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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률의 S담쓰談]'기가 팍팍?' kt, 2년 전 다짐과 너무 달라진 현실

조회수 2015. 4. 19. 12:5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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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8월 5일. 케이티 조범현 당시 신임 감독(55)의 취임 기자회견이 있던 날이다. 한국 프로야구에 역사적인 제 10구단 사령탑의 취임식이 열린 경기도 수원 라마다호텔은 한껏 들뜬 분위기였다.

2011시즌 뒤 KIA 사령탑에서 물러났던 조 감독은 1년 반 만에 다시 지휘봉을 잡게 된 데 대해 자못 상기된 표정이었다. 당시 취임식에 참석한 취재진과도 반갑게 인사를 하며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행사 전 우연히 화장실에서 마주친 필자에 대해서도 "아,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며 환하게 웃었던 기억이 난다.

< '이때만 해도 분위기 좋았는데...' 조범현 케이티 감독(가운데)이 2013년 8월 5일 취임식에서 권사일 구단 사장(왼쪽), 주영범 단장과 함께 힘찬 새 출발을 다짐하는 모습.(자료사진=케이티) >

당시 케이티는 제 9구단 NC보다 나은 미래를 그렸다. 그해 1군 무대에 합류한 NC는 취임식 무렵 4할 승률의 만만치 않은 전력을 보이고 있었다.(결국 NC는 52승72패4무, 승률 4할1푼9리로 KIA, 한화를 제치고 7위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으로 첫 시즌을 마무리했다.)

기대감은 대단했다. 케이티는 게임 회사인 NC와는 비교가 불가한 국내 굴지의 통신 대기업으로 더 나은 지원이 예상됐던 까닭이다. 당시 구단 사장은 전폭 지원을 약속했다. 기자회견에서 "스타마케팅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내년 선수들 영입하게 되는데 이미 투자 부분은 내부적으로 조율이 됐고 조감독과 많은 부분 얘기를 나눠서 필요한 선수 있다면 과감히 투자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조 감독 역시 이에 고무돼 "NC의 기록을 분석해 내후년 1군 무대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내년 2군에서 경험을 쌓고 내후년 1군에서 경험을 한 뒤 3년째 4강권을 다투겠다"며 장밋빛 미래를 예상했다. 모두 모기업의 대대적인 지원을 염두에 둔 청사진이었다.

하지만 2015년 현재, 패기와 기대에 부풀었던 2년 전 취임식은 먼 기억이 될 위기에 놓여 있다. 18일까지 케이티는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에서 2승15패, 승률 1할1푼8리에 허덕이고 있다. 개막 11연패 뒤 2연승으로 살아나는가 싶었으나 다시 4연패에 빠졌다. 개막 11연패는 2년 전 NC가 경험한 역대 신생팀 개막 최다인 8연패를 넘는 기록이었다.

취임 회견에서 언급된 과감한 투자는 없었다. 당초 케이티는 지난해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대어들을 낚을 '큰손'으로 기대를 모았다. 특히 연고지인 경기도 수원 출신 최대어 최정(SK)을 데려온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하지만 케이티는 시장에서 소극적이었다. LG 박경수, 롯데 김사율, 박기혁 등 알짜배기 FA들을 잡았지만 말한 대로 과감한 투자는 아니었다. 이들 3명의 몸값을 합해도 NC가 2013시즌 뒤 데려온 FA 외야수 이종욱 1명(50억 원)에도 못 미친다. 금액이 전부는 아니지만 '실력=돈'인 프로라면 아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물론 당시 구단 수뇌부의 책임은 아니다. 그들은 이미 다른 인물로 바뀌었다.)

