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의 마니아썰]장하나의 '신명나는 상승작용'

김세영 기자 2015. 10. 1. 11:5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장하나의 골프는 유쾌하다. 그 유쾌함은 갤러리에게 기쁨을 주고, 그는 다시 갤러리의 박수에 힘을 얻어 좀 더 나은 플레이를 펼친다. 사진=박태성 기자

늦은 나이에 결혼한 탓에 이제 겨우 다섯 살 된 아들이 하나 있다. 녀석의 웃는 얼굴을 보면 방금 전까지 고달팠던 하루도 금세 잊게 된다. 세상 모든 부모가 그러하리라. 아들 녀석이 좋아하는 놀이 중 하나가 퍼즐 맞추기다. 처음엔 몇 조각 안 되는 퍼즐도 맞추기 힘들어하던 아들은 이젠 제법 어려운 퍼즐도 혼자 힘으로 척척 맞춘다. 그리곤 자기 스스로 했다면서 으스댄다. 그런 아들에겐 항상 하이파이브로 맞장구를 쳐준다. 우리 둘의 상호작용에 녀석이 스스로의 힘으로 해 나가는 일도 하나 둘 늘어간다.

장하나의 플레이를 보면 보는 재미가 있다. 자칫 재미없고, 정적일 수 있는 골프 게임에 생동감을 불어 넣는 특별한 재능을 지녔다. 버디를 잡았을 땐 주먹을 불끈 쥐며 펌프질을 하고, 노렸던 퍼트가 아쉽게 홀을 외면하면 하늘을 바라보며 한없이 아쉬워한다. 색깔도 정열을 상징하는 빨강과 희망을 뜻하는 노랑을 좋아한다. 그의 활기 넘치는 모습에 갤러리는 환호한다.

그의 모습은 타이거 우즈와 비슷하다. 아니, 그렇게 하려고 했다. 장하나는 “어린 시절 롤 모델이 타이거 우즈였다”고 했다. 그는 리액션까지 우즈를 닮고 싶어 했다. 장하나의 리액션에는 나름의 철학도 있다. “갤러리가 있어야 대회가 있고, 대회가 있어가 우리 선수들이 뛸 수 있다. 그래서 난 갤러리에게 웃음을 주고, 감동을 줄 의무가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장하나는 어린 시절부터 타이거 우즈를 닮고 싶어 했다. 주먹을 불끈 쥔 펌프질 세리머니도 우즈에게서 영향을 받았다. 홀을 노려보며 퍼트 라인을 읽는 모습도 우즈를 닮았다. AP뉴시스.

장하나는 올해 처음 밟은 미국 무대가 외롭다고 했다. 친구들도 갑자기 적어졌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는 미국 남자골프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골에서 열리다 보니 놀 곳도, 구경할 곳도 별로 없다. 외로움을 느낄 틈이 많고, 더 고달프다.

미국 투어에 막 적응하는, 외로운 싸움 중에도 그는 ‘신명나는 골프’를 하려고 한다. 첫 대회였던 지난 2월 코츠 챔피언십 당시에도 그랬다. 첫 데뷔전에도 불구하고 그는 항상 미소 짓는 얼굴과 여유 있는 모습으로 갤러리와 함께 호흡을 했다. 그러자 매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아시아에서 건너온 새내기 골퍼에게 미국 팬들도 박수로 화답하고, 사인을 요청했다. 지난 7월 마라톤 클래식 때는 한 외국 갤러리가 “첫 시합 때부터 봤는데 인상 깊었다”며 자신의 사진을 들고 대회장을 찾았다고 했다.

장하나의 ‘신명나는 골프’는 갤러리를 위한 팬 서비스지만 의도하지 않은 반작용은 그에게도 플러스 효과를 발휘한다. 박원 JTBC골프 해설위원은 과거 인터뷰에서 “골프에서는 리듬을 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 리듬이란 갤러리들과 함께 호흡하고 즐기는 것이다. 갤러리의 갈채에 같이 기뻐하고, 거기서 얻은 상승 에너지를 게임에서 발휘하는 거다.

장하나는 신명나는 골프로 LPGA 투어 데뷔전인 코츠 챔피언십부터 '하나 장'이라는 이름을 미국 팬들에게 알렸다. 그는 국내에 오면 더 많은 갤러리가 함께 호흡해 주기에 힘이 솟고, 성적도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사진=박태성 기자

장하나는 올 시즌 국내 무대만 오면 빼어난 성적을 내고 있다. ‘펄펄 난다’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지난주 YTN-볼빅 여자오픈을 포함해 다섯 차례의 국내 경기 중에서 2승을 거뒀다. 나머지 세 차례의 대회에서도 2, 3, 4위를 차지했다. 우승 확률 40%, 톱5 이내 입상은 100%인 놀라운 성적표다. 상금으로는 3억9389만원을 벌었다. 출전 대회 부족으로 공식 상금 랭킹에는 집계되지 않지만 8위에 해당된다.

장하나의 국내 대회 성적은 신명나는 골프의 영향이 크다고 본다. 아무래도 미국에 비해 오랜 만에 국내 대회에 오면 그 자신부터가 더욱 신난다. 그는 “한국에 오면 마음이 편하다. 반겨주는 사람도 있고, 못 쳐도 항상 옆에 사람이 있어서 잘 치는 것 같다”고 했다. “마음이 편해서 간단한 레슨을 받아도 금방 도움이 된다”고도 했다.

그렇잖아도 기쁜 국내 대회 출전에, 미국보다 많은 갤러리들이 환호를 해 주니 더욱 힘이 날 수밖에 없다는 거다. 그 상승 작용으로 그의 펌프질에도 힘이 들어가고, 샷도 마음먹은 대로 잘 된다고 한다.

우리네 삶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 주위 사람을 반가운 얼굴로 맞으면 그 역시 나를 반갑게 맞는다. 재밌는 얘기엔 박수를 쳐가며 맞장구를 쳐야 하고, 슬플 땐 공감해 줄 알아줘야 한다. 함께 호흡하며 상승 작용을 일으키는 거다. 그런데 그게 쉽지만은 않다. 아내에게 가장 자주 듣는 핀잔이 바로 그거다.

김세영 마니아리포트 국장 freegolf@maniareport.com

Copyright © 마니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