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의 마니아썰]타이거 효과와 KPGA 선수권

김세영 기자 2015. 8. 26.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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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가 지난주 윈덤 챔피언십 1라운드 10번홀에서 칩샷을 성공한 후 갤러리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는 모습. B급 대회였던 윈덤 챔피언십은 올해 우즈의 출전으로 흥행 대박을 거뒀다. AP뉴시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가 2개월의 긴 방학을 끝내고 이번 주 하반기 일정을 시작한다. 첫 대회는 KPGA 선수권이다. 국내 남자 골프 대회 중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한다. 1958년 시작돼 올해 58회째다. 한국오픈(1958년 9월 창설)과 햇수는 같지만 3개월 빠르다.

KPGA 선수권은 오랜 전통 외에도 자신들의 이름(KPGA)을 걸고 한다는 점에서 프로 골퍼들에게는 남다른 의미가 있는 대회다. 국내 최다승 보유자인 최상호는 상반기 매경오픈 기간 중 이런 말을 했다. "KPGA 선수권은 진정 우리 프로들의 대회다. 그래서 매년 빠지지 않고 참가한다. 아마 은퇴 무대도 KPGA 선수권이 될 것이다."

그런 KPGA 선수권은 그러나 올해 타이틀 스폰서를 구하지 못했다. 대회 명 앞에 스폰서 이름 대신 '함께 하는'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올해 총상금도 지난해보다 2억 원 줄어든 8억 원이다. 당초 일정은 지난 6월 열릴 예정이었으나 스폰서 문제 등으로 2개월가량 밀렸다.

잠시 눈을 미국으로 돌려보자. 지난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는 정규 시즌 마지막 대회인 윈덤 챔피언십을 치렀다. 정상급 선수들이 플레이오프인 페덱스컵을 앞두고 대거 불참하는 B급 대회다.

올해는 사정이 달랐다. 결산서를 뽑아보니 흥행 대박을 거뒀다. 입장권은 지난해보다 3만9000장이나 더 팔렸고, TV 시청률은 200%나 상승했다. 대회 운영에 획기적인 변화가 있었던 건 아니다. 딱 한 사람. 타이거 우즈가 출전해서다. 수많은 갤러리가 대회장을 찾아 "타이거"를 외쳤다.

물론 우즈가 대회의 흥행을 위해 출전한 건 아니다. 개인적으로 페덱스컵 출전을 위해서 자존심을 버리고 참가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의 출전이 대회 흥행을 이끌었다. 대회의 성공여부는 선수, 특히 스타가 만드는 것임을 다시 한 번 입증한 셈이다.

국내 남자 골프 상반기 마지막 대회였던 군산CC오픈 당시의 모습. 갤러리가 거의 없는 가운데 선수들만이 '그들만의 잔치'를 벌이고 있다. 사진=한석규 객원기자(JNA골프)

다시 국내를 돌아보자. 현재 국내 남자 골프에는 딱히 스타라고 할 만한 선수가 없는 실정이다. 올해 2승 이상 거둔 선수는 없다. 상반기에 고작 6개 대회밖에 치르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름값 좀 있다는 유명 선수들이 국내 무대를 돌보지 않은 탓이다.

프로 골퍼 자신들의 이름을 내걸고 하는 이번 KPGA 선수권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때 국내 무대를 주름 잡았던 김경태를 비롯해 지난해 상금 2위 박상현, 올해 GS칼텍스 매경오픈 우승자 문경준, 바이네르 오픈 우승자 박재범, 상금 8위 김도훈 등이 출전자 명단에서 빠졌다. 이들은 같은 기간 일본에서 열리는 KBC 오거스타에 출전한다. 총상금 1억1000만 엔짜리 대회로 일본에서는 그리 큰 대회도 아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KPGA 선수권 대신 일본 대회를 선택했다.

스타가 빠진 국내 대회의 전반적인 경기력은 평준화된 듯하다.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가 없으니 갤러리들은 그다지 재미를 못 느끼는 듯하다. 최근에는 프로 생활을 아예 처음부터 중국에서 시작하는 선수도 늘고 있다.

KPGA는 지난해부터 재도약을 위해 나름 노력하고 있다. 프로암 대회에서는 일반인 참가자와 함께 화이트 티에서 플레이를 한다. 그날의 에피소드나 원포인트레슨을 담은 감사의 편지도 작성한다. 대회 기간 중 선수 사인회와 더불어 사진을 함께 찍어 즉석에서 액자에 담아주기도 한다.

선수들은 스폰서를 향해 "남자 골퍼들이 이제는 변했고, 변화를 하고 있다"면서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지만 대회를 열어 준다면 정말 열심히 하겠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스폰서는 자선 사업가가 아니다. 철저한 비즈니스 논리를 따라 움직인다.

선수들은 협회 집행부의 무능을 탓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선수 본인들은 진정 변화를 하려고 노력했는지 찬찬히 되돌아 볼 때다. 국내 무대가 흥할 때는 몰라도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는 모든 선수들이 나서서 투어 활성화에 힘을 보태야 한다.

자신들의 이름을 내건 대회마저 제대로 돌보지 않는 현실 속에서 누가 과연 그들을 도와줄지 의문이다. 때 마침 오늘 아침엔, 최경주의 이름을 딴 'KJ CHOI 인비테이셔널'도 올해 대회를 개최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그러니 스타도 탄생하지 못하고, 대회는 갈수록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건 아닐까.

김세영 마니아리포트 국장 freegolf@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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