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경의 포토카툰] '영원한 현역', 2002년 영웅들의 은퇴식 다시보기

조회수 2016. 4. 30. 07:1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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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김남일이 2016년 4월 은퇴를 선언했다. 그때의 그 영웅들이 하나둘 필드를 떠나고 있다. 철인 김병지 골키퍼가 아직 소속팀을 찾지 못한 관계로, 사실상 '현역 2002 멤버'는 이제 전남 드래곤즈 소속의 현영민뿐이다.   

물론 은퇴가 완전한 안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지도자로, 해설위원으로 또 축구 행정가로 새로운 축구 인생을 살고 있거나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어쨌든 그들이 직접 뛰지 못한다는 것은 꽤나 아쉬운 일이다. 멀게는 황선홍-홍명보부터 이영표와 박지성, 안정환이 은퇴했고 가장 최근에는 2002년 세대의 막내인 차두리와 이천수도 현역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이제 김남일까지 정든 축구화를 벗었다. 

2016년 4월, 축구 팬들은 또 한 명의 2002년 영웅과 이별했다. 김남일의 은퇴를 아쉬워하며, 그때 그 영웅들이 떠나던 순간을 다시 조명해본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국가대표팀 최초 은퇴 기념경기 가진 황선홍-홍명보

​황선홍과 홍명보는 2002년 월드컵이 열린 그해 11월 브라질과의 평가전을 끝으로 나란히 국가대표팀에서 은퇴했다.

2002.11.20 ⓒ대한축구협회 제공 

2002월드컵 이후 처음으로 열린 A매치에 무려 6만3000명의 관중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았고, 두 명의 월드컵 영웅은 뜨거운 환호를 받으며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축구협회가 국가대표팀에서 은퇴하는 선수를 위해 기념경기를 마련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대한축구협회 제공
ⓒ대한축구협회 제공

이제는 선수보다 지도자의 모습이 더 익숙한 최용수(현 FC서울 감독)와 이운재(현 국가대표팀 골키퍼 코치), 유상철(현 울산대학교 감독) 등 많은 후배들이 그들의 마지막 길을 아쉬움 속에 축하했다.


# 승부차기에서의 환한 웃음, 거미손 이운재

스페인과의 8강전 승부차기가 떠올려지는 거미손 이운재도 축구협회가 마련한 무대에서 은퇴했다. 

2010.8.11 전반전 그라운드에서 나오며 정성룡과 뜨거운 포옹을 나누는 이운재

이운재는 2010년8월11일 통산132번째 A매치 나이지리아와의 평가전을 끝으로 오랫동안 지켜온 대표팀 수문장 자리를 반납했다. 

꽃다발을 전하며 선배에 대한 예우를 갖추던 김영광과 정성룡
“팬 여러분의 큰 사랑을 받아서 행복했다”는 마지막 인사 후 그라운드를 돌며 팬들에게 손짓하는 이운재
후반전 경기를 위해 그라운드에 나오던 선수들이 즉흥적으로 헹가래를 펼치고 있다

하프타임에 열린 은퇴식에서 이운재는 "행복했다"는 인사를 전하며 눈시울을 붉혔고, 그라운드를 나서는 그를 위해 후배들이 즉흥적으로 헹가래를 펼치며 훈훈한 마지막을 장식했다. 


#갑작스런 이별, 박지성-이영표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이 끝나갈 무렵 소문만 무성했던 그들의 은퇴가 사실로 밝혀졌다. 박지성과 이영표는 카타르 아시안컵 대회기간 중 은퇴를 시사했고, 우즈베키스탄과의 3·4위전 종료 후 동료들의 뜨거운 헹가래를 받는 것으로 대표팀 은퇴를 기정 사실화 했다.

2011.1.28 우즈베키스탄과의 3·4위전 종료 후 동료들의 헹가래를 받는 박지성
동료들의 헹가래를 받는 이영표
차두리와 포옹을 나누는 이영표
경기 후 기자회견을 가진 이영표는 해맑은 표정으로 은퇴 소감을 전했지만 눈가는 촉촉히 젖어있었다.   

두 사람은 대표팀 은퇴 후 소속팀에서 선수생활을 조금더 이어가다 2013년과 2014년 국내팬들에게 각자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3만 종이비행기가 수놓은 이영표 은퇴식

2013.11.15 스위스와의 평가전 하프타임에 열린 이영표 은퇴식
이날 은퇴식에는 팬들의 마음이 담긴 3만 여개의 종이비행기가 경기장을 수놓았다 


#박지성의 깜짝 기자회견 그리고 고별전

박지성의 선수생활 은퇴는 대표팀에서 처럼 갑작스러웠다. 2014년 5월14일 수원 박지성축구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지성은 '은퇴'라는 뜻밖의 뉴스를 전했고, 일주일 뒤 열린 PSV 에인트호벤 코리아 투어를 통해 고별전을 가졌다.

