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차현의 스포츠 On Air] 어린이날의 특별했던 중계

조회수 2015. 5. 6. 16:5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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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경기나 되는 KBO리그 정규 시즌이지만 가끔은 특별한 날들이 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시즌이 시작되는 개막전이나 포스트 시즌 외에도 특별한 날이면 방송도 특별하게 해보려는 구상을 한다. 이를테면 지난 만우절에는 오프닝 시그널 음악으로 MBC스포츠플러스의 대표 음악이 아닌, 타 방송사의 음악을 틀어볼까 잠시 고민했는데, 회사의 창립기념일과 맞물리는 바람에 포기해야 했다. 아무리 만우절이라도 창립기념일에 다른 방송사 대표 음악을 틀수는 없으니 말이다.

어린이날이야말로 대표적인 '특별한 날' 중에 하나다. 지난 시즌은 광주에서, 이번 시즌은 마산에서 어린이날 시리즈를 중계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작년 어린이날에는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어린이들 틈에 자연스럽게 섞여있던 김선신 아나운서가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작년 어린이날 시리즈 중계화면. 오른쪽의 여자 어린이는 촬영이 끝나고 김선신 아나운서의 피부가 너무 좋은데 혹시 비비크림을 바른 거 아니냐며 돌직구를 던지기도 했다 >

올해는 베이스볼투나잇 진행 관계로 김선신 아나운서가 마산에 동행하지 못했지만, 제작진이 다른 의미로 어린이날 중계방송을 더 의미 있게 만들기 위해 소소한 콘텐츠를 구상했다.

먼저 아이들에게 KIA와 NC의 선발 라인업 소개를 시켜봤다. 이건 수년전부터 시도하고 있는데 그럴 때마다 더듬거리면서 라인업을 읽는 아이들의 모습이 무척 귀엽다. 이런 더듬거림을 기대하고 시켰는데, 정작 NC의 라인업을 소개했던 어린이는 기대 이상으로 똑똑했다. 단 한 번도 틀리지 않고 거침없이 라인업을 읽어 내려가서 '기획의도'(?)를 좀 벗어나기도 했다.

또 몇몇 선수들에게 직접, 본인의 아이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부탁했다. 사실 어린이날에는 그 날의 주인공인 어린이들의 인터뷰를 많이 해왔는데, 올 해에는 좀 생각을 달리해 어린이날을 함께하지 못하는 아버지들의 목소리도 퍽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사실 시즌이 시작되면 선수들이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은 극히 적을 수밖에 없다. 어린이날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홈구장의 선수들은 가족을 경기장에 초대할 수도 있겠지만 원정길에 나선 선수들은 어쩔 수 없이 어린이날에 '좋은 아빠'가 될 수 없는 처지다.

NC의 이종욱, 김종호, 해커 KIA의 이범호, 브렛필 선수가 흔쾌히 요청에 응해줬다. 국적도 다르고 팀도 다르지만 아버지들의 마음은 다르지 않다. 모두 아들 혹은 딸과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 그리고 오늘 멋진 활약을 할 테니 지켜보라며, 사랑한다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긴장감이 감도는 일반적인 경기 전의 인터뷰와 달리, 선수들의 표정이 무척 밝고 분위기도 좋았다.(해커 선수가 딸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어린이날 방송에 나가지 않았는데, 5월7일 선발 등판이 예정되어 있어서 잠시 아껴두기로 했다)

<세 분 모두 어린이날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 이종범 위원의 자녀는 이미 '청소년'이고, 박재홍 위원, 정병문 아나운서는 미혼이다>

매년 어린이날만 되면 선수들의 어린 시절 사진으로 라인업부터 모든 자막을 바꿔보려 하지만 솔직히 사진 확보가 쉽지 않다. 대신 올 해에는 이종범 위원, 박재홍 위원 등 해설위원과 아나운서들의 어린 시절 사진을 준비했다. 특히 두 해설위원은 오프닝에서 어린이날을 맞아 스냅백 모자도 훌륭히 소화해줬다. 은근히 잘 어울린다.

단순히 144경기 중의 하루지만 어린이날은 역시 특별하다. 아마 모든 채널의 중계진이 같은 마음으로 이날을 더 특별하게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했지 싶다. 물론 경기 내용까지는 직접 관여할 수 없으나, 조금이라도 더 풍성하게 중계방송을 만들고자 했던 이런 소소한 노력들이 시청자분들에게도 흥미 있게 느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박차현(MBC스포츠플러스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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