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경의 포토카툰] 예능이지만 예능같지 않던 청춘FC 오디션 현장

조회수 2015. 7. 7. 12:5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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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초 수원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는 태양보다 더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가뜩이나 기온 자체가 높은 날이었는데 다른 의미의 '공기 온도' 때문에 더 더웠다. 설명을 붙이지 않는다면 예능프로 촬영 현장이라 보기 힘들 만큼 엄숙한 분위기 속에 KBS 버라이어티 예능프로 < 청춘FC 헝그리일레븐 > 의 1차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뜻하지 않게 축구를 포기해야만 했던 축구 유망주를 모집한다는 청춘FC 선수모집 공고에 약 2300여명의 지원자가 몰렸고, 그중 서류심사를 거쳐 선발된 520여명의 선수가 지난 1일~2일 양일간 1차 테스트를 가졌다.

안정환, 이을용, 신태용, 이운재 4명의 심사위원이 그들의 도전을 숨죽여 지켜보고 있었다.

↑경기 전 심사기준을 전달받는 참가자들

↑그라운드 곳곳에 배치된 카메라

경기는 11명씩 팀을 이뤄 30분씩 진행됐고, 시간 관계상 경기가 끝나면 심사평 없이 곧바로 다음 경기가 이어졌다.

↑ 한 팀의 경기가 끝나자 곧바로 다음 팀 평가지를 나눠주는 스태프

↑ 평가지에는 포지션/등번호/이름/나이/키 순으로 최소한의 정보만 기재됐다

"심사는 개인기량보다 팀 워크를 중점적으로 봅니다. 부상 당하지 않도록 위험한 플레이는 자제해주세요"

안정환 감독의 짧은 설명 외에는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고요한 경기장.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처럼 따분(?)하고 진지한 오디션은 처음이었다. '악마의 편집'에 익숙해진 탓일까 편집이 가미되지 않은 실제 현장의 분위기는 적막하기 그지 없었다.

관중이 없는 경기장은 고요했고, 심사 위원석은 더 고요했다.

예능인지 다큐인지 헷갈릴 정도로 무거웠던 분위기. 그 해답은 테스트 다음날 있었던 안정환 인터뷰에서 찾을 수 있었다.

"어제 1차 테스트를 했는데 애들이 밝지 않더라. 열심히 하는데 열심히 하는 표정과 밝지 않은 표정은 다르다. 다 갇혀있고, 억눌려있는 느낌이었다. 축구의 어두운 그림자를 봤다. 학비를 못내 포기한 친구도 있고, 부모님이 돌아가시거나 홀로 된 경우도 있었다. 지도자나 에이전트를 잘못 만난 경우도 있다. 불행해진 케이스가 너무 많더라. 신청을 안한 친구도 많을텐데, 그럼 그렇게 축구를 포기한 선수가 얼마나 많다는 말인가. 한편으로는 이런 일을 축구인들이 했어야하는데... 방송국에서 할 게 아닌데... 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쩔 수 없이' 혹은 '기회를 놓치는 바람에' 포기해야 했던 이들의 사연에 안정환은 진심으로 안타까워 했다. PD의 권유로 시작하게 됐지만 안정환에게 < 청춘FC > 는 더이상 방송을 위한 팀이 아니었다. 그가 오디션 내내 진지하고, 또 진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누군가에게는 축구인생 마지막 도전이 될 시간을 허투루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잠깐! 오디션도 식후경?!

테스트는 아침 일찍부터 저녁까지 이어졌는데, 그중 그들의 진지모드가 풀어진 시간이 딱 한 번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꿀맛 같은 점심시간이었다.

심사할 때는 그토록 과묵하던 그들도 짜장이냐 짬뽕이냐 그것도 아니면 탕짜면이냐 하는 중대 기로 앞에서는 결코 침묵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어렵게 결정한 그들의 선택은?

이날 땡볕에서 짬뽕으로 속을 달랜 그들은 잠깐의 휴식 후 저녁까지 심사를 이어갔다.

"멋있다고들 하는데, 사실 사서 고생이죠~(웃음)" 라며 앓는 소리를 하던 안정환의 목소리가 지금도 생생하다. 사서 고생인걸 알면서 스스로 고생길을 선택한 그의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 누군가에게는 이것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지 모르는 소중한 기회이며 희망일 것이다.

< 청춘FC 헝그리일레븐 > 은 7월 11일 밤 10시 15분 KBS2에서 첫 방송 될 예정이다.

글 사진=구윤경 기자 ( 스포츠공감/kooyoonky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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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재공지]

2012년부터 3년6개월간 달려온 [구윤경의 포토카툰]이 잠시 휴재에 들어갑니다.

사실, 한동안 자리를 비워야한다는 것에 대한 걱정이 많았습니다. 잊히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심장소리가 저에게 용기를 주었습니다. ^^

이제 잠시 평범한 축구 팬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그 시간 동안 한 아이의 엄마로, 지금보다 더 넓은 세상을 담을 수 있는 품을 키워보려 합니다.

힘든 줄 모르고 달릴 수 있도록 포토카툰을 사랑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2016년 더 따뜻하고 알찬 칼럼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돌아왔을 때 더 큰 격려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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