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희정의 베이스볼토크]NC '미래' 좌완 노성호,'데뷔 3년차, 이제 절실함으로 던진다'

조회수 2014. 7. 31. 14:1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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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삼성과의 3연전에서 스윕을 당했던 NC는 다시 전력을 재정비, 갈 길 바쁜 KIA를 상대로 31일 현재 2승을 챙기며 50승 36패 5할8푼 1리로 2위 넥센의 뒤를 2게임차로 추격 중이다.지금의 성적만 유지한다면 창단 이후 처음으로 가을잔치에 나서기에 충분하다. NC는 올해까지 타 구단에 비해 한 명의 외국인 선수를 더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테임즈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을 투수로 구성. 선발 요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토종 에이스 이재학(9승4패)를 필두로 찰리(9승5패)-에릭(8승 4패)-웨버(6승4패)까지의 조합은 여느 구단과 비교해도 손색없다.

하지만 문제는 5선발. 더군다나 내년이면 외국인 투수 한 명을 빼야 하는 상황이라 김경문 감독은 꾸준히 팀 내 투수 중에 5선발로 적합한 후보를 등판 시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올해 5선발로 등판 기회를 가장 많이 얻은 건 이민호(우완)다. 불펜을 오가며 총 6차례 선발로 나섰다. 그 뒤를 이어 이성민(우완)도 4번 출격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모두가 오른손 투수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26일 삼성전 7.1이닝 4실점을 기록한 노성호(25.좌완)의 역투는 각별하다.30일 오전. 노성호와 전화연결을 시도했다. 한창 달콤한 잠에서 빠져 있던 그는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비몽사몽 했지만 '2군 생활과 비교하면 천국 아니냐'라는 기자의 말에 '당연하다'며 목소리를 가다듬었다.(이하 인터뷰 전문)

- 오랜만에 1군에 올라왔다. 그동안 잘 지냈나?

"시즌 초반에 잠깐 올라왔다가 3달 만인 거 같다. 아침잠이 많아 2군에서 한 방 쓰는 후배(박광열)이 항상 깨워줬다. 광열이가 고생 많이 했다. 이제 내가 없으니 속이 후련 할 거다(웃음)"

-26일 삼성전에서 데뷔 이후 최다 투구수(115개)를 기록하고 7회까진 2실점 호투했다. 그런데 8회엔 좀 아쉬웠다.계속 던진 건 본인의 의지였나?(지난 주말 포항 삼성전에서 선발로 출격한 노성호는 2회 이승엽에게 솔로홈런, 7회 2사 2루에서 박해민에게 좌전 적시타를 허용 2점을 내주었을 뿐 유독 삼성에게 강한 면을 또 한 번 과시하며 7회까지 역투를 펼쳤다. 그러나 8회 나바로에게 볼넷을 내준 이후 폭투로 한 점. 이후 마운드를 이어 받은 김진성이 추가 안타를 내주는 바람에 노성호는 7.1이닝 4실점으로 시즌 첫 패를 안았다.)

"2군에서도 100개 내외로 던진 것이 최고였고 대학 때도 투구수 100개 이상은 한 번 정도 밖에 없으니 나름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그런데 8회가 지금 생각해도 너무 아쉽다. 7회까지 101개의 볼을 던진 상태였는데 코치님이 좀 더 던져 보겠냐고 물어 보셨다. 불펜을 최대한 아껴야 하는 팀 사정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끌고 가야 하는 것이 내 역할인 것 같아 그러겠다고 했다. 100일 넘게 역할을 하지 못했는데 여기서라도 보여줘야 하지 않나 하는 욕심이 앞섰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 같아 속상하다."

-그래도 이전 보다는 훨씬 안정된 피칭을 보여주었다. 비록 1-5로 게임은 패하긴 했지만 가능성을 보여줬다. 김경문 감독님이 따로 무슨 말씀이라도?

"원래 선수들에게 직접 대놓고 말씀을 하시지 않는 편이다. 그래도 그 경기에 대한 기사를 보니까 기대 이상으로 잘 던져 주었다며 좋은 말씀을 해주신 것 같아 기뻤다. 다음 날 연습 시간에 내 옆을 지나시다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 그 정도면 특급 칭찬이다."

- NC는 좌완 선발이 없다. 본인이 가장 유력한 후보다. 하지만 작년에도 그랬고 올해도 지금껏 기대만큼 올라와주지 못했다. 이제 슬슬 시동을 거는 거라 봐도 될까?

"아직 모른다. 올해 첫 선발 경기에서 조기강판 당한 뒤 바로 2군행을 통보받았다. 사실 수비 실책이 빌미가 돼서 실점을 내줬는데 2회 오지환에게 볼넷을 내준 것이 결정적이었던 것 같다. 그 날 엎치락뒤치락 하다 결국 이겼다. 팀 승리에 묻어가 다시 한 번 정도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프로라는 곳이 얼마나 냉정 한지를 그때 알았다. 그래서 이번에도 경기가 끝난 뒤 벌벌 떨었다. 혹시나 코치님 호출이 있으면 어쩌나 하고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코치님이 나를 찾았다. 순간 아찔했다. 그런데 다행히 투구 폼에 대해서만 언급하시고 다음에 더 잘하라는 격려 말씀이 전부였다. 정말 죽는 줄 알았다."(4월 11일 잠실 LG전 선발로 나와 5타자를 상대하며 3피안타 2볼넷 1탈삼진 3자책(3실점)을 기록했다. 노성호는 2회 첫 타자 오지환에게 볼넷을 내주고 물러났다. 1회 수비실책이 포함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볼이 좋지 못했다. 이 경기는 난타전 끝에 12-11로 NC의 승리로 끝났다.)

