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김세훈의 창과 방패] 심판을 범죄인 취급한 이재명 시장의 행동은 잘못됐다.

조회수 2014. 11. 28. 17:49 수정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이건 도를 넘었다. 심판이 못할 때도 있지만 강등여부가 결정되기 직전 미묘한 시기에 구단주가 심판들을 범죄인 취급하면서 판정에 영향력을 미치려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성남 FC 구단주 이재명 시장은 리그 최종전인 성남-부산전을 앞두고 SNS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성남FC..꼴찌의 반란인가? 왕따된 우등생인가?'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글이다. FA컵 우승이라는 성과를 낸 데 대한 기쁨을 표현한 것은 구단주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강등될 때 생길 수 있는 부정적인 현상을 거론하면서 강등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런데 그 다음부터가 문제가 됐다.

 이 시장은 성남이 강등위기에 몰린 것을 잘못된 경기운영 탓으로 돌렸다. 그러면서 성남FC가 오심의 피해를 자주 봤다며 8월17일 부산전(2-4 패), 9월20일 제주전(1-1), 10월26일 울산전(3-4 패) 등을 오심 피해사례로 거론했다. 그러면서 이 시장은 "부정부패하고 불공정한 나라 운영이 대한민국을 망치고 있는 것처럼 불공정하고 투명하지 못한 리그운영은 축구계를 포함한 체육계를 망치는 주범입니다"며 "승부조작 등 부정행위가 얼마나 한국 체육계의 발전을 가로막았는지 실제로 경험했습니다"고 적었다. 판정에 대해 불만이 없는 구단은 없다. 물론 심판계에 문제가 적잖은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리그 최종전을 앞둔 시기에 구단주가 엄포성에 가까운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됐다. 이건 어떤 식으로든 판정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 시장은 심판들을 범죄인 취급했다. 심판들이 모두 잘 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모두 못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프로구단주가 심판 발전 방안을 제시하기에 앞서 공개적으로 심판을 범죄인 취급하고 판정에 정치적인 영향력이 미쳤다는 식으로 주장하는 것은, 비롯 심판계 정화를 위해서 했다고 해도, 방향을 잘못 잡았다.

성남-울산전 주심은 오심으로 최종적으로 분석돼 배정정지를 받았다. 그러나 성남-부산전 주심은 21라운드 주심평가 1위에 선정됐고 성남-제주전 주심은 27라운드 주심평가 2위에 랭크됐다. 연맹은 경기가 끝나면 다양한 인사들이 포함된 7명이 심판 판정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내리고 그걸 점수화한다. 물론 팔은 안으로 굽는다면서 이것에 대한 신뢰성조차 없다면 그 또한 슬픈 일이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 시장의 발언은 갈수록 도를 넘었다. 이 시장은 팀이 강등될 경우 팀 운영에 대한 걱정을 밝혔다. 이 시장은 "대폭 축소된 선수진으로 출전을 강행해 핸드볼 경기 수준의 실점을 하며 나라 망신을 시키거나, 예산과 실력의 현실을 인정하고 출전을 포기하는 것..이 두가지 모두 대한민국의 명예는 물론 한국 축구계에 먹칠을 하는 것입니다"면서 "그렇다면 그 외에 어떤 선택이 있을까요? 다른 선택지를 아직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좋은 제안이 있으면 제시해 주시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이게 정말 충심으로 나라를 걱정하는 뜻에서 한 말이라고 볼 수 있을까. 강등될 경우 예산이 줄고 그렇게 되면 챔피언스리그에서 핸드볼 스코어로 패하는 걸 이해달라는 것인가. 축구가 돈 많은 팀이 무조건 이기고 돈이 적은 팀이 무조건 대패하는 판인가. 그리고 출전권 포기를 선언한 것은 아니지만 챔피언스리그에서 핸드볼 스코어로 패하는 걸 피하기 위해서 강등될 경우 출전권 포기 등에 대한 이야기를 거론하는 게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이 시장은 강등될 경우 구단을 없애겠다 또는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반납하겠다는 말을 확정적으로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시장이 과연 자기표현대로 한국축구를 걱정해서 이렇게 과도하게 말을 했는지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이 시장의 글을 본 축구팬들 중 과연 얼마나 많은 팬들이 이 시장이 한국축구를 걱정해서 이 같이 말했다고 생각할까. 아마도 그렇게 생각할 팬들은 이 시장 생각보다 많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심판 수준이 떨어진다고 해서 공공연하게 심판을 범죄인, 잡배 취급하는 게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심판을 범죄인, 잡배 취급하는 구단주의 수준은 과연 높은 것인가. 이 시장은 지난 8월 부산이 성남을 이긴 게 대한축구협회장이 현장에서 경기를 봤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그렇다면 이번 부산전에 앞서 자신이 이같이 공개적으로 말한 게 판정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만일 부산이 패한 뒤 "성남 구단주가 SNS를 통해 공개적으로 심판진에 대해서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한다면 이에 대한 이 시장의 대응논리는 과연 무엇인가.

 심판은 잘 할 때도 있고 못할 때도 있다. 인간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리고 한국 심판계에 문제가 적지 않다는 것도 안다. 그리고 연맹과 협회가 나름대로 심판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축구는 본래 아주 작은 게 큰 승부를 가리기 때문에 판정 시비는 축구가 존재하는 한, 없어질 수 없는 것이다. 설사 고성능 컴퓨터로 판정한다고 해도 판정에 대한 불만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처럼 구단주가 심판을 범죄인, 잡배 취급한다면 축구에 대한 일반인들의 시각은 어떠해질까. "축구는 항상 문제 덩어리야" "축구 심판들은 양아치인가" "그러니 축구가 인기가 없지" 등 이런 식의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좋지 않은 K리그에 대한 시선이 더 나빠질게 분명하고 K리그에 대한 평가도 악화되게 마련이다. 심판이 잘못한 것을 덮어주고 넘어가자는 게 아니다. 심판이 잘못해도 리그 전체, 축구 전체를 위해서 정제된 방식으로 어필하면서 심판 발전을 위한 방안 마련에 머리를 맞대야 하다는 말이다.

 이 시장이 의견을 표현하는 것은 자유다. 물론 답답하고 불안한 마음을 표현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심판을 범죄인 취급하는 것은 리그 자존심과 정체성 등을 스스로 깔아뭉개는 행위다. 내뱉은 말을 거둬들 수도는 없지만 그래도 이 시장의 사과 또는 해명이 필요하고 본다. 이 시장의 글은 답답함의 표현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과격했고 너무 무서웠고 너무 폭력적이었다. 이 시장의 심정은 한편으로는 이해할 만도 하지만 그의 행동에는 박수까지 보내고 싶은 마음은 없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