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김] 디 고든은 오늘도 달립니다!

조회수 2014. 7. 30. 01:4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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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 고든의 거침없는 베이스러닝은 상대팀을 시즌 내내 괴롭히고 있다. 사진/ OSEN >

지난 3월 말 호주 개막전 시리즈를 다녀왔습니다. 2013년 시즌 내내 화면을 통해서 봤던 LA 다저스 선수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메이저리그 현장을 느끼면서 다저스 야구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는 느낌이었습니다.

호주 출장을 앞두고 꼭 인터뷰하고 싶은 선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선수는 야시엘 푸이그도 아니고 클레이튼 커셔도 아니었습니다. 인터뷰 리스트 제1순위는 바로 디 고든이었습니다. 물론 몇 달 전 디 고든과 지금의 디 고든은 다릅니다. 지금은 올스타 디 고든이지만 당시 그는 어렵게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이름을 올린 아직 검증되지 않은 물음표 그 자체였습니다. 지난겨울 다저스의 네드 콜리티 단장과 잠시 전화 인터뷰를 했을 때 저는 그의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콜레티 단장은 "스프링켐프 기간 동안 디 고든에게 2루수 선발 자리를 차지할 기회를 줄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고든의 팬(?)으로 기쁜 소식이었지만, 얼마 전 콜레티 단장은 2,800만 달러라는 거금을 투자하며 쿠바 출신 알렉스 게레로를 영입했습니다. 당시 저는 다저스의 선발 2루수 자리는 게레로의 것이라고 믿었지 연봉 51만 달러인 고든에겐 기회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다저스는 경기 감각이 부족했던 게레로를 마이너리그로 보내며 일단 고든에게 첫 기회를 허락했습니다. 게레로가 마이너리그에 보내진 이후에도 많은 전문가는 결국엔 시즌 중반 게레로가 고든의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시드니 크리켓 그라운드에서 수비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디 고든과 더그아웃 앞에서 마주쳤습니다. 그리고 그에게 한국에서 온 기자라고 소개하고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그는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줬습니다. 그는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왜 한국 기자가 나와 인터뷰를 하자고 하는 거지?'하는 표정이었습니다. 현장에 있는 모든 기자는 커셔나 푸이그와 인터뷰를 원하고 있었지 고든에게는 눈길을 주지 않았습니다.

2014년 시즌 선발 2루수로 시즌을 시작하는 소감을 묻자 그는 "다저스의 유니폼을 입는 자체가 큰 영광이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차분하게 그리고 성의껏 모든 질문에 대답해줬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저를 배려해주는 그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이미 수차례 언론을 통해서 언급되었지만 고든의 아버지는 메이저리그에서 21시즌 활약하며 158개의 세이브를 기록한 톰 고든입니다. 메이저리그 스타 아버지를 둔 고든이지만 그에게도 어려운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그가 6살 때 동거남에게 총살을 당하며 현장에서 즉사하며 세상을 떠났습니다.

(조미예 기자 디 고든 관련 칼럼 http://sports.media.daum.net/sports/worldbaseball/newsview?newsId=20140619055342779)

체구는 작지만 맨탈은 강한 남자!

어린 나이에 찾아온 슬픔을 이겨낸 고든 선수의 가장 큰 장점은 스피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가장 무서운 무기는 바로 강한 멘탈입니다. 위기가 찾아와도 그는 쉽게 흔들리지 않고 포기하지도 않습니다.

한때 다저스의 최고의 유망주로 평가받았지만 2012 시즌 중 핸리 라미레즈가 영입되면서 그는 설 자리를 잃어버렸습니다. 최고의 유망주에서 실패한 마이너리거로 전락하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2013년 시즌 또한 그에게는 잃어버린 시간이었습니다. 마이너리그에서 주로 시간을 보냈고 메이저리그에서는 38경기밖에 나서지 못했습니다. 단기전에서 그의 스피드를 활용해보겠다는 돈 매팅리 감독은 그를 포스트시즌 로스터에 이름을 올렸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습니다. 그는 내셔널리그 디비젼 시리즈 대주자로 투입되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도루에 실패하며 그의 '스피드 카드'는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고든의 2013년 시즌은 쓸쓸하게 마감되었습니다. 그리고 들려온 소식은 알렉스 게레로 선수의 대형 계약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실망하지 않았습니다. 곧장 겨울리그에 참가해 중견수로 필드에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무작정 외야수로 전향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유격수로 설자리가 없었던 그는 '멀티 플레이어'로 다시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상당히 어렵고 위험이 따르는 결정이었지만, 그에게는 생존이 우선이었습니다. 그렇게 겨울리그에서 열심히 달리던 그는 의외의 소식을 접합니다. 2013년 시즌 선발 2루수로 활약했던 마크 엘리스가 다저스와 재계약에 실패하자 다저스 구단은 그에게 2루수 전향을 권유했습니다.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구단의 제의를 받아들이고 곧장 겨울리그에서 2루수로 활약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다시 달렸습니다.

불과 7개월 전에 고든은 혼란스러운 과정을 밟아야 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내셔널리그 올스타 2루수가 탄생하는 순간이었습니다.

1번 타자 디 고든

2014년 정규 시즌을 앞두고 돈 매팅리 감독은 푸이그를 1번 타자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고든의 스피드만으로 중책인 1번 타자 자리를 아직 검증이 안 된 그에게는 맡길 수는 없었겠죠.

정규 시즌 개막전 그는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고 오히려 게레로가 대타로 기용되는 모습을 더그아웃에서 지켜봐야 했습니다. 공식적으로만 선발 2루수였지만 어떻게 보면 당시 그는 많은 옵션 중의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크게 실망하지 않았습니다. 기회를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그의 첫 기회는 2번째 경기인 그 다음 날 찾아왔습니다. 류현진이 선발로 마운드에 올랐던 개막전 시리즈 2차전에서 그는 1번 타자로 기용되며 4타수 3안타 타점 1개와 득점 2개를 기록하며 맹활약을 펼쳤습니다. 단 한 경기였지만, 그의 2014년 정규 시즌 시작은 더 이상 바랄 게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이후 그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지금까지 달리고 있습니다.

많은 다저스 팬들은 올스타 디 고든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디 고든의 스토리는 성적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디 고든의 과정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꿈과 희망을 생각해 봤습니다.

프로 선수는 성적으로 말하듯 그는 야구 선수로서 최고의 한 시즌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시간은 그가 어머니와 함께 보낸 짧았던 첫 6년이라고 그는 말합니다. 어린 나이에 어머니와 이별한 그는 그 이후 계속 달렸다고 합니다. 다저스에서 한 차례 실패가 있었지만, 그의 질주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디 고든의 질주는 지금 시작 단계일 뿐입니다. 아직도 많은 경기가 남겨져 있습니다. 앞으로 그의 질주가 어떤 종착역에 도달할지는 모르지만, 그의 아름다운 질주를 계속 지켜보렵니다.

Run Dee Run!!!

Twitter - @danielkimWdanielkimw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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