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우의 1S1B] 'AG '배려' 엔트리, 독이 든 사과다'

조회수 2014. 7. 29. 15:0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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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부탁하지도 않았지만..28일 발표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 최종 엔트리를 평가해 보라고 한다면 'B-'정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누가 봐도 최선의 엔트리는 아니다. 누가 더 낫고 말고를 고민하기 보단, 최대한 군 문제를 고려한 구성이라는 건 명단을 한 번만 훑어봐도 알 수 있을 정도다.

다만 아시안게임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대회이고, 선수들이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기회이며, 뽑힌 선수들의 실력 또한 꽤 훌륭하다는 점에서 만회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팬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표팀 명단이 발표되면 크게 한 번 뒤집힐 것 같은 분위기였지만 오히려 매우 평화로와졌다. 아쉬움이야 있겠지만 금쪽 같은 선수 몇몇은 공백 없이 만날 수 있게 됐다는 안도감이 불만을 잠재운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왕 선발을 끝낸 만큼 부디 좋은 성적으로 목표한 바를 이뤄주길 바라는 마음 또한 모두가 같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야구에서 금메달을 따고 원하는 바를 이룬다 해도 이번 엔트리 선정 과정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점을 만들었다. 이 나라의 야구는 필요에 따라선 언제든 '원칙'을 무너트릴 수 있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당초 원칙은 '현 시점의 최고 선수'였다. 류중일 감독에게 엔트리에 대한 고민이 클 것 같다고 물으면 한결같이 "어려울 것 없다. 최고 선수들 데려가면 된다. 백업 선수 한,둘 정도만 고민일 뿐"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모두가 아는 것 처럼 그 원칙은 철저하게 무시됐다.

누가 들어갔어야 하고 빠져야 한다는 논쟁을 원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렇게 무너진 원칙이 앞으로 우리에게 더 큰 화가 되어 돌아오진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까지 감추긴 어렵다.

군 미필 선수에 대한 배려는 '국가대표'라는 명예를 흔들리게 했다. 예비 엔트리가 발표됐을 때, 몇몇 특급 선수들은 기자에게 "내가 물러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를 물어왔다.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기자는 고개를 저었다. 국가대표의 의미가 퇴색되어선 안된다는 이유를 댔다. 최고들이 모인 자리에서 얻게 된 기회를 잡아야 진정한 의미의 세대교체가 된다고 믿었다. 엔트리 발표 후 그들을 보면 뭐라 해야 할지 할 말을 아직 찾지 못했다.

일개 개인의 미안한 마음을 풀어달라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무너진 원칙이 앞으로 한국 야구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모두가 먼저 걱정하고 준비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 야구는 신뢰의 위기에 휘청였다. 심판에 대한 불신은 결국 이도 저도 아닌 우스꽝스러운 반쪽짜리 비디오 판독 도입이라는 촌극으로 이어졌다. 제도 도입 후 매일 같이 이에 대한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 신뢰의 위기는 이미 오래 전 경고음을 내고 있었지만 누구도 먼저 움직이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가 왜 이런 상황을 만들었는지 몰라도 이번 대표팀 엔트리는 선정 과정에서 숱하게 많은 거짓말을 만들어냈다. 스스로 불신을 자초했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아이들의 동화에서도 먹기 좋은 사과 속에 독이 들었다는 걸 먹어보고서야 알게 되는 것이 얼마나 우매한 것인지를 경고하고 있다.

적어도 한국 야구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이라면 이 무너진 원칙을 부끄러워하고 걱정하며 닥쳐올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끝이 아닌 시작일 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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