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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우의 메이저? 메이저!] 박병호를 통해본 포스팅 시스템의 허와실

조회수 2015. 12. 2. 12:5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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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를 통해본 포스팅 시스템의 허와실

275만달러라는 적지 않은 포스팅 금액을 통해 미네소타 트윈스와 협상하던 박병호의 계약 규모가 발표됐다. 일단 4년 계약에 1200만달러는 확보된 금액으로 발표됐다. 그리고 5년째 구단 옵션으로 650만달러와 옵션 발동을 안했을 시 선수에게 지불하는 바이아웃은 50만달러로 확정됐다. 물론 선수의 타석수등을 고려한 인센티브도 들어가 있을 것이다. 이는 공식 입단식 이후 발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일견 박병호의 계약 규모는 애초에 발표된 포스팅 금액을 감안하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KBO리그 최고의 타자이고 국내 프로 출신 최초의 야수로 피츠버그 파이리츠와 계약한 강정호 계약 규모인 보장 금액 4년간 1100만 달러와 자연스레 비교를 하게 된다. 결국 보장 금액은 같은 계약 기간 동안 박병호가 100만달러 밖에 더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포스팅 비용이 강정호의 500만달러보다 두배반 이상이 높은 금액이라 더더욱 박병호의 계약 규모에 기대가 됐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짚어봐야할 사항이 있다. 구단 입장에서 바라보자는 것이다. 미네소타 입장에서 박병호에게 투자된 금액은 개런티된 금액만 따지자면 2475만달러에 이른다. 피츠버그가 강정호에 투자한 보장 금액인 1600만달러 보다 50%이상 높은 투자 금액인 것이다. 물론 박병호의 1200만달러는 적은 금액이 아니다. 원화로 환산하면 139억원이 넘는 규모이다. 이 정도 규모의 계약이면 최근 몇 년간 박병호가 보여준 활약이나 팀성적에 대한 기여도를 감안하고 최근 KBO리그 FA 시장을 감안하면 고개가 끄덕여질 수준이다. 하지만 최고의 리그라고 일컫는 메이저 리그의 연봉 수준, 올시즌 메이저 리그 선수들의 평균 연봉이 425만달러라는 것을 알고보면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단 입장에서 박병호는 연평균 6백만달러의 선수이다. 물론 향후 인센티브등이 플러스되면 이 액수는 더 높아지게 된다.

여기서 단순히 계약 규모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포스팅 시스템'이라는 제도를 한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포스팅 시스템은 애초 일본 프로 야구 선수들이 구단에 아무 보상이 없이 메이저 리그로 떠나는 것을 막기 위해 60년대 후반 고안된 제도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 시스템이 수면위로 떠오른 것은 90년대 중반 당시 일본 최고의 투수였던 노모 히데오가 메이저 리그 진출을 만류하던 소속팀과 평행선을 달리며 일본 프로 야구 은퇴 선언을 하고 LA 다저스와 계약하며 불거지게 된다.

우리의 경우 선수가 FA 자격을 취득하지 못한 경우, 일반적으로 고졸 선수인 경우 규정된 1군 등록 기간을 넘긴 시즌이 7년이 다다르면 일단 포스팅을 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 받는다. 그리고 완전한 FA가 되기 위해서는 2년을 더 뛰어야한다. 결국 선수의 입장에서 2년 혹은 1년을 더 먼저 여타 리그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이 포스팅 시스템을 꼭 거쳐야 한다. 관심 구단이 30일간의 협상권을 얻기 위해 포스팅피를 적어내고 최고액을 적어낸 팀이 협상을 하게 된다. 이 기간동안 연봉 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구단도 포스팅 비용을 받지 못하고 선수는 다른 구단과 협상도 하지 못한채 다시 원소속팀에서 다시 뛰어야 한다.

