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만의 축구만담] 판정을 판정, 객관은 어디로..

윤진만 입력 2015. 6. 30. 15:02 수정 2015. 6. 30.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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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 '성완종 리스트'로 세간이 시끌벅적하던 지난 4월18일, K리그에선 수원삼성과 FC서울간 슈퍼매치가 열렸다. 그 경기에는 두 가지 기억이 공존한다. 누구는 수원이 5-1로 크게 이겨 서울의 자존심에 생채기를 낸 경기로, 또 다른 누구는 주심이 석연찮은 판정을 내린 경기를 떠올린다.

수원의 대승은 우릴 대로 우려먹은 이야기라 차치하고, 두 번째 기억을 잠시 끄집어내 볼까 한다.

이날 경기 주심은 (감독, 일부 언론 그리고 팬에 의하면)두 차례 결정적인 상황에서 석연찮은 판정을 내렸다. 고명진을 잡아챈 조성진과 염기훈에게 거친 태클을 가한 김진규를 경고 아닌 퇴장해야 한다는 얘기가 경기가 끝나고 며칠이나 축구계 이곳저곳을 떠돌았다.

빅매치에서 판정시비는 단골손님과 같다. 행패를 부리든, 외상을 요구하든, 문을 닫기 전까지 늘 함께하는 존재다. 팬은 응원팀이 피해를 봤다고 느낄 테니 심판을 욕하고, 지적하고, 나무라는 건 그럴 수 있다. 비용을 지급한 고객에겐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권리가 있으니까.

'전문가'가, 그것도 방송 중에 사견을 불쑥불쑥 꺼내는 일은 어떤가. 어딘지 불편하다.

모 해설위원은 앞서 언급한 슈퍼매치 중계 중 두 번의 파울 상황에서 "OOO 선수는 그라운드 안에 계속 있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맛을 더하기 위해 요리에 양념을 첨가한 표현인데, 하고 싶은 말은 '파울 질이 나빠 퇴장 줘도 무방'이었다.

퇴장이라고 볼 근거는 어디에도 없었다.(마찬가지로 퇴장이 아니라고 확언할 근거도 없다) 관찰자 입장에서 그 파울이 거칠어 보인다고 해서 반드시 퇴장을 줘야 하는 건 아니다. 이것은 골 에어리어 내에서 골키퍼와 상대팀 선수가 충돌했다고 무조건 공격자 파울을 선언해야 한다는 것과 같이 잘못된 축구 상식이다. 녹색 잔디 위 대부분 상황은 요샛말로 '케.바.케(Case by case)'인 것을….

충분한 검증, 상의를 거친 끝에 방송하는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이라면 그런 말이 나올 수도 있겠다. 여론을 통해 어느 정도 파울 수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했고, 심판 측 입장도 나왔을 테니까. 그러나 생방송 중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전문가의 조언, 심판규정집 검토와 같은 과정 없이 순전히 한두 번의 영상만 보고 퇴장이라고 '판단'한 것은 위험한 판단이다.

전 국제심판 출신 A씨는 말했다. "심판을 실제로 경험했거나, 적어도 자격증이 있는 해설위원이라면 이해한다. 그러나 국내에 판정에 대한 전문지식이 있는 해설위원이 몇 명이나 될까? 경기 장면마다 정확한 상황을 시청자에게 알리기 위해선 전문 심판이 중계진에 포함해야 한다. 여건상 그게 안 된다면 적어도 해설위원이 심판의 판정을 판정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최근 한 방송사의 해설위원도 같은 우를 범했다. 그는 공격수와 상대팀 골키퍼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충돌하자 "저건 퇴장!"이라고 소리쳤다. 골문을 비우고 달려 나온 골키퍼가 공과 상관없이 공격수의 진로를 고의로 막았다면 (주심 성향에 따라 다르지만) 페널티킥, 나아가 퇴장을 명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골키퍼는 공격수 이전에 어깨로 공부터 건드렸다. 어떻게 페널티킥이라고 확언하는지 알 길이 없다.

해설의 사전적 정의는 '문제나 사건의 내용 따위를 알기 쉽게 풀어 설명하는 말이나 행위'다. 파울이 일어났다면 파울이 일어난 경위나 과정에 대해 시청자에게 알려주고, 팩트에 근거한 정보를 전달하면 된다. 순간순간 일어나는 상황을 즉각적으로 말해야 하는 직업 특성상 완벽한 객관성을 갖기란 불가능하지만, 객관성을 유지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은 필요하다. 예컨대 B선수의 C동작은 세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든다,는 식의 사견은, 때때로 듣는 시청자(독자)에게 '사실'처럼 받아들여진다.

테니스 종목의 '호크아이'처럼 축구에서도 파울, 득점 여부를 심판, 시청자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한다면 판정 시비가 대폭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스포츠 과학이 발달해도 당분간은 심판들의 두 눈에 의존해야 한다. 선수단, 구단, 팬, 미디어, 스폰서, 협회, 연맹, 용품업체 등과 마찬가지로 심판도 이 축구계를 구성하는 일원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판정은 심판의 고유의 권한이라는 인식도.

물론 심판도 잃어버린 신뢰를 쌓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세상 모든 일은 인과응보요, 자업자득이다. 이재성 전 축구협회 심판위원장이 특정 심판을 돕고자 심판 체력 테스트 조작을 지시한 사건, 모 심판의 경기 전 뇌물 수수 혐의 문제가 축구계 안에서 불거진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이런 현실 속에서 축구업 종사자, 미디어의 판정 불만에 불만을 토로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깨끗한 K리그를 위해선 심판도 지금보다 더 깨끗해져야 할 것이다.

글=윤진만,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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