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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청의 타인의 시선] 특급선수보다 구단직원이 더 급하다

조회수 2015. 7. 31. 19:1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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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 직원은 늘었는데, 아직도 일이 줄어드는 기미는 보이지 않네요"

30일 전라북도 완주시 봉동 전북현대클럽하우스에서 만난 한 직원은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전북은 최근 성적과 지역밀착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모두 잘 풀고 있다. 현재 리그 1위와 평균관중 2위(15,940명, 1위 FC서울-17,092명)를 기록 중이다. 선수들은 경기 뛰느라 바쁘고, 구단직원들은 지역에서 벌어지는 각종 행사를 챙기느라 정신이 없다. 이날 저녁에도 익산역에서 최강희 감독과 선수들의 사인회가 예정돼 있었다.

사인회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구단 직원도 익산역 관계자도 현장에 있었던 팬들이 모두 함께 놀랐을 정도다. 전북은 원래 1시간 정도 사인회를 벌일 예정이었지만, 익산팬들의 성원에 모든 팬들에 사인을 해주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결국 행사는 2시간을 훌쩍 넘겼다. 전북의 인기가 얼마나 좋아졌는지 확인한 순간이었다. 감독과 선수 그리고 직원 모두 지친 건 큰 문제가 아니었다. 전북은 다음날 목포로 전지훈련을 떠나야 했다.

전북은 선수를 '긁어 모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모르는 게 있다. 전북은 창단 당시와 비교해 구단 직원도 3배 가까이 늘렸다. 이철근 단장과 최 감독은 지역밀착 만이 살길이라는 것에 공감하고 확실한 방향을 잡았다. 직원을 늘리며 여러 가지 지역사회와 더 많은 접촉을 하면서 확실한 효과도 봤다. 최 감독은 26일 경기가 끝난 뒤 "우승한다고 명문이 아니다. 팬들이 전북을 '우리 팀'이라고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 이날 경기에서 그런 것을 느꼈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많은 이들이 특급선수가 인기를 얻는 지름길이라고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지역밀착이다. 성적은 롤러코스터를 탈 수 있어도 차근차근 쌓은 지역사회와의 신뢰는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 그리고 이 같은 일을 하는 이가 구단 직원이다. 직원을 늘리지 않으면 단순한 정도의 일밖에 할 수 없다. 지금까지 K리그는 선수단에 너무나 많은 인력이 편중돼 있었다. 이런 구조를 고친 팀들은 지역사회와의 연계에 가능성을 보고 있고, 그렇지 못한 팀들은 답보상태다.

2010년 FC서울이 우승과 평균관중 3만(한국프로스포츠 사상 최초, *당시에는 지금처럼 실관중 집계 시스템은 아니었다)을 넘겼을 때도 그랬다. 당시 영업맨 출신의 정종수 사장과 한웅수 단장이 손을 잡고 '관중이 최우선'이라는 목표를 세웠기에 이런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정 사장은 마케팅 부서의 인원을 2배 이상 늘려 15명을 그 부서에 배치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인원이 늘어나니 할 수 있는 일도 많아졌다. 서울은 현재 FOS를 포함해 50명(K리그 최다)의 구단직원을 거느리고 있다.

이런 모법 답안들이 있는데도 K리그 현실은 2010년 당시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구단 수뇌부들이 여전히 관중보다는 성적에 더 큰 비중을 두기 때문에 구단직원을 늘리는 일이 쉽지 않다. "그래도 축구단이 성적이 좋아야지. 축구를 못하면 누가 보러오나"라는 말은 여전하다. 우리는 안다. 축구를 잘해도 명문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성적이 좋으면 관심을 갖는 팬들은 늘어나지만, 그 숫자는 의미 있는 정도가 아니라는 것을 현재 K리그 현실이 증명하고 있다.

K리그는 여전히 육성과 경쟁을 한꺼번에 진행해야 하는 리그다. 경쟁만해서는 매력적인 리그를 만들 수 없다. 몇몇 팬들은 최근 거액의 이적료와 연봉으로 K리그 선수들을 영입하는 중국팀들에 '황사 머니'라는 경멸적인 표현을 쓰고 있다. 그런데 중국 슈퍼리그는 나름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 그곳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은 하나 같이 "한 번 와서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관중들의 응원은 정말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리그의 매력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것 중 하나가 관중동원이다.

정대세는 얼마 전 J리그 시미즈S-펄스로 이적했다. 그는 출국직전 '풋볼리스트'와 한 인터뷰에서 의미 있는 이야기를 했다. 그는 "연봉 공개에 대한 말이 많고, 나 역시 그 과정에서 연봉이 50% 가까이 삭감됐다. 그러다 보니 한국에 있을 이유가 없어졌다. 그러나 연봉 공개에 대한 비판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라고 했다. 그 역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관중을 모으기 위한 노력이라고 했다.

"관중을 모으기 위한 노력을 구단이 해야 한다. 수원도 올해부터 많이 하고 있다. 선수들이 밖에 나가서 지역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운영을 더 많이 해야 한다. 그래야 K리그가 살 수 있다. 어느 정도 연봉을 받는다면 외국에 나가는 것보다 한국에 있는 것이 좋고, 보람을 느낄 수 있다. 연봉 공개에는 그런 의도도 있을 것이다."

K리그 구단 실무자들도 이런 원론적인 사실을 모를 리 없다. 하지만 직원들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더 많은 직원을 뽑아달라"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구단 수뇌부에서 이런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 지금까지 K리그 구단들이 한국축구를 위해 기울인 노력을 폄하할 생각은 없지만,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K리그를 진정으로 살리기 위해서는 특급선수보다 지역과 함께 일할 수 있는 일꾼이 더 필요하다.

글= 류청 풋볼리스트 팀장사진= 전북,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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