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청의 타인의 시선] 신태용 겸직, 최선의 선택이었을까?

조회수 2015. 4. 28. 08:5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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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선택과 최선의 선택 간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대한축구협회(이하 협회)는 27일 신태용 올림픽대표팀 감독을 국가대표팀 코치까지 겸임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신 감독은 지난 1월 호주에서 벌어진 '2015 호주 아시안컵'에서 한국이 준우승을 차지하는데 큰 역할을 하며 능력을 인정 받았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과의 관계도 좋다. 여러모로 좋은 선택이다.

협회는 "슈틸리케 감독과 기술위원회는 새 인물을 국가대표팀 코치진에 합류시키는 것보다 기존에 손발을 맞췄던 신태용 올림픽팀 감독을 겸직시켜 양팀의 가교 역할은 물론, 올림픽 연령대의 젊은 선수들을 광범위하게 파악하는 것이 향후 국가대표팀 운영에도 더 낫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좋은 선택이 과연 최선의 선택이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아니라고 생각한다. 첫 번째 이유는 효율성이다. 협회는 "올림픽팀의 일정 조율을 통해 신태용 코치가 차질 없이 역할을 수행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설명 속에 이미 한계가 드러나 있다. 두 팀이 각자 필요할 때는 그 팀에서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이야기인데,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에서는 쉽지 않은 이야기다.

협회는 '2015 호주 아시안컵'이 끝나기 전에 이미 이광종 감독의 후임으로 신태용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신태용의 대표팀 내 역할을 누구보다 잘 아는 협회와 기술위원회가 신태용을 올림픽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하며 국가대표팀 코치 겸직시키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정이 겹치지 않는다고 해서 두 자리의 역할을 모두 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회를 1년 앞두고, 아직 본선진출권도 얻지 못한 올림픽대표팀 보다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진다고 할 수 있는 각급 대표팀도 전임지도자가 있다. 전임이라는 말은 전적으로 그 일에 집중한다는 이야기다. 당장 대회가 없더라도 그 연령대 선수들에 집중할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한 까닭이다. 당장 올림픽 본선 진출권을 따내야 하는 올림픽대표팀에 전임지도자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할 필요가 없다. 신태용은 올림픽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며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한다"라고까지 이야기하지 않았던가. 대회가 없어도 선수 파악에 열을 올려야 할 때다.

"국가대표팀이 가장 중요하니 그럴 수도 있는 게 아닌가?"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맞다. 그래서 더욱 겸임이 아쉽다. 신태용은 올림픽대표팀 일정이 있을 때는 국가대표팀을 비워야 한다. 국가대표팀 경기는 친선전과 월드컵과 아시안컵 예선전을 가릴 것 없이 중요하다. 이런 대회를 계속해서 준비해야 하는 코치가 자리를 비운다면 일이 제대로 될까? 슈틸리케 감독은 신태용이 올림픽대표팀으로 간 뒤 "다른 코치 없이 할 수 있다"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 신태용을 다시 데려올 때, 강력하게 복귀를 바란 이도 바로 슈틸리케다. 그만큼 한 사람의 난 자리는 크다.

그 한 사람이 꼭 신태용이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국가대표팀은 어떤 지도자라도 부를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냉정하게 이야기해서 프로팀 지도자들을 제외하면 국가대표팀 코치 자리를 거절할 수 있는 지도자는 별로 없을 것이다. 한국에는 지도자가 많다. 신태용은 좋은 지도자지만, 유일한 이는 아니다. 협회가 신태용을 국가대표팀 코치로 선임했을 때를 돌아보자. 당시에 좋은 반응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신태용과는 다른 장점을 가지고 슈틸리케를 도울 지도자는 분명히 있다. 대체 불가한 지도자는 없다. 리버풀의 전성기를 이끈 빌 샹클리에 지휘봉을 넘겨 받은 밥 페이즐리는 더 큰 성공을 거뒀다.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감독도 그러한데, 코치는 말할 것도 없다.

국가대표팀은 '2018 러시아월드컵'까지 마라톤을 해야 한다. 아시안컵의 열광은 놓아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팀을 새로 짜야 한다. 그렇다면 비교적 수월해 보이는 2차 예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당장 뛸 수 있는 선수들을 선발하고, 1년 후 혹은 그 뒤에 쓸 수 있는 선수들까지 체크해야 한다. 그리고 그 일은 국가대표팀의 관점으로 관리해야 한다. 신태용이 올림픽대표팀을 관리하며 국가대표팀에서의 쓰임새까지 관여하는 것도 좋지만, 앞서도 말했듯이 전적으로 이 일에만 매달리는 지도자만은 못할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부임 이후 경제적인 관점에서 매우 좋은 모습을 보였다. 코치도 한 명만 데려왔고, 한국 축구의 각급 행사에 두루 참석했다. 박수 받을만한 일이다. 하지만 대표팀 감독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대표팀이 좋은 경기력과 성적을 내는 일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쓸 수 있는 가장 좋은 조력자와 선수를 데려다 쓰면 된다. 신태용의 올림픽대표팀 감독 선임에 반대하지 않고 박수를 보냈다면, 이제 다른 조력자를 찾아야 한다. 협회와 기술위원회에 자신이 필요한 능력을 지닌 이를 찾아 달라고 하면 된다. 전술적인 능력, 팀을 아우르는 능력 혹은 선수를 감별하는 능력. 신태용이 했듯 자신을 가장 잘 도울 수 있는 이를 선임하는 게 더 좋은 방법이 아닐까?

또 다른 지도자를 뽑는데 슈틸리케 감독이 주저할 이유가 없다. 신태용이 정 필요하다면 '2016 히우올림픽'이 끝난 뒤에 팀에 합류시키면 될 일이다. 그때가 되면 신태용은 자신이 올림픽대표팀에서 기용했던 이들의 장단점을 모조리 알고 있을 것이다. 올림픽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는 연령대의 선수 중에서 지금 국가대표팀에 들어갈 수 있는 이는 거의 없다. 그렇다면, 선수를 통합관리 해서 등용한다고 해도 시기적으로 1년 후가 더 낫다. 새로 선임한 코치도 그 때쯤이면 자리를 완벽히 잡을 것이고, 신태용은 자신이 가장 능한 부분에서 슈틸리케를 도우면 된다.

국가대표팀은 가장 중요한 팀이지만, 올림픽대표팀도 무시할 수는 없다. 신태용에 지휘봉을 맡겼으면, 그 일에만 전념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게 최선이다. '2016 히우 올림픽'을 준비하는 선수들은 지난 '2012 런던 올림픽'에 나선 선수들보다 화려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들을 하나의 좋은 팀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신태용이 완벽하게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게 국가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이 상생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

글= 류청 풋볼리스트 취재팀장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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