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예의 MLB현장] 류현진과 커쇼가 친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 '엉뚱한 개그코드 일치'

조회수 2014. 8. 1. 03:0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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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취재 뒷이야기

프로는 결과로 말한다는 말을 류현진 스스로가 입증하고 있습니다. 류현진의 달리기, 불펜 투구, 4일과 5일 등판의 차이로 비난했던 현지 언론들도 이제는 류현진의 습득 능력과 야구 아이큐의 뛰어남을 극찬하고 있습니다.

류현진의 훈련 형태를 두고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본 현지 언론도 많았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슬렁슬렁 훈련하는 것처럼 보였던 거죠. 하지만 류현진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고,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지는 경기를 치르면 치를수록 '결과'로 보이고 있습니다.

예전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할 당시 박지성 선수는 "이 곳(맨유)에서 살아남기 위해 매일 가시밭길을 걷는 것 같다. 하루하루 긴장되고, 그만큼 노력하게 된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빅 리그에서 살아남기란 쉽지 않습니다. 류현진 선수 역시 같은 심정일 것입니다.

이날 류현진은 참 비장했습니다. 매번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퍼펙트게임을 생각하고, 매 경기 최선을 다해 투구를 펼치지만 이날 마운드에 오르기 전, 류현진의 모습에선 평소보다 비장함이 더 엿보였습니다. 서부지구 1위를 두고 경쟁을 펼치고 있는 데다 최강 라이벌 팀인 샌프란시스코와의 맞대결. 후반기 선발 로테이션을 샌프란시스코전에 맞춰 계획했을 정도로 다저스에선 빅경기로 생각했습니다. 모든 경기가 중요하지만, 이 같은 빅경기에서 어떤 성적을 보여주느냐는 선발 선수의 가치를 입증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경기 전, 불펜 투구를 위해 이동하던 중 더그아웃에서 마운드를 한참 동안 주시하고 있는 류현진의 모습에서 비장한 각오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류현진에게도 자존심이 걸린 경기였습니다. 이미 앞선 두 경기에서 선발들의 호투로 승리를 거둔 상황. 현장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샌프란시스코가 최소한 싹쓸이 패는 당하지 않기 위해 마지막 경기만큼은 작정하고 덤빌(?)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죠. 하지만 작정하고 경기에 임한 샌프란시스코 선수들을 상대로 류현진은 선발 투수가 할 몫을 다 해주었습니다.

3연전에서 위닝 시리즈만 기록해도 만족할 맞대결이었지만 스윕을 하게 되었고, 이 때문에 류현진이라는 투수에 대한 믿음은 더욱 강해졌습니다. 다저스는 원투펀치에 이어 강력한 쓰리 펀치까지 보유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알린 계기가 된 것입니다.

경기 중 류현진의 긴장을 풀어주는 능력은 유리베가 최고인 것 같습니다.

류현진이 1회 말 1사에서 타석에 오른 펜스의 타구를 잡으려다 놓치고,

재빨리 공을 주워 1루로 송구했습니다. 한 번의 실수가 있어 긴장되는 순간이었지만 빠른 송구로 결과는 아웃.

이 모습을 본 3루수 유리베는 전광판에 보인 영상 리플레이를 보며 농담을 건넵니다.

류현진은 실없는 소리 하지 말라는 듯 얼른 제자리로 돌아가라고 등 떠밀고 있습니다.

# 류현진과 커쇼가 친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 '엉뚱한 개그코드 일치'

지난 샌프란시스코전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됐던 부분이 커쇼와 베켓으로부터 배운 슬라이더였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훈련 도중 어깨너머로 커쇼의 슬라이더 그립을 배우게 된 것입니다. 훈련 도중 지나가는 말로 물어보고 한 두 번 그립을 배운 류현진은 비디오를 통해 분석하고 또 분석해 실전에 사용하게 된 것입니다.

커쇼 역시 류현진의 빠른 습득력에 놀라는 눈치였습니다. 커쇼는 정확히 언제 가르쳐 줬는지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류현진은 어느새 실전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학창시절 수업만 열심히 듣고, 쉬는 시간에 놀 거 다 노는대도 성적이 잘 나오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집에서 예습 복습을 철저히 하는 친구였죠. 요즘 류현진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듭니다.

류현진은 지난 시즌보다 확실히 커쇼와 더 가깝게 지내고 있습니다. 스프링 캠프 때 같은 조가 되어 훈련을 함께 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처럼 둘이 가깝게 지낼 수 있는 이유로는 '엉뚱함'이라는 코드가 통했기 때문입니다. 그레인키와도 잘 지내지만 쉽게 다가가 장난을 칠 수 있는 상대는 아닙니다. 베켓의 경우 외모에서 풍기는 강인함 때문인지 몸 개그 모다는 간단한 제스처로 소통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커쇼와는 잘 통합니다. 커쇼도 엉뚱하리만큼 이상한 행동을 자주 보입니다.

샌프란시스코와의 3연전이 시작되는 첫날.

훈련을 위해 그라운드에 나온 류현진은 평소답지 않게 사색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이런 류현진의 모습을 본 커쇼가 신호를 보냅니다. 공식 훈련을 하기 전, 잠시 공놀이를 하자고 말이죠.

커쇼의 신호에 느낌이 온 류현진은 곧바로 바닥에 떨어진 공 하나를 집어 들어 던집니다. 자! 이제 '덤앤더머'의 공놀이가 시작됐습니다. 류현진의 자세를 보면 평소 하는 정상적인 캐치볼은 아닙니다. 장난삼아하는 캐치볼입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취재진은 커쇼에게 "재밌다"는 말을 건넸습니다. 그러자 커쇼는 기다렸다는 듯이 장기(?) 하나를 더 보여줍니다.

"아~ 커쇼! 이건 무슨 행동인가요?"

"공이 코에서 나왔다."고 말합니다.(OTL)그러고 보니 류현진도 이런 몸개그를 참 좋아합니다. 유리베, 푸이그와 함께하는 장난 외에도 혼자 하는 몸개그를 즐깁니다.

공을 던졌다가 못 잡는 척을 합니다. 그런데 이런 몸 개그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선수는 커쇼뿐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동영상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장난기가 많아 그저 노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 상황에서 류현진은 동료들의 배울 점을 하나둘씩 배워가고 있습니다. 진짜 머리 좋은 여우처럼 말이죠.

지난 인터뷰에서 류현진이 전한 말 한마디는 야구 욕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그대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모든 구종을 다 잘 던져야 한다." 체인지업에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시점에서 슬라이더를 연마했고, 이를 잘 활용하고 있지만 체인지업 역시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더 연구하고 연습할 것입니다. 여전히 진화 중인 괴물 류현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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