< '우리들도 할 수 있다' 지난 2월 케이티에 입단한 신규 선수들이 조범현 감독(가운데)과 함께 올 시즌 선전을 다짐하는 모습.(자료사진=케이티)

그 사이 시대와 모기업이 처한 상황이 바뀐 게 크다. 대통령이 바뀌면서 의욕적으로 야구단을 창단했던 그룹 수장도 교체됐다. 아무래도 새 회장은 전임 회장의 유산인 야구단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기 마련이다. 여기에 경기 침체로 허리띠를 졸라매라는 서슬푸른 정부의 지시를 따르지 않을 수 없던 현실이었다.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야구발전위원장은 "9, 10구단 창단에 힘쓰고 그 과정을 봐왔지만 NC와 케이티는 조금 다르다"면서 "NC는 게임 회사지만 오너의 야구에 대한 의지가 그대로 반영이 될 수 있는 구조지만 케이티는 정부의 지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생팀은 초반 고전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 지원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NC와 케이티가 처한 리그 상황도 다르다. 한 야구 해설위원은 "NC가 1군에 가세한 2013년은 KIA와 한화 등 이른바 정비가 덜 된 팀이 있었다"면서 "그래서 NC가 7위 승률 4할대의 성적을 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올해는 어느 팀도 만만치가 않다"면서 "전력도 약한 데다 끌어내릴 팀이 없기 때문에 케이티가 고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허약한 선수층에 부상자까지 나왔다. 지난해 퓨처스리그를 씹어먹었던 외야수 김사연이 골절상으로 전반기를 접었다. 주장 신명철과 불펜 심재민 등도 이런저런 부상으로 제 컨디션이 아니다. 유머 감각이 남다른 조 감독도 "부상자가 많아 걱정"이라며 어두운 표정이다. 경험까지 적어 어이없는 역전패도 속출한다.

< '이제 시작이다' 지난 11일 케이티 선수들이 넥센과 원정에서 창단 첫 승을 거둔 뒤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자료사진=케이티) >

허 위원장을 비롯해 많은 야구인들은 "NC 때처럼 신생팀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취재진도 마찬가지다. 앞서 설명한 대로 케이티의 어려운 현실을 알기에 이른바 기자의 특기인 '조지기'보다 격려하려는 기사가 적잖다. (필자 역시 시즌 개막 미디어 데이 자율 인터뷰에서 첫 주자로 김사연을 택해 기사를 쓴 것도 같은 맥락에서였다.)

조 감독은 KIA 시절인 2009년 이른바 '우주의 기운' 발언으로 화제를 모았다. 당시 최강이던 김성근 현 한화 감독의 SK와 맞붙은 한국시리즈(KS)에서 "우주의 기운이 KIA에 돌고 있다"며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그 때문인지 KIA는 SK와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7차전 거짓말 같은 대역전 끝내기 승리를 거두며 진짜로 우주의 기운이 KIA에 도는 것이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조 감독의 '우주의 기운' 발언은 이후에도 회자되며 다른 구단도 가을야구에서 이를 선점하려는 말 그대로 '기 싸움'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 '지완아, 너도 지금 기가 필요하지 않니?' 조범현 케이티 감독(왼쪽)이 KIA 시절이던 2009년 SK와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날린 나지완을 부둥켜안고 기뻐하는 모습.(자료사진=KIA) >

지금 케이티에 필요한 게 바로 '기'(氣)다. 무엇보다 케이티의 광고 문구가 '기가 팍팍, 기가 산다' 아닌가. 동네북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인 케이티가 힘을 낼 수 있도록 모기업의 지원이 필요하다. 여기에 야구계와 팬들의 응원도 받쳐줘야 한다. 기를 팍팍 받아 케이티 선수들의 기가 살아나야 KBO 리그도 살아날 수 있다.

NC도 처음에는 힘들었다. 2013년 개막 7연패를 포함해 4월 성적이 4승17패1무(승률 1할9푼)였다. 현재 케이티는 2승15패, 큰 차이는 없다. 더군다나 케이티는 다음 주 홈 6연전을 치른다. 과연 케이티에 언제쯤 우주의 기운이 팍팍 찾아올 수 있을까.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다. 여러분들의 기운이 필요하다, 그것도 팍팍.

글=CBS노컷뉴스 체육팀장 임종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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