 미드필더와 윙백이 압박 또는 역습을 위해 전진하다 빼앗겼을 때 수비전환이 소극적이다 보니 공간을 노출했다.

이로 인해 수원의 전체적인 포지션은 공격과 수비로 나뉜 듯 보였다. 오장은과 산토스는 각각 수비와 공격진에 가까이 머물렀고 중원은 권창훈의 몫이었다. 권창훈은 측면으로 공이 가더라도 가까이 다가가 공을 받아주고 풀어가려 하기보다 공간을 점유하고 있었다. 팀이 공을 소유했을 때면 어느덧 역습의 시발점이 되어 폭발적인 드리블로 상대의 중원을 휘저었다. 그리고 다시 상대가 가장 많은 공간을 노출하는 측면으로 공을 연결했다. 득점장면은 수원의 전략이 적중한 결과였다.

하지만 수비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수원은 침투와 패스 플레이가 뛰어난 서울의 공격을 막고자 공간을 쥐어짰다. 동시에 빠른 발을 지닌 아드리아노의 곁엔 터프한 수비수를 붙였다. 빠르고 집념이 강한 구자룡은 상대가 돌아서지 못하도록 거칠게 부딪혀 위험지역에서 밀어냈다.

한편 데얀은 거리를 두고 수비가 이루어졌다. 살짝 처져 공을 받으려 하는 움직임으로 인해 이정수와 오장은이 함께 수비했다. 데얀이 깊숙이 침투했을 땐 이정수가 그를 잡아뒀고 행여 데얀이 공을 받으러 내려갈 때면 오장은이 다가가 견제하거나 압박했다.

특히 오장은의 역할은 마치 전북과 서울의 리그 개막전서 ‘깜짝 3백 카드’로 사용한 이호의 역할을 떠올렸다. 수비진을 진두지휘할 뿐만 아니라 때때로 중앙 수비수가 이탈한 공간으로 내려가 5백처럼 서기도 하고 높은 위치에서 상대의 움직임을 예측해 공을 끊어내기도 했다. 투지 넘치는 플레이와 계속 고개를 돌려 주위를 확인하는 노련함은 수원이 분위기를 주도하는 원동력이었다.

결국, 서울 공격수들은 고립됐다. 수원 수비진에 제압당하며 위험지역에서 이렇다 할 만한 볼 터치를 가져가지 못했다. 얼마 전 입대한 신진호가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다카하기가 공격과 중원을 연결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서울의 패스는 수원 수비 뒷공간을 노리지 못했고 예측 가능했다. 따라서 2선에 머무는 선수들의 쇄도와 변칙적인 움직임이 수원 수비진에 혼란을 줘야 했다.

서울이 활기를 띠기 시작한 건 후반전 최용수 서울 감독이 박주영과 이석현을 넣고 데얀과 박용우를 빼면서부터다. 때마침 수원 선수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서울은 더 과감히 상대를 압박했고 투톱과 미드필더의 공격전개가 살아났다.

아드리아노와 박주영은 끊임없이 상대 수비진 주위를 맴돌았다. 자신의 포지션에만 머무르지 않고 움직였다. 특히 아드리아노는 구자룡에게서 벗어나 이정수와 양상민 사이로 이동했다. 이정수는 아드리아노의 빠른 발을 감당할 수 없었다. 게다가 이석현의 투입은 오장은에게 다카하기를 막아야 할지, 이석현을 막아야 할지 선택하게 하였다. 수원 수비진은 상대선수를 제대로 마크할 수 없었고 실점도 이러한 상황에서 벌어졌다.

수원은 실점 이후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 체력적으로 떨어진 팀이 다시 승기를 잡기 위해선 ▲선수교체를 통한 변화 ▲공수 양면에서 함께 움직이며 꾸준히 균형을 맞춰가는 것이 주효한 데 그렇지 못했다.

이번 시즌 이렇다 할만한 활약을 펼쳐주지 못하고 있는 김건희 대신 조동건을 투입해 반전을 노렸지만, 후반 75분과 80분 각각 오장은과 이정수가 체력문제로 인한 부상으로 의도치 않게 교체카드를 모두 사용했다.

이미 서울은 3명의 수비수(박용우와 오스마르, 김원식)가 경고를 받은 상태였다. 이날 수원의 측면 공격 또한 효과적이었기에 되려 김건희와 조동건 두 장신 공격수를 투톱으로 기용하는 전략도 어땠을까 싶다. 투톱이 상대 수비수와 가깝게 머무르며 적극적인 몸싸움을 펼친다면, 체력이 떨어진 수비수들에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경고가 있어 위험지역으로 공이 투입만 된다면 실수를 유도해 퇴장까지 이끌어낼 수도 있었다. 

게다가 김건희 혼자서 3명의 수비수를 상대하며 고립되었을 때와는 다르게, 2명의 공격수만으로도 공간을 만들고 침투할 수 있다. 또, 전방에서 동료들이 올라올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줄 수 있고 상대 5백이 마음껏 전진하지 못하도록 잡아둘 수 있다. 이 경우, 서울의 입장에선 공수 간격이 벌어져 걷어내기 식의 롱패스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원에서의 패스를 통한 뒷공간 침투를 노리는 서울 공격수들이 또다시 고립될 가능성이 생긴다.

수원은 또다시 선제골을 넣고 실점했다. 후반전 나타나는 체력저하와 집중력 부족이 계속 발목을 잡고 있다. 실제로 서울과 경기를 치르기 전까지의 데이터만 살펴봐도 수원은 전북, 포항과 비슷한 피슈팅(상대에게 허용한 슈팅)을 허용해 가장 낮은 피유효슈팅률(44.9%)을 기록했지만, 실점은 더 많았다.

실점하지 않아도 될 걸 실점했단 뜻이다. 경기를 보면 결국 수비실책에 의한 실점이 나오고 있다. 이 수치는 리그 4위에 해당하는 수치임에도 수원의 실점순위는 리그 하위권이다.

2016 K리그 클래식 7R까지의 피슈팅 기록

가뜩이나 힘겨운 수원이 앞으로 ACL과 만만찮은 5월 일정을 넘기고 체력적으로 힘겨운 여름을 어떻게 보낼지가 이번 시즌 관건이다.


분석 = 박경훈, 전주대학교 축구학과 경기분석팀

그래픽 = 전주대 축구학과 경기분석팀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