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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률의 S담쓰談]'올스타 몰표 딜레마' KBO 전철 밟는 MLB?

조회수 2015. 6. 21. 10:0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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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이저리그(MLB)는 19일(한국 시각) 올스타 팬 투표에서 허위 또는 부적절한 표에 대해 취소 처분했다고 밝혔다. 그 숫자가 무려 6000만 표나 된다. 대한민국 인구보다 많다.

MLB 올스타 팬 투표는 이메일 계정 1개당 35표까지 던질 수 있다. 6000만 표가 6000만 명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 해도 엄청난 숫자다. 알고 보니 한 사람이 여러 이메일 계정을 이용해 투표한 것이다. 다른 사람의 계정을 빌리는 일도 벌어졌다. 팬 투표 마감까지 총 5억 표 정도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6000만 표면 1위를 가를 수 있는 수치다.

팬 투표 결과에 즉각 영향을 미친다. 특히 아메리칸리그 야수 9명 중 8명이 캔자스시티 선수들로 채워졌다. 물론 이 선수들이 올스타에 뽑히지 못할 것도 없지만 타율 2할대 초반에 머물러 있는 2루수 오마르 인판테까지 1위를 달리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 '우리가 무슨 죄인가요?' 각각 한국과 미국 프로야구 올스타전 팬 투표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한화 포수 조인성(왼쪽)과 캔자스시티 2루수 오마르 인판테.(자료사진=스포츠동아, 게티이미지) >

MLB 역사상 최초로 온라인 팬 투표를 실시하다 보니 나온 현상이다. 경기장 등에서 진행되던 실제 팬 투표를 없애고 인터넷과 모바일 등을 통해서만 투표가 이뤄지면서 팬들의 뜻이 왜곡되게 전해지거나 현 리그 최고 선수가 빠지게 되는 부작용이 일어난 것이다. 캔자스시티는 지난해 월드시리즈에 오르긴 했지만 뉴욕 양키스나 보스턴 등 전국구 인기팀은 아니다. 캔자스시티 팬들의 충성심이 과해 벌어진 현상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KBO 리그도 익히 경험한 바다. 2002년 서군 올스타 베스트10은 KIA 선수가 8명이나 됐다. 2003년 삼성과 2008년 롯데는 동군 베스트10 중 9명을 휩쓸었다. 2003년 삼성은 이승엽, 마해영, 양준혁 등 최강의 멤버들이 포진한 면이 있었다고 하지만 KIA와 롯데는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KIA와 롯데는 모두 전국구 인기팀으로 꼽힌다. 여기에 해당 시즌, 특히 투표 기간 팀과 선수들의 성적이 호조를 이루면서 몰표가 생긴 것이다. 문제는 팀 인기와 성적을 업고 다소 개인 성적이 좋지 않은 선수들까지 무혈입성하게 된다는 점이다.

특히 2008년 지명타자로 선발된 마해영(당시 롯데)은 당시 1할대 타율에 허덕이며 2군까지 다녀와 논란을 빚었다. 본인도 "이 성적에 올스타전에 나가려니 쑥스럽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롯데는 2012년에는 올스타전 이스턴리그 베스트10을 싹쓸이하기도 했다. 2013년에는 11년 만의 가을야구를 이뤘던 LG가 웨스턴리그 베스트11을 휩쓸었다. 홈런, 타점 1위를 달리던 박병호(넥센)조차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한 LG 김용의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박병호는 그해 정규리그 MVP 2연패를 이룬 선수였다.

