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경의 포토카툰] ACL에서 K리그를 괴롭히는 'From KOREA'

조회수 2015. 5. 22. 07:4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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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윤경의 포토카툰] ACL에서 K리그를 괴롭히는 'From KOREA'

자고로 적은 내부에 있다고 했다. AFC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볼 때면 가끔 그 말이 떠오른다. K리그 팀들과 맞붙는 상대 팀에 한국인 선수가 있을 때가 바로 그런 경우다. 5월1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ACL 16강 1차전 전북과 베이징 궈안의 경기에서도 어김없이 그 말이 떠올랐다. 상대 팀에는 지난해 FC서울에서 베이징 궈안으로 이적한 하대성이 있었다.

적(전북)을 알아도 너무 잘 아는 적(하대성)이었다. 전북에 있는 대부분의 선수를 이미 상대해봤고, 전주성은 그가 1년간 머물렀던 곳이기도 하다. 홈처럼 편한 원정 경기에서 하대성은 패스면 패스, 드리블이면 드리블 종횡무진 필드를 누비며 전북을 괴롭혔다.

승리에 대한 의지가 강했던 하대성은 후반 47분 자오허징의 반칙 상황에 당사자보다 더 흥분한 모습으로 심판에게 달려들기도 했다.

이날 전북에게 1골을 먼저 내준 베이징 궈안은 후반 40분 동점골을 기록하며 1-1무승부를 기록했다. 똑같은 무승부나 원정 베이징에게 성공적인 결과다. 하대성은 이 경기의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무승부의 일등공신이었던 셈이다. 어쩐지 '내부의 적' 같은 느낌을 주는 한국인이었다. 그런 선수는 또 있다.

지난 4월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ACL 조별리그 FC서울과 광저우 에버그란데와의 경기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매년 AFC챔피언스리그에 빠짐없이 출전하는 강력한 우승후보 광저우 에버그란데는 K리그 팀에게 공공의 적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그 속에 강적이 숨어있으니, 광저우 에버그란데 수비라인의 핵심인 김영권이 그 주인공이다.

이 경기에서 김영권은 서울 공격 대부분을 차단하며 단단한 수비를 펼쳤다. 동료들이 지쳐갈 때쯤에는 정신적인 지주 역할까지 톡톡히 해냈다.

↑후반 종료 시간이 다가오자 지쳐있는 동료들을 향해 계속해서 집중을 요하던 김영권

결국 경기는 0-0 무승부로 끝났다. 서울은 끝내 광저우의 벽을 뚫지 못했다. 사실 돌이켜 보면, 김영권의 철벽 수비에 무너진 게 한 두번이 아니었다.

↑2013년10월26일 AFC챔피언스리그 결승1차전 vs서울(2-2 무승부)

↑2014년3월18일 AFC챔피언스리그 32강 vs전북(3-1 광저우 승)

중요한 고비마다 앞길을 막는 광저우의 골문 앞에는 늘 김영권이 있었다.

김영권 만큼 잘 막는 수비수로 J리그의 황석호와 김창수도 있다.

↑가시마 앤틀런스 황석호(사진은 산프레체 히로시마 소속 당시) / 2014년4월1일 AFC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vs서울(2-2 무승부)

↑가시와 레이솔 김창수/2015년2월24일 AFC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vs전북(0-0 무승부)

K리그 팀만 만나면 평소보다 더 강해지니 어쩐지 얄밉기도 하다. 그러나 미워도 미워할 수 없는 그들이다. 경기가 끝나면 적이 아닌 동지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북과의 경기에서 경기 종료 후 최강희 감독과 당시 신홍기 코치를 찾아 인사를 건네는 김영권

K리그 팀들과의 경기를 뛸 때면 김영권은 늘 경기 종료와 함께 우리 코칭 스태프를 찾아 먼저 인사를 건넨다. 그라운드 안에서는 몰라도 밖에 나오면 여전히 예의바른 대한민국 선수인 것이다.

K리그 팀과의 경기는 그들에게 조심스럽고, 더 잘 하고 싶은 경기다. 한국 팀이라서 봐준다는 얘기가 나올까 조심스럽고, 팬들에게는 소속팀에서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기에 더 잘 하고 싶은 것이다. 그들의 건강한 열정이 가끔 K리그의 발목을 잡지만, 그래도 미워할 수 없는 것은 그들이 적이기 전에 대한민국 선수이기 때문이다.

글 사진=구윤경 기자 ( 스포츠공감/kooyoonky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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