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예의 MLB현장] 메이저리그 3년차 류현진, '이런 굴욕 또 없습니다'

조회수 2015. 1. 19. 16:5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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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취재 뒷이야기

무려 3시간의 기다림은 류현진에게 있어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또 여긴 어딘가' 약간의 멘탈 붕괴한 함께 찾아온 의문이었습니다. "내가 왜 여기에서 이러고 있지?"라는 물음을 자신에게 한 것이죠. 그것도 수차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입단 계약을 마친 강정호가 훈련을 위해 애리조나로 건너온 날, 류현진 역시 개인 훈련을 하면서 몸을 만들기 위해 애리조나에 도착했습니다. '동갑내기 87' 모임 회원인 둘은 평소 정말 친한 친구사이라는 게 측근의 설명. 이들은 곧장 만날 약속을 잡았습니다. 첫 훈련을 마치고, 오후 5시쯤 만나 저녁 식사를 함께하기로 한 것입니다.

그런데 약속 시각보다 훨씬 이른 오후 1시쯤 류현진이 넥센 스프링 캠프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거가 된 절친한 친구를 만날 생각에 들뜬 마음이었지만, 이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이때부터 류현진의 기다림은 시작되었습니다.

할 일 없이 훈련장을 거닐던 류현진은 "강정호랑 약속했는데, 계속 훈련만 해요."라며 투덜거리기도 하고,

구석에 자리 잡고 앉아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 모습이 조금은 처량해 보여, 기자가 강정호 훈련하는 곳으로 가라고 하니 되돌아온 말은 "아휴~ 더워! 더워!"였습니다. 지금까지 땡볕 아래에서 훈련하고 왔다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이때만 해도 강정호가 곧 올 거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남다른 각오로 훈련에 임하고 있는 강정호는 무엇보다 '훈련'이 우선이었습니다.

류현진은 기다림의 지루함을 느끼기 시작하자 킹콩 흉내를 내며 누군가에게 다가갑니다.

"잘 만났다. 나는 류현진이다."며 장난을 치기도 했지만,

또다시 그늘로 와 외로운 기다림을 시작합니다. 류현진의 기다림이 계속되자 결국 강정호가 타격 훈련을 하기 전, 류현진을 부릅니다.

강정호의 손짓에 급히 달려갔지만, 류현진을 본 강정호의 첫 마디는 "차림이 그게 뭐냐?"였습니다. 옷이 아닌 슬리퍼가 문제였습니다.

천하의 류현진도 강정호의 지적에 "쪼리를 신고 오면 안되는 거였는데…"라며 본인의 잘못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잘못은 아니었습니다. 이미 훈련 마쳤기 때문에 자유 시간에 편한 차림을 하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어찌 됐건 강정호와 짧은 인사를 나눈 류현진은 또다시 기다림을 이어가야 했습니다. 류현진의 뒷모습이 참 쓸쓸해 보이기도 합니다.

지난 시즌 호주 개막전에서 입은 발톱 부상은 완치된 상태는 아니었습니다. 발톱에 멍이 든 상황이라 계속 이렇게 지내야 할 것 같다고 말한 류현진은 "그래도 통증은 전혀 없어 문제 되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 인사하느라 바쁜 류현진, '얼굴에 웃음꽃'

3시간 내내 강정호만을 애타게 기다렸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강정호가 훈련 하는 동안 류현진은 감독님을 비롯하여 동료, 선후배들과 인사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얼굴들이라 이야기꽃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얼굴에 웃음도 한 가득하였고요.

염경엽 감독님께 공손한 자세로 인사를 하고,

안부를 주고받으며 시종일관 웃음을 보였습니다. 감독님 앞에선 언제나 막내 선수처럼 해맑은 모습입니다.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는 동안에도 미소는 가시질 않았습니다.

동료, 선후배들과의 만남 자체가 즐거웠습니다.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는 동안에는 정말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인사도 잠시뿐, 모두 훈련에 임해야 하므로 류현진은 또다시 혼자가 되었죠.

이보다 더 심심할 순 없다. 지쳐가는 류현진에게 "숙소 갔다 약속시각에 다시 올까?"라며 지인이 제안했지만, 류현진은 "이왕 기다린 거 조금 더 기다리지 뭐.."라며 계속 기다리겠다고 말합니다.

말은 했지만 기다림이 지루한 건 사실. 이때, 드디어 강정호가 움직였습니다.

# 류현진 울린 강정호, "너(류현진)랑 나랑 같냐?!"

타격 훈련을 마친 강정하고 다른 훈련을 위해 이동하던 중 류현진에게 다가갔습니다.류현진은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불만을 토로했고, 강정호는 "약속시각은 5시잖아. 누가 일찍 오래?"라며 일찍 온 류현진을 탓했습니다. 친한 친구사이이기에 만나자마자 티격태격하게 된 거죠.

류현진이 "첫날부터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라고 말하자 "내가 너랑 같냐? 난 이제 시작이야. 진짜 열심히 해야 해"라고 말합니다. 이에 류현진은 "난 아침 일찍 일어나서 다 하고 왔어.. 네가 너무 늦게 시작한 거 아냐?"

서로 열심히 하고 있음을 알렸습니다. 그렇습니다. 메이저리그 진출 첫 시즌을 맞이하는 강정호는 주전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3년 차 류현진은 슬럼프에 빠지지 않게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죠. 두 선수는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몸을 만들고 있음은 분명합니다. 다만, 오랜 기다림이 지겨운 류현진이 앙탈을 약간 부릴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강정호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나 또 훈련해야 해"라고 말하면서 말이죠.

"어휴~ (매정하게) 그냥 또 가냐."

눈물이라도 흘릴 것 같던 류현진은 "또 기다려야 해.."라며 아쉬워했습니다.

나란히 놓은 카트 두 개를 오가며 안절부절했던 류현진은 ..

"굴욕이다. 굴욕…"라며 알수 없는 미소를 지었습니다.

내일 이 시간에는 류현진을 기다리다 지치게 만든 강정호의 훈련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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