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김] 강정호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조회수 2015. 4. 23. 05:2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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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을 보는 데 있어) 밸런스가 나쁘지는 않았다. 괜찮았는데, 안타가 나오지 않아 아쉽다. 밸런스가 나쁘지 않았다는 것은 (투수의) 공을 보는 데 있어 좋았다는 의미다."

지난 20일 시카고 컵스와의 4연전 시리즈 첫 경기가 끝난 이후 PNC 파크 클럽하우스에서 조미예 Daum 스포츠 칼럼니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강정호가 남긴 한 마디였다. PNC 파크에서의 첫 선발 출장 경기였지만, 강정호는 안타를 기록하지 못했고 타율은 7푼7리로 추락(?)하고 말았다. 상당히 실망스러운 기록이었지만, 강정호의 자신감은 이상할 정도로 흔들리지 않았다.

< 조미예의 MLB 현장 http://sports.media.daum.net/sports/column/newsview?newsId=20150421134246428 & gid=110322 >

그리고 약 20시간 흐른 이후 강정호는 다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전날 8번 타자로 출장했지만, 이날은 6번 타자 자리에 배치되었다.

< 강정호는 '해적'의 '영웅'이 될 수 있을까? 사진/ 피츠버그 파이레이츠 구단 제공 >

그럼 여기서 결론부터 말하겠다.

강정호는 전날 저녁 조미예 기자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의 타율은 마치 싱크홀로 빠져드는 느낌이었지만, 그는 분명히 공을 잘 보고 있었다. 강정호가 달랑 안타 2개를 기록했다고 갑자기 공을 잘 보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강정호는 시카고 컵스와의 2차전에서 총 17개의 공을 봤다. 두 개의 안타가 기억나지만, 결과가 전부가 아니었다. 강정호는 단 한 차례도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는 공에 배트를 내밀지 않았다. 상대 투수와의 볼카운트 싸움에서도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았고 전체적으로 리드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는 유인구에 단 한 차례도 배트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간단하다. 그의 컨디션은 좋다. 그가 말했던 그대로이다.

시카고 컵스의 선발투수였던 트래비스 우드를 상대로 강정호는 첫 타석에서 3루수 앞 땅볼로 물러났다. 나름 잘 맞은 타구였지만, 코스가 좋지 않았다. 우드는 불리했던 볼카운트 (2-1)에서 체인지업으로 승부하며 강정호의 타이밍을 살짝 무너트렸다. 비록 아웃카운트로 기록됐지만, 강정호는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스윙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결과는 아쉬웠지만, 일방적으로 아웃카운트를 내준 것은 절대 아니었다.

우드와의 두 번째 맞대결에서 강정호는 안타를 기록한다. 홈 구장인 PNC 파크에서 기록한 첫 안타였다. 첫 타석과 마찬가지로 우드는 강정호를 빠른공과 체인지업으로 승부했다. 다시 한 번 강정호는 유리했던 볼카운트에서 스윙했고 결과는 안타였다. 선발투수 우드를 상대로 강정호는 두 타석 모두 볼카운트 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만약 강정호가 공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면 불가능했던 결과와 과정이었다. 볼카운트 2-1에서 우드는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는 체인지업으로 유인했지만, 강정호의 배트는 움직이지 않았다. 우드는 3-1 카운트에서 강정호와 승부를 해야 했고 강정호는 준비되어 있었다.

주자 1, 2루 상황에서 강정호가 타석에 들어섰다. 챈스였다. 상대는 강속구 투수인 브라이언 슬리터였다. 슬리터의 빠른공 평균구속은 95마일이다. 80마일 후반대의 빠른공을 갖고 있던 선발투수 우드와는 다른 스타일이었다. 슬리터는 강정호를 상대로 곧바로 정면 승부를 한다. 빠른공으로 스트라이크 2개를 순식간에 잡아낸다. 상당히 불리했던 볼카운트였지만, 강정호는 침착하게 타석을 지킨다. 슬리터는 스트라이크존에서 벗어나는 공 2개를 연속으로 보여줬지만, 다시 한 번 강정호의 배트는 움직이지 않았다. 침착했다. 파울볼 이후 2-2 볼카운트에서 강정호의 배트가 나왔지만 잘 맞은 타구는 아니었다. 2루수 앞 땅볼로 강정호는 물러난다. 바로 앞 타석에서 안타를 기록했기 때문에 상당히 아쉬웠던 순간이었다.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강정호가 쉽게 아웃카운트를 내준 것은 아니었다.

주자 1, 3루 상황에서 컵스의 조 매든 감독은 고의사구 사인을 낸다. 첫 번째 타석에서 홈런을 기록했던 스탈링 마르테 대신 강정호를 선택한 것이다. 마르테는 올 시즌 5개의 홈런을 기록하고 있었기 때문에 매든 감독의 입장에선 당연한 선택일지 모른다. 강정호에겐 상당히 굴욕적인 순간이었지만, 기회는 기회다.

마운드에는 제이슨 모트가 강정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모트는 누구인가? 2012년 시즌 그는 세인트루이스 카드널스에서 활약하면서 42개의 세이브를 기록했던 불펜투수이고 한때 빠른공의 평균구속이 96마일이었다. 쉬운 상대는 아니었다.

스코어 5-5. 그리고 만루 상황이었다. 모트는 분명히 스트라이크로 승부할수 밖에 없었고 강정호는 준비되어 있었다. 일단 초구를 지켜본 강정호는 모트의 두 번째 빠른공이 한복판에 몰리자 힘껏 스윙했다. 물론 레그킥도 있었다. 타구는 중견수의 키를 넘겼고 강정호는 3개의 타점을 스윙 하나로 기록했다. 홈 팬들 앞에서 처음으로 그의 장타력을 보여준 순간이었다. 파이레이츠 팬들은 동시에 '정호강'을 외쳤다.

< 치고, 달린다! 사진/ 피츠버그 파이레이츠 구단 제공 >

강정호의 타율은 아직도 1할대이다. 3할은커녕 2할대도 아니다. 분명히 타율은 타자에게 상당히 중요한 기록이지만, 강정호에게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자신감과 믿음이다. 48시간 전 그가 말했던 것 처럼 그의 타격감은 좋다. 강정호가 그렇게 믿고 있다면 더 이상 설명은 필요 없다.

danielkimw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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