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차현의 스포츠 On Air] 프로의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조회수 2015. 8. 26. 15:0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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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신인선수지명회의(드래프트) 중계는 특히 기억에 남는다.

이번 2016 KBO리그 신인선수지명회의는 MBC스포츠플러스에서 중계되지 못했지만, 2013 신인선수 드래프트까지 중계를 했었다. 아마 한 선수 인생이 뒤바뀔 수도 있는, 혹은 구단의 미래가 뒤바뀔 수도 있는, 그런 역사적인 순간일 수도 있기에 더 기억에 남아있는지도 모르겠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연고지 1차지명제도가 없는 전면 드래프트였기 때문에 회의장이 더욱 치열했다. 고교 및 대학 최대어들이 고스란히 신인선수 드래프트 대상자였고, 좋은 선수를 얻으려는 구단들의 눈치작전도 대단했다.

드래프트 중계에 앞서 1, 2주전 미리 상위 라운드 지명이 유력한 선수들을 파악해 사전 촬영을 하곤 했다. 시청자들에게 어떤 장점이 있고, 얼마나 대단한 선수인지 소개를 하는 영상을 만들기 위해서인데, 직접 소속 학교나 대회장을 찾아가 카메라에 플레이하는 모습을 담아왔다. 이런 미디어의 관심을 마냥 신기해하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벌써 스타가 된 것처럼 오만하게 행동하는 황당한 선수들도 있었다. 물론 후자의 경우 높은 순번에 지명될지언정, 결코 프로에서 기대만큼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한다.

<2012 신인선수 드래프트의 주역들.. 지금보다 훨씬 앳된 모습이다 *중계화면 캡쳐>

특히 2012 신인선수 드래프트는 돌이켜보면 좋은 선수들이 정말 많았다. 최대 수혜구단은 역시 신생팀 NC다이노스였는데, 특별지명으로 투수 이민호와 노성호를 먼저 지명했고 드래프트를 통해 1라운드 9순위로 박민우를, 2라운드 1순위로 나성범을 영입할 수 있었다.

당시 휘문고의 박민우는 다소 의외라는 평가였다. NC가 이미 투수를 2명 영입했기 때문에 포수를 지명해 균형을 맞출 것으로 예상했지만 내야수 박민우를 지명했다. 중계 해설을 맡았던 스포츠 춘추의 박동희 기자도 '의외의 픽'이라며 'NC가 그 만큼 공수주에서 다재다능한 박민우의 가능성을 높게 본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했다. 심지어 인터뷰에서는 박민우 본인도 옆에 친구들을 축하해주다가 갑자기 호명돼서 얼떨떨하다고 말할 정도였다. 물론 지금이야 리그를 대표하는 내야수 중 한명이다.

<박민우 인터뷰>

연세대학교 출신의 나성범은 고등학교 졸업당시 지명을 한번 받았던 선수였기 때문에 규정상 1라운드에 지명될 수 없었고, 자연스레 2라운드 1순위로 NC유니폼을 입게 됐다. 잘 알려진 대로 이때까지만 해도 나성범은 투수 기대주였다. 미리 사전 제작한 영상에도 왼손 투수로 소개가 됐다. 나성범 본인도 지명 후 인터뷰에서 "열심히 노력해서 팀의 에이스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는데, 역시 돌이켜보면 NC에 지명된 게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이었지 싶다.

이 밖에도 2012 드래프트에는 정말 인재가 많았다. 이번 시즌 퓨처스 올스타전 MVP를 차지한 하주석이 전체 1순위로 한화에 지명됐고, 2순위는 넥센의 한현희였다. 2라운드까지 익숙한 이름들이 많이 보이는데, 대부분이 잘 성장해 팀의 주축 선수 혹은 기대주로 평가받고 있다. 2라운드에서 삼성에 지명된, 올 시즌 신인왕 유력후보 구자욱도 눈에 띈다. 구자욱은 당시 지방에 있던 관계로 현장에 오지 않아 아쉽지만 영상자료가 없다.

2011 신인선수드래프트도 못지않게 좋은 선수들이 많았던 기억이다. 지금은 KIA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유창식이 전체 1순위로 한화에 지명됐고 뒤이어 LG에서 임찬규를, 넥센에서 윤지웅(現 LG)을 지목했다. 이밖에 삼성의 심창민, KIA의 한승혁도 1라운드에서 호명을 받은 선수들이다. 한편 최근 LG 불펜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는 임정우도 이때 드래프트에 참가했는데, 당시 4라운드에서 SK에 지명됐다.

특히 기억에 남는 선수는 윤지웅이다. 1라운드 지명 선수들을 모두 라이브로 인터뷰 했는데, 윤지웅의 인터뷰가 아주 인상깊었다. 대학 출신(동의대)으로 4년 늦게 프로에 진출하는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오히려 4년을 더 배우고 연구했다고 생각한다"는 의젓한 대답이 돌아왔다. 현장 관계자들 모두 참 훌륭한 멘탈을 가진 선수라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윤지웅 인터뷰>

지난 월요일에 열렸던 2016 KBO리그 신인선수 드래프트도 많은 유망주들이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을 맞았다. 엄청난 경쟁을 뚫고 프로에 지명된 선수들 모두 축하 받아 마땅하다. 이제 중요한 첫 발을 내딛은 셈이다. 그러나 프로의 세계는 냉혹하다. 결국 실력으로 선택의 이유를 증명하지 못하면 이내 잊혀지고 만다.

일일이 예를 들지 않더라도, 낮은 순번이나 신고선수 출신으로 시작해 지금은 KBO리그의 간판으로 활약하는 선수들이 비일비재하다. 높은 순번이든, 낮은 순번이든 이제는 실력과 노력으로 증명해야 한다. 부디 다들 멋진 프로선수로 성장해 KBO리그를 빛내주길 바란다.

글=박차현(MBC스포츠플러스 PD)

[외부필자의 칼럼은 Daum스포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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