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청의 타인의 시선] 상대 묶었지만, 실리는 '반'만 챙긴 전북

조회수 2015. 8. 27. 09:4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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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현대는 예고대로 실리를 추구했다. 다만 성과는 반만 얻었다.

전북은 2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감바오사카와의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8강 1차전에서 예상 밖의 카드를 꺼냈다. 최 감독이 경기 전 언급한 '이기는 축구'를 위한 포석은 최철순이었다. 최철순을 원래 포지션인 오른쪽 풀백이 아닌 미드필더로 기용했다. 상대 공격수인 우사미 다카시를 잡겠다는 의도였다.

솔직한 전북, 뒷걸음질 친 감바

의도가 분명한 전북의 포지션 변화에 감바는 생각보다 더 고전했다. 우사미는 활동 반경이 넓고 악착 같은 최철순의 근접 수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FC서울과의 경기에서는 수비를 헤집었던 우사미도 전북의 대인마크에는 큰 힘을 쓰지 못했다. 우사미가 공격의 활로를 찾지 못하면서 감바의 공격은 전체적으로 무뎌졌다.

전반 초반에 성공을 거둔 전북은 전반 중반 이후에도 최철순을 우사미의 맨투맨 카드로 쓰고, 오른쪽 풀백인 김기희도 공격보다는 수비에 치중하게 하면서 감바의 공격 가능성을 차단하려고 애썼다. 효과는 분명히 있었다. 전북이 완벽한 기회를 만들어내지는 못했지만, 감바의 공격은 더 별다른 게 없었다. 패스를 공급하는 엔도 야스히토는 거의 활약할 공간이 없을 정도였다.

감바의 공격은 최전방에 있는 외국인 선수 패트릭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힘이 좋은 패트릭은 공을 받을 수는 있었지만 돌아서기는 어려웠다. 전북의 힘 좋은 수비수 윌킨슨과 김형일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강희 감독의 전략은 확실히 적중했다. 수비적인 부분에서는 분명히 그랬다.

경기가 끝난 후 하세가와 겐타 감독이 "최철순이 우사미를 마크할 줄은 몰랐다. 그래서 전반에 밀렸다"라고 고백했을 정도다.

수비는 OK. 공격은?

전북은 분명 우세한 경기를 이어갔지만, 공격적인 부분에서는 아쉬웠다. 점유율은 좀 더 좋은 편이었는데 정교한 맛이 없었다. 최철순이 사실상 수비에 전념하면서 이재성이 공격 전개를 대부분 담당했는데, 지난 경기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공격 방향이나 전개가 단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전북은 이동국, 이근호, 한교원 그리고 레오나르도를 내세워 공격을 펼치고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히 감바가 박스 안쪽에 많은 선수를 배치하며 밀집수비를 펼칠 때를 극복하지 못했다. 좌우에서 긴 크로스를 올리는 데 그쳤다. 그나마도 이동국이 있었기에 전반 44분과 같은 헤딩슛이 나올 수 있었다. 감바 수비를 부수기에는 부족했다.

후반 시작과 함께 감바가 오모리를 빼고 쿠라타를 투입하면서 전북은 다시 한 번 진영에 변화를 줬다. 우사미가 왼쪽 측면으로 나가자 최철순을 오른쪽 풀백 자리로 보냈다. 그 자리에 있던 김기희는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로 갔다. 최철순은 그대로 우사미의 그림자로 남았고, 김기희는 패트릭의 그림자가 된 셈이다.

공수가 분리된 전북

전북은 후반 13분 루이스(이근호), 19분 정훈(한교원)을 교체 투입하면서 전략을 바꿨다. 이재성을 중앙에서 측면으로 옮기면서 상대적으로 공수의 구분을 확실하게 뒀다. 중원에 있는 김기희와 정훈이 수비적인 역할을 맡기며 2선에 있는 이재성과 루이스 그리고 레오나르도에게 수비 부담을 덜어줬다.

이러한 변화는 공격을 매섭게 만들었다. 이재성과 레오나르도가 양 측면에서 수비를 달고 들어가 중앙에 있는 이동국이나 루이스와 2대1 패스를 통해 슈팅 기회를 만들었다. 후반 24분 이재성이 오른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뒤 루이스와 패스를 주고 받고 왼발 슈팅까지 연결한 장면은 이날 경기에서 가장 좋은 장면 중 하나였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공격과 수비 간에 거리가 멀어지면서 감바가 틈을 비집고 나오는 경우가 많아졌다. 두 명의 선수가 사실상 맨투맨 수비를 하고 있고, 공수간격까지 벌어지면서 공중볼 경합 혹은 슈팅에 이은 세컨볼 상황에서 전북보다는 감바가 공을 잡는 일이 많았다. 감바는 전북 골문 가까운 곳에서 공을 재차 잡아 위협적인 상황을 만들기도 했다.

골대 가까이 가지 못한 증거, 무득점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전북은 후반 종료가 가까워 올수록 매서운 공격을 보였다. 이재성이 쉼 없이 측면을 파고 들었고, 레오나르도는 예상치 못한 중거리슛으로 감바의 골문을 위협했다. 하지만 득점 확률이 높은 페널티 박스 안으로 들어가기는 여전히 쉽지 않았다. 확률이 낮은 곳에서 한 슈팅이 많았다는 이야기다.

전북은 마지막 순간까지 감바의 골문을 열지 못했다. 결과가 이렇게 나오자 전반에 정상적이지 못한 흐름이 더 안타까웠다. 상대가 잘하는 것을 막았지만, 자신들이 잘하는 것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최철순 카드는 묘수인 동시에 정상적인 플레이도 어려워지는 양날의 검이었다. 이는 결과가 증명했다.

물론 2차전이 남아 있고, 원정에서 득점을 할 경우 전북이 더 유리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주중 최다 관중인 23,633명 앞에서 승리하지 못한 아쉬움을 지우기는 어려워 보인다.

글= 류청 풋볼리스트 취재팀장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외부필자의 칼럼은 Daum스포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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