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리아노는 모두를 기대하게 만든다

조회수 2016. 4. 8. 12:2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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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력과 지능을 겸비한 침투형 공격수

세계적인 공격수들은 몇 가지 공통된 능력을 갖추고 있다. A. 골 결정력과 항상 골에 대한 기대를 갖게 만드는 능력. B. 압박 하에서 볼을 받고 유지하는 능력. C. 볼 없이 다른 선수들에게 공간을 열어주는 능력. D. 상황에 적합한 마무리 기술을 선택하고 사용하는 능력. E. 영리하고 계산된 움직임으로 상대를 따돌리는 능력 등이 있다.

최근 우리 K리그에도 이런 선수가 등장했다. FC서울의 아드리아노(28)가 그 주인공이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과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7경기에 출전하여 11골 2도움을 기록 중이다. 지난 해엔 30경기 15골로 경기당 0.5골을 기록하기도 했다.

아드리아노의 득점 분포는 PTA(Prime Target Area) 지역에서만 11골 중 9골을 터뜨렸다. 그중 6골은 상대 수비 뒤 공간으로 침투하여 얻어낸 찬스였다. 아시아 전역에 '아드리아노 주의보'가 드리웠다.

공간을 노리는 침투형 공격수

FC서울은 3-5-2 포메이션을 사용한다. 한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주세종)가 수비라인 보호 및 볼 배급의 시작점이다. 쓰리백도 빌드 업에 적극 가담한다. 그중 오스마르는 왼쪽측면 사이드라인이나 하프라인 근처까지 가담하여 미드필더들과 패스를 주고받는다.

이러한 공격 작업에서 아드리아노는 수시로 침투 타이밍을 노린다. 중심을 낮춰서 언제든지 수비 뒤 공간을 향해 뛰어 들어갈 준비 과정이다. 미드필더 위에서 침투만 노리는 건 아니다. 데얀과 번갈아서 미드필더 지역으로 내려와서 빌드업에 가담한다. 이러면 상대 수비는 따라 나와야 할지, 제 자리를 지켜야할지 혼란스럽게 된다.

아드리아노는 데얀과 함께 침투형-연계형 투톱으로서 최고의 궁합을 자랑한다. 올해 FC서울에 복귀한 데얀은 미드필드 지역근처까지 내려와서 직접 볼을 받으며 동료들에게 볼을 배급하는 연계형 공격수로 거듭났다. 전성기 때 컨디션은 아니지만, 수준급 기술로 볼을 지켜내며 상대의 견제를 떨쳐낸다.

그 옆에서 아드리아노는 장기인 빠르고 순간적인 침투를 노린다. 영리하고 계산된 움직임으로 수비를 능숙하게 떨쳐내곤 한다. 여기서 숨겨진 아드리아노의 장점은 침투만큼이나 뛰어난 순간 상황 판단이다. 뒤쪽에 머물다 주변에서 패스를 공급하는 데얀, 신진호, 다카하기의 패스 모션이 이루어지는 순간 의도를 읽고 뒤 공간으로 파고든다. 이후엔 가속력으로 수비를 모두 떨쳐내 버리곤 한다.

ACL 2차전 히로시마와 경기에서 그 장점이 그대로 드러났다. 해트트릭 순간 데얀이 신진호에게 볼을 내줄 때 횡 방향으로 접근하다가, 신진호의 힐 패스와 동시에 종으로 침투하며 뒤 공간을 열어내며 슈팅으로 득점했다. 순간적인 침투능력과 상황 판단 센스, 마무리 슈팅 능력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볼을 가졌을 때도 위협적인 선수

패싱게임 과정에서도 영리한 플레이는 그대로 이어진다. 아드리아노는 상대 수비와 부딪히는 상황 자체를 자주 만들지 않는다. 체구가 크지 않지만 공격수로서 경쟁력이 뛰어난 이유다. 수비가 붙기 전에 간결하게 볼을 동료에게 연결하고, 이어서 빈 공간을 향해서 침투 한다.

또한 수시로 기회를 만들기 위한 카운트 무브(Count Move)로 상대를 속인다. 이로 인해서 상대 수비는 아드리아노가 진짜 침투하는 과정에서 따라갈 타이밍을 놓치기도 한다. 침투 순간을 인식하고 막아도 빨라서 막기 어려운 아드리아노의 스피드이기 때문에, 놓치는 찰나의 순간에 수비는 그대로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이는 경기에서 여러 차례 재현됐다. 특히 부리람과 원정에서 아드리아노는 전반 40분 주세종의 스루패스를 향하여 침투할 타이밍을 노리고 있었다. 몸의 중심을 최대한 낮추고 타이밍을 엿보던 상황. 주세종의 패스 모션이 인식되자, 아드리아노는 순간적으로 상대 수비의 등 뒤로 돌아서 침투했다. 이어 골키퍼와 1대1 상황에서 침착하고 재치 있는 토 킥(Toe Kick)으로 득점을 완성했다.

아드리아노의 침투는 직선적이라고 단정하기 힘들다. 빠르고 순간적이지만 때로는 측면으로 빠지기도 한다. 이때 아드리아노를 측면 지역에서 제어하기 위해 상대 수비는 전체적으로 측면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때 반대편에 생기는 공간으로 신진호와 다카하기 혹은 반대편 윙백(고요한, 고광민)은 침투할 공간을 얻게 된다.

이는 세계적인 선수들에게 요구되는 ‘동료선수와 결합한 움직임’과 ‘박스 주변에서 이루어지는 커트 인(Cut In) & 커트 아웃(Cut Out) 움직임’과 일치한다. 아드리아노의 전 방위적인 침투 움직임은 주변에 뛰어난 동료들을 활용할 수 있게 되며, 동시에 그들의 장점을 살려주는 움직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간결하면서도 팀에 도움이 되는 지능적인 선수라는 결론이 나온다. 최근 산둥 전에서 득점은 없었지만, 자신에게 집중된 압박 수비를 역이용하여 동료들에게 공간을 만들어주는 움직임이 돋보이기도 했다.

이렇듯 아드리아노의 활약은 최근 몇 년 간 메말랐던 ‘수준급 외국인 공격수’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을 전망이다. 플레이를 지켜보며 눈이 즐겁고 배우는 맛이 있는 그런 공격수 말이다. K리그 구단들의 자금 악화에 따른 외국인 선수들의 수준도 대체적으로 높지 못 했던 요즘, 한 명의 뛰어난 외국인 공격수가 K리그에 가져올 긍정적 파급효과가 기대된다.

분석 = 박경훈, 전주대 축구학과 경기분석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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