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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륭의 원사이드컷] 전투의 승자는 바이에른, 하지만 전쟁의 승자는 아틀레티코

조회수 2016. 5. 4. 10:5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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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6 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 바이에른 뮌헨 vs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90분간 양 팀은 갖고 있는 모든 것을 전부 쏟아냈다. 4일 새벽(한국 시각)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15/16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 바이에른 뮌헨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2-1로 승리했지만 합계 스코어 2-2를 기록,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결승에 진출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세 시즌 연속 준결승에서 스페인 클럽에게 발목을 잡히며 바이에른에서의 마지막 챔피언스리그 일정을 마감했다. 반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지난 13/14시즌 준우승 이후 다시 한번 결승무대를 밟게 되었다. 

바이에른 뮌헨 vs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양팀의 선수 기용표>

# 관전 포인트

바이에른 뮌헨은 지난 1차전 전반전에 알론소, 비달, 티아고 세 명의 중앙 미드필더와 코스타, 코망의 정직한 측면 배치를 통해 ‘중앙 지역에서 공 소유’와 ‘측면 일대일을 통한 크로스 플레이’를 시도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하지만 후반전 익숙한 플랜A로 전환하며 흐름이 유연해졌고 간결한 터치가 증가하며 ‘아틀레티코 공략법’에 대한 힌트를 찾아냈다.

최근 부상에서 복귀한 보아텡이 센터백에 위치했고 뮬러가 선발 출전했다. 무엇보다 리베리와 코스타가 각각 좌우 측면으로 출전했는데 이들이 정직한 사이드 플레이가 아닌, 안으로 접고 들어오는 패턴을 전개하면서 공격루트가 훨씬 다양해졌다. 이것이 지난 1차전 정직했던 측면 자원의 배치와 가장 다른 부분이였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또한 수비의 리더 고딘이 복귀했다. 다만 고딘이 부상으로 빠진 기간에도 아틀레티코의 수비력은 견고했기에 만약 고딘이 덜 회복된 상황에서 급하게 복귀한 것이라면 고딘의 선발 출전이 오히려 아틀레티코의 수비력에 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경기의 관전 포인트 (출처: 스포티비 중계)

# 힌트는 찾은 바이에른, 전반전을 리드하다.

지난 1차전 후반의 분위기는 확실히 바이에른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준 듯 했다. 올 시즌 홈에서 열린 다섯 번의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전승을 거둔 팀 답게 바이에른은 경기 초반부터 대단히 적극적이였다. 70%의 공 점유율을 유지하며 전반 내내 바이에른은 우세한 경기 운영을 했고 결국 전반 31분, 알론소의 프리킥 골로 선취골을 기록했다. 곧바로 발생한 페널티킥을 뮬러가 실축한 것 외에는 전반전 바이에른의 플레이는 마치 일주일 전 아틀레티코가 전반전에 그랬던 것처럼 완벽했다. 전반전, 바이에른은 몇 가지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1. 키 플레이어는 레반도프스키와 뮬러

두 선수는 전반 내내 아틀레티코의 페널티 에어리어에서 영리하게 움직였다. 좋은 위치에서 공을 받았으며 어려운 경합 상황에서도 공을 잘 지켜내고 연결했다. 

2. 후방에서 연결되는 양질의 중장거리 패스

경기 내내 돋보였던 장면은 보아텡과 알론소 선에서 최전방 레반도프스키와 뮬러의 훌륭한 침투를 겨냥한 양질의 중장거리 패스였다. 중앙선 지점에서 바이에른이 공을 갖고 있을 때 아틀레티코 수비라인은 정비를 하고 있었다. 이 때 순간적으로 바이에른 공격수의 침투가 발생했고 후방에서 20~30미터 거리를 날아가는 전진 패스가 투입되었다.

패서와 리시버가 처음 눈이 맞는 최고의 타이밍에 사람 키보다 조금 높은 높이의 빠른 공중 패스가 투입되다보니 아틀레티코의 수비 블록이 흔들리는 장면이 있었다.

3. 빠른 수비 전환과 측면으로 몰아내기

바이에른은 공격을 전개하다가 빼앗겼을 때 수비로 빠르게 전환했다.

공을 빼앗긴 공격수가그 즉시 첫 번째 수비수가 되어 아틀레티코를 강하게 압박했다.

많은 장면에서 공을 잃은 후 3~4초 후에 다시 공을 차지했고 전방에서 ‘바로 수비’가 잘 안되었을 경우 철저히 측면으로 아틀레티코의 전개를 몰아내며 지난 1차전 아틀레티코에게 여러차례 노출되었던 중앙지역으로 전개되는 역습을 허용하지 않았다.

아틀레티코의 역습을 차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빠른 수비 전환, 즉 '바로 수비'였다.

