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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김] 류현진이 매팅리를 만났을 때

조회수 2015. 11. 26. 04:0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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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돈 매팅리 감독에게 LA 다저스의 유니폼은 잘 맞는 옷이 아니었다. 뉴욕 양키스의 캡틴 출신인 그였지만, 다저스 팬들에게 그는 '이방인'이었다. 경기 중 작은 실수 하나라도 나오면 다저스 팬들은 그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곧장 그를 해고해야 한다는 글들로 인터넷 게시판은 도배되었고 LA 지역 스포츠 라디오 방송 진행자들은 매팅리 감독을 저격하며 다저스 팬들을 부추기곤 했다.

네드 콜레티 전 단장은 그를 지지하는 편이었지만, 모든 결정권을 손에 쥔 오너십이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LA 지역 팬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차가웠다.

< 류현진에게 매팅리는 감독 그 이상이었다. 사진/ OSEN >

그리고 결국 그는 정(?)들었던 LA를 뒤로하고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이제 그는 마이애미 말린스의 감독이다. 그리고 데이브 로버츠가 LA 다저스의 새로운 감독으로 선임되었다. 매팅리 감독도 LA 다저스도 새로운 출발을 준비 중이다.

다저스 구단은 이번 결별이 매팅리 감독의 선택이었다고 발표했지만, 솔직히 그건 아니다. 앤드루 프리드먼 사장이 이끄는 다저스 프런트는 처음부터 그를 원하지 않았다. 매팅리 감독은 바보가 아니다. 빅마켓 명문 구단인 다저스의 감독직을 포기하고 괴짜 구단주 제프 로리아가 버티고 있는 마이애미 말린스의 감독직을 선택할 감독은 그리 많지 않다. 자금력이 메이저리그 최고로 알려진 다저스 구단이 매팅리 감독을 진정 원했다면 그가 스스로 나가는데 가만히 놔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차가운 시선을 견디다 못해 매팅리 감독이 내린 결정은 결별이었다.

그리고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 매팅리 감독은 그에게 먼저 손을 내민 말린스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겉으론 매팅리 감독의 선택이었지만, 매팅리 감독에겐 유일한 초이스였다.

사실상 매팅리 감독은 다저스에서 해고되었다.

다저스 매팅리 감독을 이야기하면서 빼 놓을 수 없는 게 바로 그의 불펜 운영이었다. 대다수의 다저스 팬들은 그의 투수 교체 타이밍이 엉망이라며 그를 저격했다. 일단 팩트부터 확인해보자.

브랜든 리그.

크리스 해쳐.

브라이언 윌슨.

크리스 퍼레즈.

페드로 바에즈.

조엘 퍼랄타.

스캇 엘버트.

로날도 벨리사리오.

기타 등등.

지난 3시즌 동안 다저스 프런트가 영입하거나 육성해낸 불펜 투수들이다. 매팅리 감독은 이 선수들로 불펜을 운영해야 했다. 이러한 허접스러운 불펜 구성으로 3년 연속 내셔널리그 지구 우승을 한 것이 기적이 아닐까 싶다. 다저스 불펜 실패의 후폭풍은 매팅리 감독의 몫이었지만, 그는 주어진 상항에서 최선을 다했다. 굳이 책임을 묻자면 감독이 아니라 단장에게 돌아갔어야 한다.

그렇다면 류현진에게 매팅리 감독은 어떤 감독이었을까?

"현진이는 피칭을 아는 투수이다"

2년 전 호주에서 만난 매팅리 감독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남긴 한 마디였다. 현진류가 아니라 그냥 현진이었다. 한화 이글스 시절 류현진 선수를 지도했던 김인식 감독과 매팅리 감독과 크게 다를 게 없었다. 매팅리 감독은 처음부터 끝까지 투수 류현진을 믿었다.

감독의 신뢰를 등에 업고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시작한 류현진은 말 그대로 행운아였다. 물론 류현진의 성적이 좋았기 때문에 매팅리 감독의 신뢰는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매팅리 감독은 류현진을 믿었고 그 믿음은 끝까지 흔들리지 않았다.

