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alyse.it] 구자철의 득점 수훈과 포지셔닝

홍재민 입력 2015. 10. 9. 07:05 수정 2015. 10. 9. 07:0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포포투플러스> 독점 콘텐츠

[포포투+] 슈틸리케호가 또 이겼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G조 4경기를 '퍼펙트'하게 치러내고 있다. 4전 전승 14득점 무실점이다.

대표팀에서 완전히 자리를 잡은 권창훈과 정우영이 활약을 이어갔다. 곽태휘와 김영권의 중앙수비 조합도 무실점 방어를 펼치며 합격점을 받았다. 물론 개선해야 할 부분도 눈에 띄었다. 2선 공격진의 호흡이 별로 좋지 않았다. 선제골 후 소극적인 경기 운영도 다소 아쉬웠다. 경기 막판 급격한 체력 저하는 중동 원정에서 피할 수 없는 운명인 것 같다.

# 수비형 미드필더 2인 전형으로 복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라오스와 레바논 경기(G조 2, 3경기)에서 사용했던 4-1-4-1 전형에서 다시 4-2-3-1로 돌아왔다. 최전방 스트라이커로는 석현준이 재신임받았고, 손흥민과 이청용의 공백이 생긴 2선은 오른쪽부터 남태희, 권창훈, 구자철 3인이 꾸몄다. 수비형 미드필더 2인은 변함없이 기성용과 정우영이었다. 장현수는 다시 라이트백으로 선발 출전했고,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박주호가 레프트윙으로 복귀했다. 센터백 2인은 곽태휘와 김영권이었다.

숫자로 표시되는 4-1-4-1과 4-2-3-1은 달라 보이지만, 사실 경기 중 한국의 전술 운용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한국이 빌드업을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기성용은 이미 위로 올라가 2선에 합류해있었다. 아래 그림은 전반 12분 선제골(구자철)이 나오기 전 장면이다. 센터백 앞에 정우영이 있고, 기성용과 권창훈이 그 앞에 있어 역삼각형을 만들고 있다.

한국이 공을 가진 상황에서 쿠웨이트는 대인 압박보다는 수비 라인을 내려 지역 방어를 선택했다. 아래 그림에서는 수비형 미드필더 알 안사리가 센터백 2인의 사이에 서 있는 장면이다. 알 안사리는 상황에 맞춰 원래 자리와 최후방 라인을 오갔다. 이처럼 내려가게 되면 쿠웨이트는 백파이브(back five)가 된다. 공간을 내준 덕분에 한국은 하프라인을 넘어가서도 점유율을 쉽게 높일 수 있었다.

# 쿠웨이트의 부상 혼란을 틈탄 선제골

한국은 전반 12분 선제골을 뽑아냈다. 쿠웨이트는 센터백 중 한 명인 알 하제리가 경기장 밖에서 부상 치료를 받느라 한 명이 적은 상태였다. 빈 자리를 레프트백인 네다가 메웠다. 센터백 포지션에서 상대 스트라이커(석현준)를 대인 마크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는지 네다는 석현준과 거리를 가깝게 유지하며 계속 따라다녔다.

권창훈의 롱패스가 왼쪽 측면에 있는 박주호에게 연결되었고, 크로스를 받기 위해 석현준과 구자철이 페널티박스 안으로 진입했다. 석현준은 짧은 코너킥을 예상해 니어코너 쪽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박주호의 크로스가 길어 석현준을 넘어갔다. 석현준에게 유인당한 네다가 내버려둔 공간으로 공이 떨어져 구자철이 머리로 정확히 받아 넣었다.

위 두 번째 그림에서 박주호의 오른쪽에 있는 선수가 다른 센터백인 알 에네지다. 박주호에게 공이 연결되었을 때 기성용(그림 오른쪽 바깥에 있음)에게 유인되어 자기 자리를 떠나있다. 결국, 위험한 크로스가 날아오는 와중에 쿠웨이트의 문전에는 센터백이 한 명도 없었다. 수비형 미드필더, 레프트백, 레프트윙어 3인이 있었고, 그나마 네다(레프트백)는 석현준을 따라가느라 지켜야 할 공간을 구자철에게 선물했다. 권창훈과 박주호의 정확한 패스와 석현준의 움직임, 구자철의 적극성까지 모두 좋았지만, 사실 선제골의 가장 큰 공신은 쿠웨이트의 수비 혼란이었다.

