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어라운지] 중국·필리핀은 어떻게 아시아최강리그가 됐나

조회수 2015. 9. 3. 07:40 수정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한국농구, 세계와 소통해야 한다

자국리그가 인기가 많고 강해야 대표팀도 성적을 낼 수 있다. 아시아최강농구리그로 군림하고 있는 중국과 필리핀이 시사하는 점이다.

2015 KCC 아시아 프로농구챔피언십이 2일 인천삼산체육관에서 개막했다. 한국, 중국, 필리핀의 상위팀들이 비시즌 자웅을 겨루는 의미 있는 대회다. 첫 날 경기서 모비스는 중국리그 2위 랴오닝을 91-61로 크게 이겼다. 이어진 경기서 동부는 필리핀 컵대회 우승팀 토크앤텍스트를 110-71로 대파했다. 개막이 코앞인 KBL에 비해 다른 팀들은 외국선수도 뛰지 않는 상황이라 승패는 의미가 없었다. 대신 중국과 필리핀 리그에 대해 배울 점이 많았다.

▲ 막강한 자본의 힘, 중국 CBA

현재 중국 CBA리그는 경제규모에서 단연 아시아 최고리그다. 국내선수들의 연봉은 높지 않지만 외국선수들은 이야기가 다르다. 스테판 마버리, 그렉 오든, 안드레이 블라치 등 NBA출신 선수들이 수십 억 원의 연봉을 받으며 뛰고 있다. 높아진 팬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각 팀들은 경쟁적으로 더 비싼 선수를 수입하고 있다.

CBA에는 아시아선수를 외국선수로 치지 않는 '아시아쿼터제도'가 있다. 전 시즌 성적 하위 5팀이 아시아쿼터로 선수를 추가로 영입할 수 있다. 이란의 국가대표 삼총사인 하메드 하다디, 마흐디 캄라니, 니카 바라미도 이 제도를 통해 CBA에서 뛰고 있다. 자연스럽게 리그의 수준이 올라갔다. 한 때 중국에서 이승준, 문태영, 양동근을 아시아쿼터로 수입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CBA에서 대만과 홍콩선수는 자국선수로 간주한다. 대만대표팀 핵심멤버들도 대만슈퍼리그가 아닌 CBA에서 뛰고 있다.

중국리그의 막강한 자본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궈 쉬치앙 랴오닝 감독에게 해답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CBA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팬들에게 얻는 티켓수익이 짭짤하다. 본사에서도 후원을 많이 해줘서 경제적 지원이 많다.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 외국선수를 영입하는데 용이하다"고 밝혔다.

NBA급 선수들이 리그를 잠식하면 자칫 국내선수가 위축되지 않을까. 하지만 지도자 입장에서 실보다 득이 많다고 한다. 궈 쉬치앙은 "긍정적인 측면이 더 강하다. NBA에서 뛴 선수가 오면서 기존 선수들의 능력이 향상됐다. 같이 게임을 뛰면서 단체의식이나 프로의식이 더 좋아졌다. NBA선수가 오면서 기술적인 코칭도 해주고 전략적으로 도움이 된다. 선수들끼리 교류를 통해 개인적인 문제점도 잘 이야기해준다"며 긍정적인 면을 더 부각했다.중국은 유망주들의 해외진출에도 많은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랴오닝의 허 티엔주(25)는 지난 여름 NBA 서머리그에서 기량을 갈고 닦고 왔다. 206cm 신장을 가진 그는 모비스전에서 리오 라이온스를 막고, 3점슛 두 방을 쏘는 등 장신포워드로 위력을 발휘했다.

랴오닝 감독은 "허 티엔주가 NBA 서머리그를 뛰었다. 경기에 적응하고 자기 실력을 발휘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팀 농구에 대한 이해도가 더 좋아졌고 성장을 많이 했다. 몸싸움도 예전보다 좋아졌다. 서머리그를 뛰고 와서 성장한 점"이라고 덧붙였다.

허 티엔주가 NBA 서머리그를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은 본인의 노력과 NBA의 관심도 있지만, 그를 물심양면 지원한 중국구단의 도움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 배경에 중국시장에 대한 잠재적 가치도 한 몫을 했다. 자비로 미국에 갔다가 큰 소득 없이 돌아온 이종현과는 처음부터 출발점이 달랐던 셈이다.

