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청의 타인의 시선] 女축구 활성화? 학교 중심 구조부터 바꾸자

조회수 2015. 6. 30. 09:4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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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

'2015 국제축구연맹(FIFA) 캐나다 여자월드컵' 16강에 오른 여자 축구국가대표팀이 한국 여자축구계에 관심을 몰고 오는 데 성공했다. 특히 16강 상대인 프랑스 대표팀의 필리프 베르제로 감독이 "프랑스에서는 여자축구가 인기종목"이라고 말하면서 한국 현실이 극명하게 대비됐다. 프랑스 여자축구 선수의 숫자는 약 84000명 정도다. 한국은 1800명 정도.

이런 현실적인 차이에도 여자대표팀이 16강에 오르자 국내에서는 감탄과 함께 '여자 축구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런 분위기에 대한축구협회는 '여자축구활성화 방안'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좋은 흐름이다. 여자축구는 분명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여자축구활성화 방안을 논의할 때 꼭 고려할 게 있다. 현실을 제대로 봐야 한다. 여자축구는 기형적인 구조다. 최상부에 있는 WK리그는 세계적으로 봐도 결코 빈약하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에 비해 그 밑을 떠받치고 있는 하부구조는 열악하다. 숫자가 적은 것도 문제지만, 틀 자체가 근본적인 문제를 지니고 있는 부분도 있다.

결과적으로 WK리그 지원을 늘리고, 현 구조에서 초.중.고대학교 팀 숫자를 늘리겠다는 방안이 나온다면 헛다리를 짚는 게 된다. 그런 대책은 2010년에도 나왔었다. 2010년, U-20, U-17 대표팀이 청소년 월드컵에서 3위와 우승이라는 성적을 거두자 문화체육관광부는 '여자축구 활성화 지원 종합 계획'을 발표했었다.

2013년까지 총 49억 8천만 원을 지원해 당시 57개였던 여자축구팀을 2013년까지 102개로 늘리겠다는 계획이었다. 계획은 원대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변화하는 시대와 하부구조의 문제를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구조적인 문제를 고치지 않고 숫자만을 늘리겠다는 생각은 학교와 학부모 그리고 선수들에게 모두 외면당했다.

학교 팀을 더 늘리는 건 여자축구의 저변을 넓히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한다. 현장에서는 학교에서 여자축구선수를 키우는 데 한계가 왔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학교가 여자축구선수를 둔 학부모들의 요구를 제대로 충족시켜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월드컵 16강을 가는 이 시점에 아예 구조적인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다.

이들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한 부모당 자녀 숫자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독자도 많다. 이런 환경에서는 아이들에 대한 부모들의 관심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소수지만 여전히 학교 여자축구팀에서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추문은 부모들의 발길을 돌리게 만든다. 쉬쉬하는 가운데서도 기본적인 자격을 갖추지 못한 코칭스태프에 대한 원성이 끊임 없이 나오는 현실이다.

학교팀에서는 선수들의 불만이 밖으로 나오기 어렵다. 학교 입장에서는 여자축구팀이 '맡아 주고있는' 객체일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이 지도자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거나, 추문이 바깥으로 나오면 학교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팀 해체다. 지도자는 이 부분을 이용하고, 학생들은 이 때문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학교 팀을 늘리기 보다는 새롭게 여자선수들을 키울 수 있는 구조를 지금 만들어야 한다. 여자축구와 인연이 깊은 김대길 대한풋살연맹회장은 "전국적으로 아주머니 축구클럽들이 잘 갖춰져 있다. 여자선수들을 이 산하에서 클럽식으로 키울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일단 운영주체를 부모들이 믿을 수 있어야 한다"라고 했다.

사실 이런 구조에서 여자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거둔 게 놀라운 일이다. 우리는 다음 월드컵에서 더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한 노력과 함께, 여자선수들이 즐겁게 축구할 수 있는 저변도 마련해야 한다. 축구는 하루 이틀에 끝나지 않는다. 늦었다는 이야기보다는 오래갈 수 있는 구조를 이제라도 만들어야 한다. 물이 들어오고 있다.

글= 류청 풋볼리스트 취재팀장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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