4. 리베리 & 코스타, 윙어가 안으로 접고 들어올 때 발생하는 다양한 공격 패턴

지난 1차전, 왼쪽에는 왼발의 코스타, 오른쪽에는 오른발의 코망이 정직하게 측면을 공략했지만 아틀레티코의 수비 블록을 파괴하지 못했다. 하지만 오늘 과르디올라 감독은 리베리를 왼쪽, 코스타를 오른쪽에 배치하며 패턴의 다양화를 모색했다.

정직한 크로스 패턴과 달리 리베리나 코스타가 안으로 접고 들어올 때 바이에른은 공격 패턴은 다양해졌다. 크로스를 연결 할 수 있었고, 가운데 위치한 동료와 다양한 조합플레이 (이대일, 삼자 패스, 오버랩, 테이크 오버)를 시도 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개인 돌파에 이은 슈팅까지 가능했다. 

윙어가 안으로 접고 들어올 때 할수 있는 패턴은 많아진다.

수비 입장에서는 머릿속이 단순할수록 편하다. 하지만 바이에른 윙어들의 이런 움직임은 아틀레티코 수비수들의 생각을 많아지게 했을 것이다. 생각이 많아지만 반응 속도 또한 느려진다. 과르디올라의 선택은 분명 성공적이였다.

5. 크로스 상황에서 반대 쪽에 넓게 위치한 람

바이에른의 윙어들은 안으로 접고 들어오기도 했지만 크로스 또한 활발하게 투입했다. 인상적이였던 것은 한쪽 측면에서 크로스가 진행될 때 반대편 풀백의 위치였다. 특히 람이 위치한 오른쪽에 많이 확인되었는데 크로스가 길거나 뒤로 흐를 경우 곧바로 반대편에서 공격을 재시작 할 수 있도록 시야가 충분히 확보된 상태에서 형태를 넓게 잡고 대기했다.

반대쪽에 위치한 람의 포지션

# 경기의 분수령이 된 프리킥과 페널티킥

‘아주 작은 차이로 승패가 갈릴 것이다.’ 경기 전, 아틀레티코 후안프란이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리고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전반 31분, 바이에른은 프리킥 상황에서 알론소가 선취골을 기록했다. 오블락 골키퍼가 세워놓은 수비벽의 왼쪽에는 히메네즈가 위치했고 바이에른의 선수들은 히메네즈 근처에서 열심히 방해 동작을 취했다.

예전 칼럼에서 언급한 것처럼 프리킥 수비 상황에서 수비벽 위치는 골키퍼와 동료 수비수 간의 반드시 지켜야 할 약속이다. 골키퍼가 세워놓은 수비벽의 위치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움직이거나 틈이 벌어지면 곤란하다. ‘한 발’의 이동 때문에 그 공간으로 공이 통과하는 경우도 있고 굴절 상황이 발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에른 선수들은 히메네즈를 공략했고 결국 수비벽에 균열을 만들어냈다. 

3분 후, 바이에른은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코너킥 상황에서 히메네즈가 마르티네즈를 잡는 모습이 확인되었고 샤키르 주심은 확신을 갖고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3분 전 실점 상황에 대해 히메네즈가 심리적으로 흔들렸을까? 코너킥은 마르티네즈의 진행 방향보다 훨씬 뒤쪽으로 흘러갔고 히메네즈가 손이 아닌 몸으로 따라가도 충분히 수비 위치를 잡을수 있는 상황이였다.

세트 피스 상황에서 공격수와 수비수 모두에게 손은 하나의 중요한 옵션이 된다. 상대보다 좋은 위치를 선점 할 수 있는 첫 번째 단계이자 낙하지점을 지켜내는 방패의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손의 사용은 적절해야 한다. 가령 수비수가 양팔을 벌려 자신의 가슴에 상대 공격수를 두면 반칙으로 보기 어렵다. 하지만 손을 사용해 지속적으로 상대를 감거나 움켜쥐면 분명한 반칙 상황이다. 주심이 모든 상황을 확인 할 수 없기에 경합 상황에서 손의 사용은 잘 사용한다면 고급 기술이 된다. 상대가 액션을 취할 때만 살짝 영리하게 잡는 것은 하나의 팁이 될 수 있지만 과하게 손을 사용한 히메네즈가 평정심을 되찾기에 3분은 너무 짧았던 것 같다.


키커로 나선 뮬러가 페널티킥을 성공시켰다면, 그래서 전반전에 만약 바이에른이 두 골을 리드했다면 어땠을까? 결국 이 장면이 오늘 경기의 분수령이 되었다. 페널티킥을 차는 선수의 심리는 크게 두가지다. 

1. 골키퍼의 최종 움직임에 상관없이 미리 생각해 놓은 코스로 킥을 한다.

2. 골키퍼의 최종 움직임을 끝까지 살핀 후 반대로 킥을 한다.

뮬러의 선택은 후자였다. 하지만 오블락 골키퍼는 뮬러가 마지막 킥 모션을 할 때 까지 먼저 움직이지 않았고 이에 뮬러는 당황했다. 골키퍼의 움직임을 끝까지 확인하고 페널티킥을 시도하는 선수들 일수록 마지막까지 골키퍼가 움직이지 않으면 당황한다. 자연스레 임팩트에 자신감이 떨어지고 킥은 골키퍼가 다이빙 했을 때 방어 할 수 있는 범위로 나가는 경우가 많다. 뮬러는 오늘 활발했지만 페널티킥 장면은 올 시즌 바이에른의 시즌 리뷰에 계속 나올 것 같다.