< '체면치레는 했네' 2008년과 2013년 프로야구 올스타전에 각각 지명타자와 1루수 부문 1위로 뽑혀 선발 출전했던 당시 롯데 마해영(왼쪽)과 LG 김용의.(자료사진=오센, 뉴시스) >

KBO 리그는 지난 1998년부터 올스타전에 인터넷 팬 투표 제도를 도입했다. 당시는 엽서, 전화 ARS와 병행하는 방식이었다. 이후 99년부터는 엽서를 없애고 경기장 현장 투표를 2011년까지 진행했다. 2012년에는 인터넷과 모바일에 오프라인으로는 편의점 투표가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과 모바일이 대세를 이루면서 조직적인 표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렇게 올스타전의 취지와 맞지 않는 팬 투표 결과가 나오다 보니 KBO는 지난해부터 선수단 투표를 도입했다. 팬 투표만으로는 기량과 인기를 모두 갖춘 선수를 걸러내기 어렵다 보니 30%의 선수단 의견을 두기로 한 것이다. 일본 역시 2008년부터 선수단 투표를 올스타 선발에 반영한다.

그러자 나름 균형잡힌 올스타전 선발 멤버가 정해졌다. 두산, NC(이상 4명), 삼성, 넥센(이상 3명), 롯데, SK, KIA(이상 2명) 등에 LG와 한화도 1명씩을 배출했다. 베스트 멤버 미 배출 구단이 없는 경우는 2004년 이후 10년 만이었다.

사실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올스타전 팬 투표도 논란이 없는 건 아니다. 지난 15일 발표된 1차 투표 결과 한화 조인성이 나눔 올스타 포수 부문에서 26만5019표로 NC 김태군(23만6425표)에 앞섰다. 조인성은 올해 37경기 타율 1할7푼8리 3홈런 10타점을 기록 중인 반면 김태군은 66경기 타율 2할8푼2리 4홈런 23타점을 올렸다. 특히 전 경기 출전으로 팀의 1위를 이끌고 있다.

여기에 한화는 팬들이 인기 아이돌 그룹 엑소 팬들과 동맹을 맺은 것도 논란이다. 한화팬이 엑소가 음원 순위 1위가 되는 것을 도우면 엑소 팬이 올스타 팬 투표에서 한화 선수를 뽑기로 한 것이다. 한화 팬이 엑소 음원을 구입하면 엑소 팬이 올스타 팬 투표를 하는 방식이다. 엑소 팬 중에는 야구를 모르는 사람들도 있을 터다.

< '프로야구를 좋아한다지만...' 인기 그룹 엑소의 백현이 지난 18일 자신의 SNS에 올린 김성근 한화 감독과 찍은 사진(위)와 프로야구 올스타전 팬 투표 배너.(자료사진=백현 인스타그램, KBO)

하지만 일단 KBO 리그는 여과 장치는 있다. 선수단 투표를 통해 팬심의 왜곡 현상을 바로 잡아줄 수 있는 것이다. 한화 선수들이 잘 하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지만 올스타 자격이 부족한 선수도 있는 게 사실이다.

MLB는 그런 면에서 KBO 리그의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100년이 넘는 역사의 MLB 역시 올스타 멤버 선발을 놓고 홍역을 치른 적이 있었다. 30년대와 50년대 조직적인 표로 두 번이나 팬 투표가 중단된 바 있다. 또 2001년에도 스즈키 이치로가 뛰던 시애틀 선수들이 일본 팬들의 몰표로 올스타 팬 투표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올스타전은 오로지 팬들을 위해 열리는 이벤트 경기다. 최고의 인기와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그야말로 팀을 떠나 꿈의 라인업을 이뤄 대결을 펼친다. 그런 만큼 팬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소속팀에 대한 애정과 충성도가 너무 깊은 일부 팬들의 의견이 전체 야구 팬들의 뜻을 반영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부의 조직적인 활동이 좌우하는 올스타전이라면 특정팀의 경기를 그냥 보면 되는 것이다. 굳이 10개 구단 선수들이 모일 필요는 없다.

과연 진정한 올스타전의 의미는 무엇일까. 팬들을 위한 잔치와 올스타의 자격과 권위, 그 사이에서 해법을 찾기 위한 한, 미, 일 야구 3국의 고민은 계속된다. 여러분이 투표한 선수는 정말 올스타의 자격이 있는 걸까요?

글=CBS노컷뉴스 체육팀장 임종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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