2014.5.14 수원 박지성축구센터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
무릎 부상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탓인지 은퇴를 선언한 박지성의 표정은 한결 편해보였다
아들의 은퇴 선언에 끝내 눈물을 보인 박지성 아버지 박성종 씨
2014.5.22 PSV 에인트호벤 코리아 투어에서 팬들의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으며 그라운드를 떠나는 박지성 


#반지의 제왕 안정환의 뜨거운 눈물

2012년 1월 은퇴를 선언한 안정환은 담담한 표정으로 기자회견에 들어섰지만 끝내 참았던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2012.1.31 은퇴 기자회견을 가진 안정환
안정환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순간 그동안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면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안정환은 한 달 뒤 브라질 월드컵 3차 예선 쿠웨이트전 하프타임 때 은퇴식을 가졌다. 가족과 함께 자리한 안정환은 기자회견 때와는 사뭇 다른 표정으로 선수생활의 마지막을 기념했다.

2012.2.29 브라질 월드컵 3차 예선 쿠웨이트와의 경기 하프타임에 열린 안정환의 은퇴식
경기장 곳곳에 그를 응원하는 현수막이 걸렸다
당시 올림픽 대표팀 감독이었던 선배 홍명보도 자리를 빛냈다


#차미네이터 차두리의 눈물

그라운드 위의 터미네이터 차두리는 자신의 은퇴식에서 누구보다 인간다운(?) 모습으로 태극마크를 내려놓았다. 

2015.3.31 뉴질랜드와의 평가전을 마지막으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차두리가 기성용에게 주장완장을 전하고 있다
뜨거운 포옹으로 차두리 은퇴를 응원한 슈틸리케 감독
팬들은 '차두리 고마워' 피켓으로 그의 마지막을 축하했다

뉴질랜드와의 평가전 하프타임에 열린 은퇴식에서 차두리는 차오르는 눈물을 참고 또 참았지만 아버지 차범근의 등장에 끝내 무너지고 말았다. 

회고 영상을 지켜보는 차두리
아버지 차범근의 등장에 눈물을 보인 차두리

그 어떤 영화보다 감동적인 한 장면이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002년 부터 A매치 70경기 이상 출전한 선수가 대표팀 또는 선수 은퇴를 할 경우 은퇴식을 마련해주고 있으며 차두리의 은퇴 이후 설기현, 이천수가 차례로 A매치 하프타임을 활용해 은퇴식을 가졌다.

2015.10.13 자메이카전에서 은퇴식을 가진 설기현
2016.3.24 레바논전에서 은퇴식을 가진 이천수



대표팀이 아닌 소속팀에서 마지막 인사를 전한 선수도 있다.



#전북의 영원한 4번 최진철

전북현대에서만 12년간 몸담은 최진철은 2008년 3월 전북의 홈 개막전에서 팬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으며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2008.3.15 전주월드컵경기장
팬들의 응원에 눈물을 보인 최진철  



#강원도 사나이 이을용 고향에서의 은퇴식

2009년 고향 강원으로 팀을 옮긴 이을용은 2011년 10월 강원FC에서 은퇴식을 가졌다.

2011.10.23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이을용 은퇴식

마지막 경기를 풀타임으로 소화하며 팀을 승리로 이끈 이을용은 경기가 종료된 후 진짜 작별의 순간이 되어서야 눈시울을 붉혀 또 한 번 팬들에게 감동을 전했다.

#대전맨 최은성의 전북에서의 은퇴

대전과 특별한 인연을 가진 최은성은 전북에서 은퇴식을 가지며 대전과 전북 양 팀 서포터의 응원을 동시에 받았다. 

2014.7.20 최은성의 은퇴식에서 대전 서포터가 큰절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이제와 돌이켜보면, 2002년 한일월드컵을 직접 눈으로 담아내고 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커다란 '행운'이었다. 그때의 대한민국을 어떤 글, 어떤 사진, 어떠한 영상으로 온전히 전달할 수 있을까. 무려 14년 전 6월을 이토록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보여준 '꿈은 이루어진다'는 꿈 같은 일을 함께 나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때 정말로 꿈 같은 현실을 살았다. 눈을 떠도 끝나지 않던 꿈 속에서 참 행복했던 2002년의 여름을 우리는 정확하게 기억한다. 

경험치 못한 이들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행운'을 선물해줬던 23명의 2002년 영웅에게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은퇴했어도, 그들은 우리들 마음 속에 영원한 현역으로 뛰고 있다. 심장처럼.  



글 사진=구윤경 기자 (스포츠공감/kooyoonky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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