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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인의 야구는 구라다] 정근우 위치 조작(?) 사건

조회수 2015. 6. 24. 09:0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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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잡아. 내려간닭~.' 얼마 전 그들의 연패 기사 끝에 달렸던 댓글이었다.

6월 위기설? 누가 그딴 소리했냐고 야단이라도 칠 판이었다. 적어도 일주일 전까지는 그랬다. 천적 사자들과의 대구 3경기 쓸어담고, 신나게 질주했다. 내친 김에? 선두권도 잡힐듯, 멀지 않아 보였다.

그러던 지난 주. '어~ 어~' 하는 틈에 5연패로 미끄러졌다. 특히 마산에서는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탈탈 털렸다. 대전 돌아가는 길이 참 꿀꿀했다. '비라도 좀 오지.' 하늘도 무심타. 날씨는 왜 그리 멀쩡한지.

주중에 열리는 홈 3연전 상대는 천근만근 히어로즈다. 걸핏하면 연장전. 만나기만 하면 진을 다 빼놓는 불편한 맞수다. 3승 5패로 전적도 열세. 무시무시한 공격력을 어찌 막아야 될 지 답이 없다.

염갈량도 울고갈 픽업 플레이

어제(23일) 경기에서 가장 따끈따끈한 순간은 7회초였다. 3-0으로 앞서던 이글스가 1점 추격을 허용했다. 이글스는 선발 유먼을 내리고, 박정진 - 권혁을 연달아 투입하며 한껏 비상 태세를 높여갔지만 여전히 만만치 않다.

계속된 1사 만루 위기 상황. 9번 김지수를 만났지만 권혁은 별로 압도적이지 않았다. 볼카운트 3-2의 힘겨운 싸움. 천신만고 끝에 얕은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냈다.

1사가 2사로 바뀌었을 뿐, 꽉 찬 주자들은 아직도 남았다. 염갈량은 1번 타석에 대타 서건창을 내보냈다. 볼카운트 싸움이 만만치 않은 그는 바깥쪽 승부구에도 쉽게 당하지 않는다. 스트라이크와 볼이 나란히 2개씩.

잔뜩 긴장감이 감도는 순간, 마운드 위에 김연아가 나타났다. 널찍한 어깨의 권혁이 순식간에 완벽한 '턴'을 이루며 견제구를 쐈다. 창졸간에 허를 찔린 2루 주자는 되돌아가는 걸음을 한발짝도 떼지 못했다. 날다람쥐 같은 정근우에게 3루쪽으로 몰리다가 허망하게 태그 아웃되며 이닝 종료. 이 지점이 사실상 이날 승부를 끝낸 결정적 포인트였다.

이 대목에서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이 있다. 2루수 정근우의 위치다. 말했다시피 타석에는 좌타자 서건창이었다. 그를 대비하기 위해서 2루수는 1루쪽으로 옮겨 자리를 잡아야 한다. 실전에서도 그랬다. SKY SPORTS 중계 화면을 캡처한 <위 사진>과 같은 정근우는 정상적인 수비 포메이션으로 자리 잡았다.

이 경우 2루수에게 2루는 너무 멀다. 따라서 주자는 유격수 움직임만 신경 쓰면 된다. 그런데 정작 작전의 순간 정근우는 어느 틈엔가,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훌쩍 베이스 쪽으로 이동해 있다<아래 사진>.

물론 이건 약속된 플레이다. 수많은 모의 훈련을 통해 만들어진 페이크다. 모든 팀이 연습하는 견제 동작이기도 하다. 다만 얼마나 적합한 타이밍에, 정확한 호흡으로 액션의 합을 맞추느냐가 성공의 열쇠다.

작전은 언제, 어떻게 기획됐나

그렇다면 정근우의 '위치 조작(?) 사건'은 언제, 어떻게 기획됐을까.

상황을 조금만 앞으로 당겨보자. 스코어 3-1이 된 뒤 계속된 1사 만루에 9번 김지수의 타석. 드디어 찬스를 잡은 염갈량은 바쁘게 움직인다. 특히 2루 주자를 향해 뭔가 수신호를 보낸다. 리드를 베이스 라인보다 뒤쪽으로 하라는 지시다.

의도는 두 가지다. 그렇게 되면 유격수가 견제를 위해 베이스로 들어가기 불편해진다. 또 하나의 중요한 의미. 주자가 3루를 돌아 홈으로 가는 회전 반경이 커진다. 그만큼 달리기에 속도를 붙일 수 있다. 즉 짧은 안타에도 동점을 노리겠다는 뜻이다.

다 아시다시피 염갈량은 선수 시절부터 코치 때까지 베이스러닝에 대한 KBO리그 최고의 실력자다. 역시 그런 이력답게 매우 세심하고, 효과적인 지시였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서 출발했다.

2루 주자는 홍성갑이었다. 능란한 주루 플레이와는 거리가 있었다. 그런 상황을 겪어본 일도 많지 않다. 게다가 그는 타석에서 1점을 따라붙는 안타를 쳐냈다. 모처럼 주전 기용에, 적시타까지.. 한껏 업(up) 된 기분은 그를 더욱 공격적인 성향의 주자로 만들었을 것이다.

정근우가 파고든 지점은 바로 이곳이었다. 이글스는 1사 만루→2사 만루에 볼카운트 2-2로 갈 때까지 단 1개의 견제구도 던지지 않았다. 견제는 커녕 권혁은 아예 주자 쪽을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혹시라도 상대가 경계심을 가질까 걱정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눈썰미 좋은 팬들은 혹시 눈치채셨을 지 모른다. 문제의 볼카운트가 된 뒤 권혁이 포수에게 공을 돌려받는다. 이 순간 정근우와 눈을 마주친 뒤 무심한 듯 고개를 한번 끄덕인다. 그리고 세트 포지션에 들어간다. 두 손을 모아 가슴 앞에서 한번 멈춤 동작. 이때부터 정근우와 권혁이 똑같이 속으로 숫자를 센다. 하나-둘-셋. 그리고 발사.

사실 이글스의 픽업 플레이가 벤치의 사인인지, 정근우의 개인기인지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벤치가 간여하기는 워낙 찰라적이어서, 또 2루수의 능력치를 볼 때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서, <…구라다>는 후자쪽이라고 추정한다. 또 사건 직후 벤치에서 환호하는 그들의 반응을 봐도 그런 것 같다는 느낌이다.

<썸데이> 같은 유명한 OST를 불렀던 김동희의 노래 중에 <그대 가까이>란 곡이 있다. 그 중 일부다.

'한걸음 다가와줘요, 한걸음 다가갈께요 ♬언제든 어디든 그대 가까이 있고 싶어 ♪그대 마음을 가져도 되나요,나에게 허락해줄 수 있나요, ♬그댈 어느새 내가 사랑하게 됐나봐내게 와줘서 고마워요..♬ ♪'

백종인 / 칼럼니스트 前 일간스포츠 야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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