< 뉴욕 양키스의 레전드가 대한민국 최고 투수를 만났을 때... 사진/ OSEN >

케이스 1

2013년 시즌을 앞두고 다저스 스프링캠프장에 드디어 류현진 선수가 모습을 드러낸다. 첫 메이저리그 캠프에서 그는 매팅리 감독과 릭 허니컷 투수코치에게 다소 충격적인 고백(?)을 한다. 류현진은 선발 등판 사이 불펜 투구를 하지 않는 선수이다. 메이저리그 감독과 투수 코치에겐 받아들이기 어려운 류현진만의 방식이었다. 이 소식을 접한 매팅리 감독은 일단 류현진의 의견을 존중한다. 이미 한국에서 검증받은 선수에게 갑작스럽게 새로운 방식을 요구할 필요할 이유가 없다는 게 그의 이유였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한다지만 매팅리의 생각을 달랐다. 지금 류현진의 모습을 믿고 그를 기다리는 게 바로 매팅리 감독의 리더십 철학이었다.

당시 류현진의 불규칙한 불펜 투구 횟수가 현지 언론에서 크게 이슈되지 않았던 이유는 매팅리 감독의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만약 매팅리 감독이 메이저리그 방식을 고집했다면 류현진의 첫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는 더 큰 혼란 속에서 진행됐을 것이다.

케이스 2

2014년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 3차전 선발

류현진은 2014년 정규 시즌을 정상적으로 소화하지 못한 채 마감한다. 9월 12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원정 경기에서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지만 1이닝 동안 4실점 하고 내려왔다. 성적도 좋지 못했지만, 그가 조기 강판당한 이유는 다시 찾아온 어깨 통증이었다. 그리고 그는 부상자 명단에서 정규시즌을 마감한다. 류현진이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다행히 5선발이었던 댄 하렌이 좋은 성적을 내며 다저스는 내셔널리그 서부 지구 우승을 확정한다. 하렌은 9월에만 총 5경기 선발 등판하며 평균자책점 2.70을 기록한다. 안정적인 투구 내용이었다.

< 류현진을 보호하라! 매팅리 감독/ OSEN >

정규시즌이 끝나고 디비젼 시리즈가 찾아오자 매팅리 감독은 고민에 빠진다. 세인트루이스 카드널스와의 3차전을 앞두고 현지 언론은 댄 하렌의 선발 기용 가능성을 언급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던 상황이었다. 류현진은 거의 한 달 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반면 하렌은 LA 다저스의 후반기 숨은 MVP였다. 하렌은 8월과 9월에만 5승을 기록하며 정규시즌을 13승으로 마감했고 월드시리즈 등판 경험이 있는 배테랑 투수였다.

상식적으로 안전한 선택은 바로 댄 하렌이었다. 하지만 매팅리 감독은 과감하게 류현진을 선택하고 뒤돌아보지 않는다. 그리고 댄 하렌을 불펜에 대기시켰다. 다행히 류현진은 6이닝 동안 1실점 하면서 매팅리 감독의 믿음에 보답한다. 경기 결과를 놓고 생각하면 당연한 선택이었지만, 다시 한 번 당시 매팅리 감독의 입장을 생각해보자.

류현진은 한 달 동안 정식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댄 하렌의 구위는 살아나 있었고 그는 포스트시즌 경험이 있는 투수이다. 만약 당신이 다저스의 감독이었다면 과연 쉽게 류현진을 선택할 수 있겠는가?

"다른 투수였다면 긴장했겠지만 현진이었기 때문에 크게 긴장하지 않고 경기를 지켜봤다."

디비전 시리즈 3차전이 끝나고 현지 언론과 만나 매팅리 감독이 남긴 한 마디였다.

메이저리그에서 도전과 경쟁은 매일 반복되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지난 3년 동안 함께 했던 매팅리 감독과 류현진은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 매팅리 감독은 마이애미에서 리빌딩을 선택했고 류현진은 이제 어깨 수술을 극복해야 한다.

이 두 남자의 만남은 잠시였지만, 그들의 도전은 진행형이다.

danielkimww@gmail.com

"Good luck, Donnie Base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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