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의 마니아썰]싸움의 기술로 보는 '매치플레이 심리학'

김세영 기자 2015. 10. 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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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섬과 포볼, 싱글 매치플레이로 구성된 프레지던츠컵에는 보이지 않는 '싸움의 지략'이 숨겨져 있다. 그걸 파악하는 것도 관전의 묘미다. 사진편집=박태성 기자

제1장 맞짱의 심리학

학창시절 소위 '일진'이었던 이가 있다. 손을 맞잡으면 덩치에 비해 훨씬 크고, 거친 손이 느껴진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 유도를 했다. 몇 번의 '맞짱' 승부에서 이기자 싸움 좀 한다는 소문이 났다. 6학년 때는 이웃 학교 '짱'과 학교의 명예(?)를 걸고 일대일로 맞붙을 기회가 있었다. 그 싸움에서 이겼다. 이후 동급생 중 그에게 시비를 거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이어졌다.

그가 말하는 맞짱의 심리는 이렇다.

"일단 선방을 날리는 게 중요해. 그게 승패의 7할을 좌우하거든. 선방이 통하면 그 싸움은 이미 끝났다고 봐야 돼. 그런데 선방을 날린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아. 그만큼 배짱이 두둑하고, 이기고자 하는 욕망도 강하다는 거거든. 그런 놈이 먼저 날리게 돼 있어. 하지만 가끔 선방을 날리고도 지는 경우가 있지. 그건 승부욕도 더 강하고 독한 놈과 붙었을 때야. 소위 선수지."

제2장 매치플레이의 심리학



골프로 화제를 돌려보자. 지난주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에 이어 이번 주에는 인천 송도에서 프레지던츠컵이 열린다. 미국팀과 인터내셔널팀(유럽 제외)이 벌이는 골프 대항전이다. 경기 방식은 역시 매치플레이다.

일대일로 맞붙는 매치플레이에서도 심리 게임이 중요하다. 매 홀 승패가 갈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변도 자주 발생한다. 올해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에서는 '무명' 안재현이 김비오와 김민휘, 김태훈 등 강호들을 연파해 화제가 됐다. 그는 거의 매년 성적 부진으로 연말이면 시드전을 치르는 신세였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달랐다.

우승을 차지한 이형준도 지난해 헤럴드 KYJ 투어챔피언십에서 1승을 거두긴 했지만 이후 부진했던 선수다. 그는 지난주 대회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상금랭킹 96위에 머물렀다. 올해 우승 전까지 10차례 출전한 대회에서 컷을 통과한 게 단 2차례에 불과했다. 결승에서 맞붙은 주흥철에게는 전반에 이미 2다운으로 져 패색이 짙었지만 후반에 역전극을 펼쳤다.

이형준에게 물어봤다. 주흥철과 맞붙었을 때 어땠냐고. "작년 대회 때 주흥철과 맞붙어 졌다. 그래서 약간 위축된 면도 없지 않았다. 손도 떨리고...기에서 밀렸다고 할까. 사실 지난해 진 것도 심리적인 게 컸다. 나는 당시 퀄리파잉스쿨 거쳐 정규 투어에 합류했는데 큰 대회에는 자주 나가 보지도 못했다. 대회장에 가면 조금 낯설기도 했다. 실력 차이도 있겠지만 그런 것들의 영향이 컸다. 하지만 그동안 일동 골프장에서 거의 매일 라운드를 하면서 실력을 쌓고, 대회도 자주 나가다 보니 올해는 그래도 달랐다. 처음에는 주흥철과 다시 맞붙어 기가 조금 눌렸지만 후반으로 가면서 상대가 흔들리는 걸 보고 내가 오히려 기가 살았던 것 같다."

준우승을 차지한 주흥철도 매치플레이는 '기 싸움'이라고 했다. 그는 '매치의 강자'로 꼽힌다. 그는 "상대방의 플레이를 보면서 홀의 전략을 세운다"면서 "하위 랭커라고 해서 만만하게 보지는 않는다. 그들 중에는 '져도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더 강하게 덤비는 선수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음을 놓는 순간 역으로 당하는 수가 있다"고 했다.

제3장 팀플레이와 두뇌싸움

다시 일진이 말하는 싸움의 기술이다. 2대2로 맞붙는 팀워크의 경우다. "우리 편 중 배짱이 더 두둑하고 싸움 실력이 좋은 놈이 먼저 선방을 날리지. 무엇보다 날리는 타이밍과 기선 제압이 중요해. 그럼 우리 편의 다른 한 명도 기에서 밀리지 않고 같은 실력 발휘를 하거든."

프레지던츠컵을 앞두고 양팀 단장들은 벌써부터 두뇌싸움을 벌이고 있다. 닉 프라이스 인터내셔널팀 단장은 8일 열리는 첫날 경기로 2명이 하나의 볼을 번갈아 치는 포섬 방식을 선택했다. 그는 "첫날 기선을 잡아야 남은 일정이 수월해진다. 선수들도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면서 "조 편성을 할 때 약한 선수들보다 강한 선수들을 앞으로 내보내는 전략을 선보일 것"이라고 했다.

어릴 적 맞짱이나 어른이 된 후 즐기는 골프의 맞짱이나 역시 기 싸움이 중요하다. 다만 골프에서는 이변과 뒤집기가 더욱 빈번하다는 게 차이다. 육체적인 치명상을 주지 않고, 보복이라는 두려움이 없는 '페어플레이' 게임이기에 그렇다고 본다. 때론 잘못 계산된 선방은 부메랑이 되기도 한다. 올해 솔하임컵에서 수잔 페테르센의 컨시드 논란에 미국팀이 똘똘 뭉쳐 역전을 거둔 것처럼.

이번 프레지던츠컵에서도 단순히 선수들의 샷만 볼 게 아니라 양팀 단장들이 내놓는 조 편성을 파악해 보는 것도 관전의 묘미다. 열세를 만회할, 또는 상대를 더욱 압도할 '싸움의 지략'이 숨겨져 있다.

P/S=참고로 학창시절 그 일진은 이젠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김세영 마니아리포트 국장 freegolf@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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