-작년에도 선발 기회를 꾸준히 얻었지만 팀에서 원하는 만큼의 활약은 펼치지 못했다. 그래도 삼성 전에서 만큼은 강했다. 작년의 2승도 모두 삼성에서 얻은 것 아닌가?(지난해 노성호는 총 38경기에 등판 2승 8패 2홀드 평균자책점 7.29를 기록했으며 그 중 삼성을 상대로는 5차례 등판 중 4번이 선발이었으며 2승 1패 방어율이 4,19로 가장 좋은 성적을 남겼다.)

"데뷔전도 삼성이었고 데뷔 첫 승도 삼성에게 얻어냈다. 그래서 이번에 다시 기회를 주신 것 같다. 1회 땐 몸이 왠지 무거웠다. 그래도 자주 오는 기회가 아니기에 전력을 다해 던졌다. 솔직히 너무 긴장을 했는지 게임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 8회 폭투 두 개만 생각난다. 작년 보다 올해 첫 등판 때 보다 더 떨리고 긴장됐다. 여기서 못하면 진짜 끝이라는 절박함을 갖고 던졌다. 야구 시작한 지 17년 째 인데 이런 느낌은 처음이다."

-선수들에게 자주 듣는 단어 중 하나가 절실함이다. 그런데 본인 입에선 처음 언급하는 것 같다. 그렇지 않나?

"맞다. 작년까지만 해도 야구는 웃으며 즐기며 해야 잘 할 수 있는 거라 생각했다. 물론 열심히 하는 건 기본이지만 뭔가에 쫒기 듯 하는 건 내 성격과 맞지 않는다고 여겼다. 누가 시키면 괜히 하기 싫어지는 청개구리 같은 성향이 있다(웃음). 또 나름 우선지명을 받고 왔으니 당연히 1군에서 지낼 거라는 안일함에 빠져 있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런데 2군에서 길게 지내다 보니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이젠 달라졌다. 하루하루가 절실하다. 한여름 뙤약볕 아래서 게임 해본 사람이라면 내 말 뜻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정말 미친다(웃음)."

- 절실하다는 이야기를 노성호선수에게 듣다니 정말 낯설다(웃음). 좋은 구위의 볼을 갖고 있지만 멘탈 면에서는 좀 더 가다듬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봤다. 그 다짐 변치 않길 바란다.

"2군(C팀)에서도 있었고 잠깐이지만 3군(D팀)에서도 지내며 컨트롤을 잡는 것에 집중했다. 벌써 프로 3년차다. 1군에 들락날락 하고 있다는 것 자체를 부끄럽게 느껴야 할 시기다. 딸기(이재학)가 이번에 아시안게임엔트리에 들었다. 부럽기도 하고 한편 당연한 거라 생각한다. (이)재학이가 A형이라 차분하면서도 꾸준하다. 한 살 아래 동생이지만 배울 점이 많다."

-본인은 딱 보기에도 B형이다.

"나쁜 남자다(웃음).사람의 성격이 혈액형에 좌지우지되지 않지만 난 전형적인 B형 성향을 갖고 있다. 칭찬에 약하고 단순하고 내가 하고 싶을 때 해야 한다. 대학 때까지 만 해도 그랬다. 그런데 프로에 와보니 근성 강한 선수. 멘탈 좋은 선수들만이 살아남는 것 같더라. 최고의 선수도 쉼 없이 연습 하는 모습에 놀랐다. 나도 바꿔야 한다고 느꼈다."

-올해 모교 동국대가 3관왕을 차지했다. 후배들이 자랑스러울 것 같다.

"내가 4학년 때 1학년이었던 애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어 잘 모르는 애들들도 많다. 작년에 비해 전력이 좋은 편이 아니라고 들었는데 대단하다. 후배 중에선 (이)현석이 정도와 연락을 자주 한다.(이)현석이가 우리 팀에 왔으면 했는데(웃음). SK가서 잘 할 것이다."

- 목표가 있다면?

"당장 선발 등판 예정인 금요일 SK전을 잘 던지는 것이다. 내게 가장 중요한 게임이 될 것 같다. 지금이 중요한 시점 같다. 좀 더 멀게 보면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포함되는 것이다. 아직 불안하고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지만 조금씩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대학에서 우승을 했을 때의 짜릿함이 지금도 생생하다. 프로는 더 하지 않겠나?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

작년과 달리 '당연히 이겨야 하는 분위기'로 바뀐 NC 구단의 일원으로 노성호 역시 팀 성적이 우선이라고 운을 띄었지만 개인적인 바람으로 1군에서 시즌을 마감하고 싶다는 솔직한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프로 입단 후 노성호는 지루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타고난 재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고 스스로 노력이 부족했음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 이제 그에게 필요한 건 안정감을 찾을 수 있는 믿음과 과할 정도의 칭찬과 격려가 아닐까 싶다. 쉽게 지치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말이다.

노성호는 150km에 가까운 구속을 지닌 흔치 않은 파이어볼러로 장차 NC의 선발 한자리를 책임져야 할 재목감이자 더 나아가 한국 프로야구계를 대표할 만한 좌완이라 할 수 있다. 모쪼록 8월 1일 시즌 3번째 선발 게임에서 후회 없는 기량을 펼쳐보이길 빈다. 아울러 포스트시즌에서도 그의 역동적인 피칭을 꼭 볼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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