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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률의 S담쓰談]'제갈량과 염경엽' 시대 초월의 비원은 이뤄질까

조회수 2015. 7. 4. 12:3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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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경엽 넥센 감독(47)의 별명은 '염갈량'이다. 중국 삼국시대 촉한을 이끈 불세출의 전략가 제갈량을 빗댄 것이다. 사령탑 데뷔 시즌부터 초보 감독답지 않은 전략과 전술로 팀을 가을야구로 이끌어 팬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정작 본인은 별명에 대해 물을 때마다 손사래를 친다. 염 감독은 "원조는 조범현 감독님(케이티)"이라면서 황송해 한다. 조 감독은 KIA의 10번째 한국시리즈(KS) 우승을 이끈 2009년 '조갈량'이라면 찬사를 받은 바 있다.

그러면서도 염 감독은 싫지는 않은 눈치다. 자기가 스스로 부르고 다닌 것도 아니고, 팬들이 붙여준 별명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전술과 전략을 인정받은 것이다. 염 감독은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며 슬그머니 웃는다.

< '올해는 또 다르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지난 2013년 부임 첫 해 팀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지난해 첫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3년째인 올해 다시 우승에 도전한다.(자료사진=넥센) >

그런 염 감독은 올해 세 번째 대권에 도전한다. 2013년 첫 해 넥센의 창단 첫 가을야구를 이끈 염 감독은 선수들과 함께 경험 부족을 절감하며 준플레이오프 진출에만 만족해야 했다. 절치부심, 입을 앙다물고 나선 지난해는 KS까지 진출했지만 역시 우승 문턱에서 분루를 삼켰다.(실제로 염 감독은 KS 패배 뒤 기자회견에서 굵은 눈물을 흘렸다.)

두 번의 경험을 쌓은 뒤 삼세판째다.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반환점을 돈 가운데 일단 전반기는 나쁘지 않다. 신생팀 케이티의 가세로 사상 처음으로 펼쳐지는 10구단 체제 하에서 4위를 달린다. 3일까지 1위 삼성과 승차는 3경기로 크지 않다.

시즌을 치르면서 염 감독과 넥센은 달라졌다. 사령탑 첫 해 염 감독은 장기 레이스와 포스트시즌 운용에서 살짝 경험이 모자랐다. 2013시즌 한때 1위까지 치고 갔지만 결국 3위로 정규리그를 마쳐 플레이오프(PO) 직행이 무산됐다. 두산과 준PO에서는 2승 뒤 내리 3연패, 짧게 포스트시즌을 마쳤다. 창단 첫 가을야구에 나섰지만 진한 아쉬움이 남았던 이유다.

그런 염 감독과 넥센은 지난해는 달랐다. 장기 레이스에서 섣불리 덤비지 않았고, 능력의 최대치에 맞게 1위보다 2위를 택했다. 오버페이스했다가 3위로 내려앉았던 2013년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였다. 가을야구에서도 경험 부족으로 당했던 2013년과는 달랐다. LG 돌풍을 비교적 여유있게 잠재우며 창단 첫 KS에 나섰다.

하지만 또 다시 한계에 부딪혔다. 2012년부터 통합 우승 행진을 이어오던 최강팀 삼성이었다. 넥센은 KS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우승 DNA를 갖춘 선수들이 즐비한 삼성의 높은 벽을 넘진 못했다.

< '이번에도...' 지난해 넥센 선수들이 삼성과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패한 뒤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모습.(자료사진=황진환 기자) >

그래서 올해 염 감독과 넥센은 또 달라졌다. 2년 연속 KS 정상이 무산된 만큼 기존 전략과 전술은 통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변화가 필승 불펜 한현희의 선발 전환이다. 한현희는 지난 2년 동안 넥센 허리를 책임졌던 필승카드였다. 2013년 팀내 가장 많은 69경기 등판, 5승 1세이브 27홀드를 올리며 평균자책점(ERA) 3.21을 찍었다. 지난해도 팀 최다 66경기 4승2패 2세이브 31홀드 ERA 3.20으로 건재했다. 2년 연속 KBO 리그 홀드왕이었다.

이런 한현희의 선발 전환은 모험일 수 있다. 넥센의 필승 공식 중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선발이 5회 이상 버텨주면 한현희가 뒤를 잇고 마무리 손승락이 매조지는 게 넥센의 이상적인 승리였다. 여기에 또 다른 필승조 조상우가 지난해 합류한 것이다. 한현희가 빠지면 단단했던 넥센 필승조는 헐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염 감독은 과감하게 승부수를 띄웠다. 기존 방식으로라면 대업을 이룰 수 없었던 까닭이다. 더 큰 것을 얻기 위한 결단이었다.

지난 2년 동안 넥센의 아킬레스건은 3선발이었다. 외국인 원투 펀치를 받쳐줄 선발 1명이 늘 아쉬웠다. 2013년 넥센 1, 2선발 브랜든 나이트와 앤디 밴 헤켄은 나란히 12승10패를 거뒀다. 그 이후는 고만고만했다. 강윤구(6승), 김병현, 김영민, 문성현(이상 5승), 오재영(4승) 등이었다.

지난해도 밴 헤켄이 20승, 시즌 중 퇴출된 나이트를 대신한 헨리 소사(현 LG)가 10승을 해줬다. 문성현이 시즌 중반부터 힘을 내 9승을 거두진 했지만 ERA가 5.91이나 되는 등 썩 미덥지는 못했다. 정규리그에서, 또 가을야구에서 밀리는 이유였다. 3선발 이후가 넥센은 늘 고민이었다.