# 바이에른의 단 한 차례 실수, 그리고 아틀레티코의 숨겨 놓은 창

후반 9분, 아틀레티코는 처음 찾아온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앞서 보아텡과 알론소가 후방에서 연결하는 중장거리 패스가 바이에른에게 좋은 공격 루트가 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패스의 질이 좋지 않았을 때, 추가적으로 이후 ‘바로 수비’가 되지 않거나 지연 행위를 하지 못했을 때, 무엇보다 중앙 지역에서 이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얼마나 치명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제대로 보여주었다.

아틀레티코는 단 5번의 원터치 연결을 통해 중앙에서 8초만에 골을 만들어냈다. 바이에른은 지난 1차전에서 당했던 중앙 역습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지만 단 한차례 실수를 아틀레티코가 놓치지 않았다.

핵심 포인트는 그리즈만의 스타팅 포인트이다. 모든 훌륭한 역습에는 그에 걸맞는 우수한 스타팅 포인트가 있다. 그리즈만이 어느 상황에서 스프린트를 시작하는지, 왜 그리즈만이 이런 장면에서 장점을 보이는지 잘 나타난 골이였다. 또한 전방에 위치한 동료가 공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시도되는 전진패스가 얼마나 위험한지 이 장면에서 확인 할 수 있었다.


# 조급해진 바이에른, 레반도프스키는 노력의 대가를 보상 받았으나

아틀레티코의 동점골은 바이에른을 조급하게 만들었다. 무리한 타이밍의 전진 패스가 반복되었고 잘 유지되던 라인 간격과 형태는 조금씩 깨지고 있었다. 시메오네 감독이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꺼낸 카라스코 카드는 역습의 물줄기를 하나 추가했다는 점에서 대단히 효과적이였다. 카라스코는 바이에른의 협력 수비 상황에서도 개인 기술과 속도를 통해 공을 지켜냈다. 아틀레티코의 역습은 동점골 이후 활발해졌고 수비는 더욱 견고해졌다. 

동점 상황 이후 바이에른은 조급해졌다. 하지만 적절한 시기에 세밀함을 다시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조금씩 세밀함을 회복한 바이에른은 후반 29분 레반도프스키의 골로 다시 앞서 나갔다. 필리페 루이스의 위치가 더 좋았지만 비달은 볼의 진행 방향과 루이스의 위치까지 확인하며 점프를 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자신감이 넘치는 헤더를 시도했다. 아틀레티코 입장에서는 루이스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경합했다면 예방 할 수 있는 장면이였다. 

경기 내내 헌신적으로 아틀레티코의 수비진과 경합했던 레반도프스키는 노력의 대가를 보상 받는 골이였다. 하지만 이 경기에서 바이에른에게 더 이상 골은 없었다.


# 토레스의 ‘세컨드 터치’

후반 39분, 이번에는 아틀레티코가 토레스의 돌파 과정에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페널티 에어리어 살짝 밖에서 반칙이 발생했지만 샤키르 주심은 이번에도 단호하게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올 시즌 토레스는 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서 10골을 기록하며 최근 특히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토레스가 공과 함께 질주하는 속도가 향상된 것이 눈에 띄는데 그 중심에는 서컨드 터치, 나아가 서드 터치가 있다.

현대 축구에서 퍼스트 터치의 중요성은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그래서 훌륭한 선수의 첫 번째 조건은 퍼스트 터치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는 세컨드, 서드 터치에도 주목해야 한다. 

1. 퍼스트 터치를 자신의 범위안에 잡아놓으면 수비가 쉽게 도전하지 못한다.

2. 세컨드 터치가 최대한 빠르게 이루어지면 상대 수비 범위를 손쉽게 벗어날 수 있다.

3. 서드 터치는 공격수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해놓는다. 

이 상황에서 토레스는 속도를 유지한 상태에서 완벽하게 세 번의 볼터치를 진행했다. 이 장면은 모든 공격수들이 보고 또 봐야 하는 장면이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과르디올라 감독은 아틀레티코의 결승행을 축하했다. 동시에 ‘오늘 경기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했다. 하지만 바이에른에서 3년간 챔피언스리그 타이틀을 따내는데 실패했다.’라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경기 전 인터뷰에서 팀의 ‘오른쪽 윙어’로 벤치에서 선수들과 함께 뛰겠다고 한 시메오네 감독은 ‘바르셀로나와 바이에른은 상대로 모두 잘했다.’며 결승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양 팀은 상반된 전술로 180분을 소화했다. 그리고 이번 양 팀의 대결에서 다시 한번 현대 축구의 하나의 트렌드를 확인 할 수 있었다. 


“점유율은 반드시 승리로 연결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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