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김] 열아홉 살 류현진을 기억하시나요?

조회수 2015. 4. 30. 05:3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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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정규시즌이 개막했다. 길고 길었던 겨울을 뒤로하고 패넌트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뭔가 개운치 않다. 아마도 많은 한국 야구 팬들에게 류현진이 없는 메이저리그는 뭔가 부족하다. 다행히 그의 재활은 순조롭게 진행 중이고 불펜투구까지 소화했다. 투구 수를 끌어 올리고 마이너리그 재활 경기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가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서 있는 모습을 보려면 지금부터 적어도 한 달은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의 어깨 부상 소식이 들려오고 난 이후 많은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미국 현지에서도 그의 부상은 큰 뉴스였다. 2년 연속 류현진의 어깨가 다시 이슈로 떠오르고 만 것이다.

왜 류현진은 부상을 당했을까?

4일 쉬고 등판하는 메이저리그 일정이 원인이었을까?

작년 시즌 중 장착한 고속 슬라이더가 문제였을까?

류현진의 팬이라면 한 번쯤 던져봤을 만한 질문이다. 솔직히 그 누구도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고민도 해봤고 류현진의 기록도 세밀하게 찾아봤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궁금했다. 그러던 중 다르빗슈 유의 팔꿈치 부상 소식을 접했다. 일본인 선수들의 3년 차 부상 악몽은 다르빗슈 유도 피할 수 없었던 것 같다.

메이저리그 3년 차 시즌을 시작하기도 전에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류현진. 다르빗슈 유의 부상과 다른 일본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3년 차 부상 징크스를 통해서 무엇을 찾을 수 있을까?

다르빗슈 유 다음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일본 메이저리거는 바로 다이스케 마쓰자카이다. 2008년 시즌 마쓰자카는 18승 3패를 기록하며 보스턴 레드삭스의 팬들을 설레게 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3년 차 시즌이 되었던 2009년 시즌에 4승 6패 평균자책점 5.76을 기록했다. 형편없는 성적이었다. 당시 마쓰자카는 팔꿈치 통증으로 12경기밖에 뛰지 못했다. 한 마디로 몸 상태가 엉망이었다.

메이저리그 2년 차 시즌이었던 2008년 시즌 이후 마쓰자카는 단 한 시즌도 두 자리 승수를 기록하지 못했다. 물론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은 크고 작은 부상이었다. 첫 2시즌 동안 반짝 활약한 시기가 마쓰자카의 메이저리그 하이라이트였다.

그렇다면 아시아 출신 투수들에게 메이저리그 일정은 무리인 것인가? 충분히 던져볼 만한 질문이다.

하지만 예외는 있다. 아니, 예외는 있었다고 지금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 주인공은 히로키 쿠로다이다. 구로다는 현재 친정팀인 히로시마 도요 카프에서 뛰고 있다. 구로다는 만으로 33살에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지만, 큰 부상 없이 7시즌 동안 활약하며 79승 평균자책점 3.45를 기록했다. 2010년부터 2014년 시즌까지는 5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기록했고 190이닝 이상 소화했다. 30대 중반에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내민 그는 유일하게 큰 부상을 피했던 일본인 메이저리그 선발투수이다.

4년 전 뉴욕 양키스 스프링 켐프장에서 그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대니얼김: 아시아 출신 선수들이 3년 차 시즌에 부상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까지 큰 부상 없이 메이저리그에서 버틸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

구로다: 이유는 나는 잘 모르겠다. 열심히 운동하는 것이 전부이다. 일본에서 해왔던 나만의 방식으로 미국에서도 쭉 해오고 있다.

구로다가 말한 것처럼 정말 특별한 이유가 없는 것일까? 구로다의 일본 프로야구 기록을 살펴보면서 한 가지 힌트를 찾았다.

다르빗슈 유, 다이스케 마쓰자카 그리고 류현진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이 세 명의 투수는 프로 데뷔한 첫 시즌부터 에이스의 역할을 해냈고 만으로 20세가 되던 시즌엔 세 명 모두 200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하지만 구로다의 과거는 이들과는 달랐다. 구로다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 프로가 아닌 대학 진학을 선택했고 그가 처음으로 200이닝을 소화했던 시즌은 그가 만으로 28살이 되었던 시즌이었다. 그냥 우연이라고 지나치기엔 어려운 기록이다.

그렇다면 류현진의 기록을 자세히 살펴보자.

그는 이미 두 차례 200이닝을 소화한 경험이 있다. 2006년 시즌 류현진은 201이닝을 소화하며 30경기에 등판에 18승을 기록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만으로 19살이었다. 스무 살이 되었던 2007년 시즌에는 17승 7패를 기록하며 총 211이닝을 소화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200이닝 이상을 소화했던 시즌이었다. 당시 류현진은 정규시즌 이외에도 2008년에는 베이징 올림픽에 참가했고 2009년에는 WBC에 참가하기도 했다.

류현진.다이스케 마쓰자카.다르빗슈 유.

< 2006년 류현진은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MVP와 신인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사진/ OSEN >

스무 살이 되기 전에 '괴물' 불렸던 선발투수들이다. 하지만 '괴물'이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선 희생이 필요했고 그들은 상당히 어린 나이에 많은 이닝을 소화해야 했다.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개막과 함께 류현진의 부상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고 있다.

필자는 그들에게 오히려 한가지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19살 류현진을 기억하십니까?

danielkimw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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