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k.column] 도르트문트 영광의 챕터가 끝나다

입력 2015. 4. 17. 13:25 수정 2015. 4. 17.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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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 독일 축구 최고의 저술가 울리 헤세(Uli Hesse)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위르겐 클롭의 결별을 이야기한다. 칼럼은 1925년 발표된 어네스트 헤밍웨이의 단편집 < 우리들 시대에(In Our Time, 1925) > 에 실린 < 어떤 일의 끝(The End of Something) > 을 인용하고 있다. (편집자 주)

###"모르겠어. 더 이상 재미가 없어. 뭘 해도 마찬가지야." ( < 어떤 일의 끝 > , 헤밍웨이, 1925)

위르겐 클롭이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떠난다는 뉴스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소식이 알려지기가 무섭게 필자의 페이스북 타임라인은 대폭발했다. 한 도르트문트 팬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라고 썼다. 다른 팬은 "프레디 머큐리가 죽은 날과 비슷한 기분이다"라며 망연자실했다.

필자가 사는 곳에서 30분 떨어진 장소에서 지금 G7 정상회담의 외무장관들이 모여 회의를 하고 있다. 하지만 정오 뉴스에서 중차대한 정치 이슈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그 대신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의 사령탑에 중대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헤드라인을 뽑은 채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올 시즌 종료 후 클롭이 도르트문트 감독직에서 물러난다는 소식은 너무나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특히 전혀 예상하지도 못하고 있던 도르트문트 팬들은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다. 2013년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사임 발표를 접한 가톨릭 세계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그러나 지난 몇 개월간 클롭의 행보를 보면 그의 사임 발표가 그리 놀랍지 않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 징조는 목격되어왔다

지난 주말, 도르트문트는 경기 시작 1분만에 골을 먹었다. 올 시즌에만 벌써 세 번째다. 아스널의 야야 사노고에겐 65초, 유벤투스의 카를로스 테베스에겐 132초만에 각각 실점을 허용했다. 베르더 브레멘의 다비에 셀케의 득점시간은 180초였다. 올 시즌 도르트문트의 문제가 정신력에 있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겨울 독일 축구 전문지 < 키커 > 는 클롭이 시즌 전반기의 부진 원인이 선수단 컨디션 난조와 부상자 발생이었다고 구단 수뇌진에 설명했다고 보도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주 월요일(4월13일) < 키커 > 는 이렇게 논평했다.

"도르트문트의 황금세대는 지금 종말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도르트문트에서 클롭이 이룩했던 업적과는 별개로 이젠 그가 앉은 자리가 탄탄하다고 장담할 수 없다."

독일 지역지 < 루르 나흐리흐텐 > 은 호펜하임을 상대했던 컵 경기 하프타임에 도르트문트의 풋볼 디렉터 미카엘 조르치가 라커룸에 들어가 선수들에게 고함을 쳤다고 보도했다. 이런 일은 다른 클럽에선 흔하다. 그러나 최소한 클롭이 감독으로 부임했던 2008년 이후 지금까지 도르트문트에선 상상도 못할 사건이다. 클롭 주위에선 분명히 '징조'가 목격되고 있었다.

< 포포투 > 5월호에 실린 클롭 관련 기사에서 필자는 이렇게 썼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클롭 없는 도르트문트를 상상할 수 없다는 팬들의 믿음은 당연했다. 그러나 이젠 더 이상 그렇지 않다. 올 시즌 들어 도르트문트 팬 대부분은 인내심을 잃은 상황을 한번씩 겪었다. 헤르타전이었을 수도 있고, 브레멘전, 아우크스부르크전이었을 수도 있다. 이 정도라면 압박감이 너무 커진 탓에 감독이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을 다들 해봤을지 모른다."

결론적으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클롭은 자신의 사임 결정이 압박감 때문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도르트문트는 변화가 필요해서" 자기가 떠나기로 했다고 느꼈을 뿐이다. 놀랍게도 많은 팬들이 클롭의 사임 결정 소식으로 받은 충격을 굉장히 빨리 털어냈다. 사임 발표 기자회견이 있기 몇 시간 전에 이미 필자의 페이스북에는 "앞길에 축복이 있기를 빈다", "자긍심을 갖고 떠나도 된다" 등의 의견이 올라왔다. 인기 팬진(fanzine) < 슈바츠겔프 > 는 "고마워!"라고만 써놨다.

# 최고의 감독, 아마도

올 시즌 많은 팬들은 무의식적으로라도 '어떤 일의 끝'이 임박했다고 느껴왔다. 또는 최악의 부진이 도르트문트 역사에서 단순한 악몽 정도로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설마 올 시즌이 도르트문트 역사상 손에 꼽힐 만큼 위대했던 시대의 종말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클럽 역사에 남을 만큼 유능한 감독이 만들었던 가장 멋진 팀을 볼 날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지 모른다.

클롭은 도르트문트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감독이었을까? 강력한 라이벌로 오트마르 히츠펠트를 들 수 있다. UEFA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히츠펠트가 이를 아깝게 놓친 클롭에 조금은 앞설지 모른다. 하지만 히츠펠트는 바이에른 뮌헨에서도 지휘봉을 잡았다는 약점이 있다. 만약 클롭이 앞으로 바이에른의 감독이 되기를 거절한다면 도르트문트 팬들은 그를 더 존경하게 될 것이다. 자고로 축구란 성과제일주의가 판을 치는 세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한 팬은 도르트문트의 역사를 재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했다. 영화를 촬영하면서 그는 어떠한 성취나 결과, 개인보다도 축구 클럽이 더 큰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놀랍게도 사임 결정을 알리는 기자회견장에서 클롭은 그 팬의 깨달음과 정확히 일치하는 소감을 밝혔다.

"나는 지금 클럽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도르트문트는 그 누구보다도 위대하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너무나 많은 전통이 흐른다.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존재다. 내가 클럽의 일부였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 클럽보다 커져버린 클롭

대다수의 언론은 클롭의 사임 결정 배경에 관련된 발언을 집중 보도했다. 클롭은 "나는 더 이상 도르트문트처럼 환상적인 클럽에 완벽하게 적합한 감독이 아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라고 결심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향후 거취에 대해선 "아직 개인적으로 접촉한 클럽은 없다. 하지만 휴식을 취할 생각도 없다"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행간을 읽을 필요가 있다. 도르트문트가 새로운 변화를 갈망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단, 클롭이 도르트문트에 계속 머물기에는 적합하지 않을 만큼 거물이 되었다는 뜻은 아닐까? 세간의 이목이 온통 감독에게만 집중되며 최고의 스타가 감독인 상황은 클럽의 공리 차원에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같이 잤어?"

"아니, 그런 거 없었어."

"기분이 어땠어?"

"제발 저리로 가. 빌, 잠깐이라도 좀 없어져줘."

( < 어떤 일의 끝 > , 헤밍웨이, 1925)

글=Uli Hesse,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포포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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