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차현의 스포츠 On Air] 안녕 유리베

조회수 2015. 6. 3.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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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출장에 앞서 동묘역 근처의 완구 거리를 찾았다. 재미있고 다양한 소품들이 많아 완구거리를 가끔 찾곤 하는데, 당시에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캠프 방문을 앞두고 해적 분장을 사는 게 주 목적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LA다저스 캠프에 들고 갈 버블머신이 필요했다.

"유리베랑 같이 버블머신 쏘고 싶어요"

김선신 아나운서의 아이디어였다. 생각해보니 이거 참 재미있을 것 같았다. 지난 시즌 다저스는 홈런을 치고 들어오는 선수에게 버블머신으로 환영해주곤 했었다. 한국에서 온 제작진이 버블머신을 들고 등장하면 자유로운 다저스 선수들에게 더 신선하게 다가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상대로 반응이 꽤 좋았다. 특히 류현진과 매팅리 감독이 아주 좋아했다. 함께 취재하던 미국 현지 기자들도 매우 신선하다며 엄지손가락을 들었다. 그러나 제일 좋아했던 선수는 역시, '국민 형님' 후안 유리베였다.

<버블머신을 쏘며 "파이티이이이잉"을 외치는 유리베>

유리베를 처음 만난 건 작년 스프링캠프에서다. 그때 당시 이미 '국민형님'이 되어있었다. 루키였던 류현진을 경기 안팎에서 누구보다 잘 챙겨주고 친하게 지내며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특히 2013년 디비전 시리즈 4차전에서 역전 투런 홈런을 때려내며 다저스를 챔피언십시리즈로 이끌었다. (상대는 공교롭게도 애틀란타였다)

이 홈런으로 디비전 시리즈에서 극도로 부진했던 류현진은 챔피언십시리즈에서 한 번 더 기회를 얻었고,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부진을 씻어내며 7이닝 무실점의 완벽한 피칭을 선보였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디비전시리즈에서 유리베의 활약이 없었다면 모든 게 불가능했다. MBC스포츠플러스 내에서는 유리베가 방한하면 여의도에서 같이 회식을 하자는 농담반 진담반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유리베를 처음 만났을 때, 오히려 유리베는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이었다.

"당신은 한국에서 매우 인기가 많아요. 알고있나요?"

"네? 제가 한국에서 인기가 많다고요? 왜요? "

"무엇보다 류현진 선수랑 무척 친하잖아요."

"그래요? 당연하죠! '류'랑 저는 '브라더'니까요!!!"

사실 유리베의 거취는 지난 시즌에도 불투명했다. 2013 시즌을 끝으로 FA가 됐고, 다저스는 협상 끝에 결국 그를 잔류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류현진은 2014 시즌을 앞두고 "유리베가 다른 팀에 갔으면 어쩔 뻔했어요. 정말 다행이야"라며 솔직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올 시즌에도 둘의 우정은 변함없었다. 야수조로, 뒤늦게 캠프에 합류한 유리베는 도착하자마자 류현진에게 도미니카에서 사온 기념품을 건넴과 동시에 장난을 시작했다. 류현진은 그에게 버블머신을 쏘며 복수했고 둘이 투닥거리는 장면을, 좀처럼 웃지 않는 잭 그래인키가 흐뭇하게 미소 지으며 바라봤다.

아쉽게도 이제 유리베는 더 이상 다저스에 없다. 갑작스런 트레이드 소식이 당황스럽고 또 아쉽기도 하다. 냉정한 프로의 세계에서 늘 있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유독 더 이번 트레이드 건이 아쉽게 다가오는 이유는 그 대상이 다름아닌, 스스로 류현진의 '브라더'를 자청했던 국민 형님이었기 때문이지 싶다.

트레이드 후 지난 5월 31일, 유리베는 투런포를 쏘아올리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하지만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의 유니폼을 입은 국민 형님은 여전히 어색해보인다.

언젠가 류현진이 재활을 마치고 다시 돌아왔을 때, '류씨 형제'가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입고 있는 유니폼은 다르겠지만 둘의 우정은 아마 그들이 메이저리그 무대를 누비는 동안에는 절대 변치 않을 것 같다.

또, 비록 팀은 달라졌지만 언젠가 꼭 한국에 오면 회식에 초대하고 싶은 마음도 변함이 없다. MBC스포츠플러스가 그 사이 이사를 갔으니, 장소는 아마 여의도가 아닌 일산이 될 것 같다.

글=박차현(MBC스포츠플러스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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