▲ 농구가 국기인 나라, 필리핀 PBA

아시아 프로농구챔피언십 첫 날 경기에 1283명의 관중이 왔다. 평일 낮에 경기가 열렸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흥행은 참패였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있다. 관중석에 수 백 명의 필리핀 사람들이 찾아왔다. 필리핀의 인기팀 토크앤텍스트를 응원하기 위해서였다.

퍼디난드 라베나 토크앤텍스트 감독으로부터 필리핀 농구인기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다. 그는 "필리핀에서 농구가 1등 스포츠다. 우리 선수들 아주 유명하다. 국가대표팀 선수 5명을 거느리고 있다"면서 웃었다.

필리핀 감독은 천 여명의 관중들 앞에서 경기한 것이 처음이라고 한다. 필리핀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그는 "한국 관중이 적어서 놀랐다. 아마 홍보가 안 된 것 같다. 내일은 더 많이 올 것 같다. 한국의 필리핀 사회에서 우리가 한국에 온 사실을 몰라서 그러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서 한국과 필리핀이 맞붙었을 때 약 3000여명의 필리핀 사람들이 삼산체육관을 지배했던 경험이 있다. 말로만 듣던 필리핀의 농구사랑은 어마어마했다.

라베나 감독은 동부의 특정선수 이름은 기억하지 못했다. 그러나 김영만 감독의 얼굴은 또렷하게 기억했다. 김 감독이 90년대 국가대표 주전포워드로 나서 번번이 필리핀의 앞길을 막았기 때문이다. 라베나는 "슛이 좋았던 선수로 기억한다. 국가대표팀 선수라 똑똑히 기억한다. 김주성도 알고 있다. 키가 크고 기량이 좋아 우리가 만날 때마다 애를 먹었다"고 털어놨다.

필리핀 선수들은 대체로 180cm대로 작았다. 혼혈선수가 아니면 2미터가 넘는 선수가 없다시피 하다. 필리핀이 대통령까지 나서 수십 억 원을 투자해 안드레이 블라치를 귀화시킨 점도 이해가 가는 부분.

한국 대 필리핀의 국가대항전에 대한 의견도 궁금했다. 라베나 감독은 "솔직히 말하면 한국선수를 이기기 힘들다. 2년 전에 한국을 이겼었다. 최근 10년 넘는 동안 우리가 한국을 이긴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한국은 우리보다 체격이 좋은데다 모든 선수들이 슛을 던질 수 있다. 그래도 이제 블라치가 가세하면 많은 힘이 될 것이다. 한국과 대등하게 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필리핀 사람들은 키가 작다"며 겸손하게 대답했다.

▲ KBL도 세계와 적극적인 선수교류 필요

KBL의 경우 해외리그와 적극적인 교류가 없는 편이었다. 한중 올스타전이나 한일 챔피언십도 그 명맥이 끊겼다. 아시아 프로농구챔피언십을 통해 KBL이 타 리그와 교류하는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단발성 이벤트 대회로 그칠 것이 아니라 꾸준히 교류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KBL은 올 시즌 외국선수 두 명이 동시에 코트에 설 수 있도록 했다. 또 한 선수는 193cm이하로 선발하도록 했다. 득점력을 올리고 볼거리를 늘리겠다는 의도다. 단신선수의 도입은 긍정적인 효과를 예고하고 있다. 다만 외국선수 두 명이 동시에 뛰면 한국선수의 입지가 너무 좁아진다는 지적이다.

KBL의 외국선수는 대부분 미국출신으로 구성돼 왔다. 외국선수 비중을 한 명 출전으로 줄이고 아시아쿼터를 도입하는 것도 리그흥행에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전자랜드 김지완은 비시즌 필리핀리그서 뛰며 기량을 닦았다. 김지완의 진출로 국내 팬들이 PBA경기를 찾아보는 등 관심을 보였다. 마찬가지로 필리핀선수가 KBL에 진출한다면 국내에 거주하는 필리핀 인구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다. 농구전문TV가 있는 필리핀에 KBL 중계권을 판매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OSEN 서정환 기자 jasonseo34@osen.co.kr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