# 구자철의 이상한 포지셔닝

이날 구자철은 결승골을 넣었을 뿐 아니라 풀타임을 소화하며 원정 승리에 이바지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도 개인 첫 골도 본인에겐 기분 좋은 수확이었다. 구자철의 포지션은 2선 왼쪽 측면 공격수였다. 물론 중앙으로 이동하거나 오른쪽 측면 공격수(남태희)와 아예 자리를 맞바꿈으로써 공격 패턴을 다양하게 가져갈 수 있다. 경기 중 계속 자리를 맞바꾸는 손흥민과 이청용의 플레이가 좋은 예다.

그러나 쿠웨이트전 한국의 2선 움직임은 솔직히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려웠다. 특히 구자철의 포지셔닝이 지나치게 자유로웠다. 아래 그림은 전반 5분 장면이다. 구자철이 수비 진영까지 내려와 패스를 받아 공을 갖고 있다. 한국의 기본 빌드업은 골키퍼에서 시작해 센터백 2인과 정우영이 담당하는데, 특별한 상황도 아닌데 구자철이 내려와있다. 더 재미있는 점은 구자철이 드리블 전진하지 않고, 패스를 받은 다음에 곧바로 곽태휘에게 연결한 뒤, 부리나케 전방으로 다시 뛰어들어갔다. 미스터리한 움직임이다.

다음 그림을 보자. 전반 22분 장면이다. 0-1로 뒤진 쿠웨이트가 공격에 나섰다. 한국의 오른쪽 측면을 노렸다. 반대편(한국의 왼쪽 측면)이 텅 비어있다. 알 부라이키가 패스를 요청하고 있지만, 동료들이 그를 보지 못했다. 알 부라이키는 저 지점까지 유유히 걸어서 들어갔는데, 구자철을 포함해 한국 선수 모두가 공만 쳐다보고 있었다. 구자철은 아크 지역에서 흐른 공을 잡아 클리어링 대신 드리블 전진을 시도하다가 다시 끊겼다.

상황은 시야가 좁은 동료가 어이없는 슛으로 종료되었는데, 슛 장면에서도 쿠웨이트의 자이드와 알 부라이키가 넓은 공간에 자유롭게 서 있다. 만약 공이 이들에게 연결되었더라면 결정적 슈팅 기회를 만들 수 있었다. 반대편으로 공이 넘어가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라도 있어 보인다. 후반 들어 구자철은 좋은 패스와 위협적인 슈팅을 수차례 만들었다. 모두 본래 포지션인 왼쪽 측면에 있을 때였다.

# 확실한 성과

중동 원정 2경기를 모두 잡아낸 슈틸리케호는 4전 전승으로 G조 단독 선두로 나섰다. 4경기에서 14득점 무실점으로 경쟁팀을 압도하고 있다. 전력 차이가 큰 2차 예선이라고 해도 4전 전승은 매우 희망적인 결과다. 강팀과 만나게 될 3차 예선으로 가는 길에서 승리한다는 자신감도 얻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가장 큰 소득은 석현준이다. 이정협의 부상 공백과 소속팀 활약이 겹쳐 얻은 기회에서 석현준은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구자철의 선제골 장면에서도 석현준의 수비수 유인(의도했든 아니든)이 큰 역할을 했다. 후반 들어 페널티박스 부근에서 적극적인 플레이로 좋은 장면도 만들어냈다. 슈틸리케호의 4-2-3-1 전술에서 원톱 자리를 믿고 맡길 수 있어 든든하다. 단, 3차 예선에서도 그런 플레이가 통해야 '진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글=홍재민, 사진=FAphotos, 'JTBC FOX스포츠' 중계화면

[포포투 에디터 추천]

- 클롭을 이해하는 결정적 순간들- 로저스가 리버풀에서 실패한 원인 8가지- 프리미어리그 8R 다섯 가지 이야기- EPL 타이틀 방어는 왜 어려울까?- 젊은 감독 김도훈의 도전 계속되길

월드 No.1 풋볼 매거진...포포투 한국판☆☆포포투 한국판 페이스북 페이지☆☆

[Copyrights ⓒ 포포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포포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