여기서 맹점이 발견된다. 선수 입장에서는 본인이 최고의 가치를 보이고 있을 때 나가서 뛰고 싶다. 그래서 메이저 리그를 기준으로 봤을 때 이론적으론 30개 구단 모두를 상대로 협상을 할 수 있는 FA 기간보다 1,2년이라도 빠르게 진출을 모색하게 되고 결국 현행상으론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서 진출의 길을 모색할 수 밖에 없다. 한마디로 어느 협상에서 가장 유리하게 작용될 수 있는 무기인 '경쟁 구도'란 카드가 무용지물인 것이다. 구단에서 포스팅 금액 자체를 거절하건 연봉 협상이 깨어지건 30일안에 오로지 한구단만 상대를 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가 된다.

구단은 그동안 선수에게 투자한 돈, 시간, 정성등에 대한 보상을 원한다. 반면 선수는 해외 구단이 관심을 가질만한 성적과 기량으로 팀에 기여를 했다. 어느 쪽이 크다 적다를 따질 수는 없다. 하지만 양측 모두 어느 정도의 공평한 기회는 보장이 되야 하지 않을까?

아시아 출신 야수로 박병호보다 더 많은 포스팅 비용을 받은 선수는 이치로 스즈키가 유일하다.

그의 포스팅 비용은 1315만달러였고 연봉 계약은 3년에 1400만달러로 당시 그의 명성에 비하면 그리 높은 액수는 아니었다. 그 외에 자국 리그 정상급 선수였던 니시오카 츠요시는 532만달러의 포스팅 비용과 3년에 9백만달러의 계약을 맺었고 아오키 노리치카는 250만달러 포스팅 비용 그리고 2년에 250만달러에 그쳤었다. 투수의 경우 얘기는 달라진다. 당장 선발 로테이션의 한축을 담당할 선수로 보고 특히 마쓰자카와 다르빗슈는 포스팅 비용과 연봉을 합쳐 1억달러가 넘는 규모로 계약에 이르게 된다. 문제는 이들과 단순 비교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 두선수 모두 즉시 1,2선발이 가능한 선수로 봤고 자신들의 판단에 합당한 대우를 한 것이다. 이 두명의 계약을 제외하면 사실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의 계약은 양키스와 계약한 다나카 마사히로의 7년간 1억5500만달러의 계약이 전부이다. 이렇게 다나카가 큰 계약을 맺게된 결정적인 계기는 미일 양국간 포스팅 비용 최대치를 2천만달러로 낮추었기 때문이다. 다나카는 선배인 다르비슈가 기록한 연평균 천만달러를 두배 이상으로 가볍게 뛰어넘게 된다. 그래도 다르비슈와 계약한 텍사스 레인저스는 포스팅 비용으로 5100만달러를 지불했다. 결국 연봉과 합산하면 6년간 1억천만달러 이상을 투자한 것이다. 다나카에게 미치진 못하지만 연평균 거의 2천만달러에 근접한 액수가 투자된 것이다.

다나카와 같은 연봉 계약은 과거와 같이 포스팅 비용의 무한 경쟁이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굳이 포스팅 시스템이 아니더라도 구단도 보상받고 선수들도 조금 더 나은 조건의 계약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분명히 있어 보인다. 어차피 포스팅 시스템에 나가려면 구단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차라리 일정 기간동안 현재 소속 구단이 직접 메이저 리그 구단의 제안을 받고 선수와 협의하며 의견을 조율하면 어떨까? 단순히 가장 높은 액수를 제안한 구단과 이뤄지지 않을 수 있지만 선수의 입장에서 여러 가지 옵션이 생기고 협상 파워도 생긴다. 어차피 소속 구단에 이적료 개념의 부담이 지나치게 적은 구단이라면 선수에게 돌아가는 연봉도 높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무조건 선수들에게 유리하게만 돌아갈 상황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로 진출하는 선수에게 연봉은 굳이 국내 야구의 자존심까지 결부시킬 사안은 아닐 것이다. 진정한 자존심은 내가 최고의 선수들과 경쟁하며 보여줄 실력이 아닐까? 어차피 내가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냉철한 판단과 굳은 각오로 실력을 보여주고 자신과 후배들에게 인정을 받고 보상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

[외부필자의 칼럼은 Daum스포츠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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