반면 통합 4연패를 이룬 삼성은 투타와 공수 모두 안정됐지만 특히 선발진이 풍족했다. 10승 이상 투수가 3~4명은 됐다. 2011년만 다소 흔들린 삼성은 2012년부터는 10승급 선발 투수가 4~5명이나 됐다. 정규리그와 KS까지 통합 4연패를 달성한 이유였다.

이에 염 감독과 넥센은 고질인 3선발을 떨치기 위해 한현희 카드를 냈다.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 한현희는 올해 7승3패를 거두며 밴 헤켄(8승3패)에 이어 팀 다승 2위다. 선발 라이언 피어밴드(6승7패)보다 승수가 많다.

< '내가 어디로 가야 할까요?' 최근 2년 동안 넥센의 필승 불펜에서 올해 선발로 전환해 활약 중인 한현희.(자료사진=넥센) >

염 감독이 이런 수를 쓸 수 있었던 데는 김영민과 김대우 때문이었다. 이 둘이 불펜 공백을 메워줄 수 있으라는 전제 하에 한현희를 선발로 돌린 것이었다. 이것만 이뤄진다면 넥센은 지난 2년의 실패를 딛고 대권에 다시금 도전할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표가 난다고 아직까지 '김-김 카드'는 한현희의 빈자리를 온전히 메우지는 못하고 있다. 3일까지 김영민이 40경기 2승4패 6홀드 ERA 5.98, 김대우가 22경기 2승2패 4홀드 ERA 4.25를 기록 중이다. 산술적으로 둘이 올해 20홀드 정도를 해준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현희는 지난 2년 동안 30홀드 가까이를 해줬다.

1일과 3일 경기가 아까웠다. 승부처에서 이들이 제몫을 하지 못하면서 아쉽게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1일 삼성전에서 넥센은 선발 금민철을 5회 1사에서 내리는 강수를 뒀다. 그러나 김영민이 ⅔이닝 2피안타(1홈런) 3실점했고, 김대우도 ⅔이닝 1피안타 1실점(비자책)했다.

특히 김대우는 다소 무리한 승부로 승계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팀이 7-7 동점을 만든 7회 2사 2루. 김대우는 상대 베테랑 좌타자 박한이에게 적시타를 맞았다. 다음 우타자인 박석민과 승부를 위해 포수가 사실상 빠져 앉았음에도 가운데로 공이 들어간 게 좌전 안타가 됐다. 넥센이 따라가는 분위기에서 나온 아쉬운 장면이었다.

3일 두산전도 진한 여운이 남았다. 넥센은 에이스 밴 헤켄을 앞세워 6회까지 7-3으로 앞서 승기를 잡았다. 그러나 김영민이 1이닝 3피안타(1홈런) 3실점으로 턱밑까지 추격을 허용했고, 김대우도 1이닝 2피안타 1실점으로 연장 승부를 허용했다. 결국 넥센이 7-8 끝내기 패배를 안았다.

넥센으로서는 이 둘의 분전이 절실하다. 필승조 조상우와 마무리 손승락이 있지만 둘만으로는 역부족이다. 김영민, 김대우가 받쳐줘도 한다. 3일 두산전에도 조상우, 손승락은 1, 2일 연투로 등판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염 감독은 "김영민, 김대우가 한현희의 공백을 잘 메워주고 있느냐"는 질문에 "후반기에는 더 잘 해줘야 한다"고 에둘러 답했다. 아직까지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어 "김영민과 김대우가 살아나야 조상우, 손승락도 쉬면서 부담을 나눌 수가 있다"고 강조했다.

< '대우 받으려면 영민하게...' 올해 선발로 전환한 한현희의 필승조 공백을 메우고 있는 김영민(왼쪽)과 김대우.(자료사진=넥센) >

실제로 염 감독의 넥센과 제갈량의 촉한은 공통점이 적잖다. 리그 톱클래스 선수, 삼국시대를 주름잡은 맹장들이 있다. 넥센은 3년 연속 홈런, 타점왕 박병호와 미국으로 진출한 강정호(피츠버그), 지난해 MVP 서건창, 20승 투수 밴 헤켄, 올해 타격 1위 유한준, 필승 계투 조상우, 손승락 등은 각 분야 정상급이다. 촉한도 관우, 장비, 조운, 마초, 황충 등 오호장군은 중원을 떨게 한 용장들이었다.

하지만 층이 상대적으로 얇다. 넥센은 최근 2군 팜 시스템을 통해 새로운 선수들이 올라오고는 있지만 아직 부족한 게 사실이다. 특히 3선발과 필승조 고민을 동시에 해결하지 못한다. 3선발을 채우자니 필승조가 헐겁고, 한현희를 불펜에 두자니 최근 2년 동안의 전철을 밟는 셈이다. 촉한 역시 몇몇 장수들을 빼고는 오와 위에 맞서기가 버거웠다.

제갈량은 주군 유비의 유지를 받들어 위를 치기 위한 북벌을 멈추지 않았다. 중국에서도 손꼽히는 명문(名文)으로 꼽히는 출사표를 던진 뒤 6번이나 군사를 일으켰다. 일각에서는 제갈량의 북벌이 성공하지 못한 점을 들어 이와 관련한 별명 역시 같은 운명을 갈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2009년 조갈량 조범현 감독은 당시 최강팀이던 SK를 넘어 대업을 이룬 바 있다. 별명이 운명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는 사례다.

이제 세 번째 대권 도전에 나서는 염 감독과 넥센. 지난 2년 절반의 성공과 실패를 딛고 성공에 이를 수 있을까. 과연 염갈량의 비원은 이뤄질 것인가.

글=CBS 노컷뉴스 체육팀장 임종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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