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alyze It] 이라크전 분석: 최저 크로스 성공률로 승리하다

홍재민 2015. 1. 27. 15:0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포포투플러스> 독점 콘텐츠

[포포투] 한국 축구는 전통적으로 측면 공격에 강하다고 말한다. 빠른 주력과 집요한 공간 공략은 한국 축구의 이미지로 굳어있다.

하지만 한국의 측면 공격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 이번 2015 AFC아시안컵에서도 마찬가지다. 크로스가 부정확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상대 진영 깊숙이 침투했다고 한들 마지막 크로스가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면 슈팅을 때릴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한국은 이라크전에서 이번 대회 들어 가장 낮은 크로스 성공률을 기록했다. 동료에게 연결된 확률이 10%도 되지 못했다. 그런데 한국을 결승으로 이끈 선제골이 바로 크로스에서 나왔다. 축구는 정말 비과학적이지만 27년만의 AFC아시안컵 결승 진출은 달콤하기만 하다.

# 베스트XI 고정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토너먼트 단계에 들어서야 선발 11인을 거의 찾은 느낌이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슈틸리케 감독은 무려 21명을 기용했다. 단기 토너먼트 대회에서는 사실 바람직하지 않다. 그 만큼 선수단 파악이 미흡해 최상 조합을 찾지 못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슈틸리케호는 경기수가 쌓여감에 따라 정답을 찾아갔다.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과 이라크와의 준결승전 선발자 차이는 둘 뿐이었다. 결승 진출이란 목적을 달성했으니 슈틸리케호가 호주에서 '진화했다'라고 해도 좋을 법하다.

원톱에는 변함없이 이정협이 섰다. 이정협은 호주와의 A조 3차전에서부터 3경기 연속 선발 출전해 슈틸리케호의 주전을 꿰찼다. 바뀐 두 명은 공교롭게도 모두 오른 측면을 맡은 선수들이었다. 한교원과 차두리가 이근호, 김창수를 대신했다. 이근호는 준결승전 하프타임에 출전했고, 차두리는 8강전에서 50분간 출전했으니 사실상 2경기의 라인업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고 해야 한다.

# 이라크의 역습

이라크는 젊은 팀답게 객관적 전력에서 앞선 한국을 상대로도 자기 스타일을 유지했다. 하프라인 근처에서부터 적극적인 대인 압박을 가해 볼을 빼앗아 빠르게 역습을 시도하는 전술이다.

아래 그림을 보자. 전반 4분 상황이다. 한국 진영에서 유누스 마흐무드가 볼을 빼앗는 순간(1번) 라이트윙인 칼라프는 이미 전력질주를 위한 스타트를 끊었다. 유누스 마흐무드가 볼을 갖고 한국 골문 쪽을 향해 돌아선 상태(2번)에서 이라크 동료 3명이 역습 시도를 위해 전력질주하고 있다. 반복 훈련으로 철저하게 자동화된 움직임이다.

이라크의 역습은 매우 날카로웠다. 원톱인 유누스 마흐무드가 볼 소유 능력이 워낙 뛰어났다. 한국 진영에서 그가 볼을 지켜내는 동안 뒤에 있던 2, 3선 선수들이 한꺼번에 밀려 들어오는 식이었다. 전반전 내내 한국은 중원에서 순식간에 달려드는 상대에게 볼을 쉽게 빼앗겨 고생했다.

하지만 이라크의 그런 전술은 결과적으로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초반부터 이라크는 전술 구사를 위해 체력을 지나치게 소모했다. 한꺼번에 달려든 역습이 실패하면 이라크 선수들은 너무나 부지런히 자기 진영으로 내려가 한국의 역습에 대비했다.

아래는 전반 13분 상황이다. 이라크가 역습 시도에 실패해 볼이 기성용에게 연결되었다. 기성용은 오른 측면에 넓게 생긴 공간을 노려 차두리의 돌파를 활용했다. 차두리의 스피드는 정평이 나있다. 하지만 두 번째 그림을 보면 어느새 이라크 선수들이 수비로 돌아와있다. 차두리는 결국 '치달'을 멈추고 백패스를 선택해야 했다.

이런 왕복 질주를 90분간 반복하기란 쉽지 않다. 더군다나 이라크는 사흘 전 이란과의 8강전에서 120분 연장전과 승부차기를 치렀다. 앙숙과의 맞대결은 당연히 더 지친다. 한국보다 힘을 더 쓰고 하루 덜 쉰 이라크는 사실상 자기 고유의 전술을 90분간 지속해낼 체력이 없었다. TV중계에서도 알 수 있었듯이 경기 후반 이라크는 공세를 펼치면서도 이렇다 할 슈팅 장면을 만들지 못했다. 지쳤기 때문이다.

# 최악의 크로스 성공률로 득점 성공

한국은 전반 20분 프리킥 상황에서 선제골을 얻었다. 왼 측면에서 김진수가 올린 크로스를 이정협이 머리로 정확히 연결시켰다. 이라크의 패기에 팀 플레이가 전반적으로 꼬이기 시작했던 시점에 나온 선제골이었기에 너무나 고마웠다.

행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후 한국의 크로스 성공률은 드라마틱하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우즈베키스탄전(8강)에서 한국은 이번 들어 가장 낮은 20.8%의 크로스 성공률을 기록했다. 크로스가 연결되지 않으면 득점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기에 지난 칼럼에서도 이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아졌을까? 아니었다. 더 나빠졌다. 전반전 한국은 총 9개의 크로스를 시도했지만 동료의 머리에 닿았던 것은 딱 1개밖에 없었다. 성공률 11.1%다. 후반 들어 한국은 7개의 크로스를 더 시도했지만 한 번도 연결시키지 못했다. 총 16개 중 1개가 연결되었는데, 그게 바로 이정협의 선제 헤딩골이었다.

세트피스에서 김진수, 손흥민, 기성용이 돌아가며 볼을 처리했지만 번번이 볼은 원하는 지점으로 날아가지 않았다. 경기 후 슈틸리케 감독도 "크로스가 제대로 날아가지 못했다"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유럽 빅리그에서 뛸 만큼 개인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이었기에 아쉬움이 더욱 크다.

16개의 크로스 중 1개밖에 연결시키지 못한 한국에 비해 이라크는 90분간 34개 중 9개를 동료에게 연결시켰다. 그러나 한국은 그 1개가 득점으로 연결되었고, 이라크는 9개가 모두 낭비되었다. 한국의 행운과 이라크의 불운이라고 해야 할까? 혹은 한국의 노련함과 이라크의 미숙함? 분간이 가질 않는다.

# 승리를 위한 멘탈리티

한국의 2-0 완승을 만든 가장 큰 요인은, 진부하지만, 승리 멘탈리티였다. 경기 후 슈틸리케 감독이 선수들의 태도를 칭찬한 이유도 매한가지다. 이라크 선수들보다 앞선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이른바 '자세'까지 확실하게 갖췄으니 승리는 당연한 결과였다.

아래 그림은 후반 19분 장면이다. 이라크의 클리어링을 후방에 물러서있던 김진수가 전진해 끊어낸 뒤 단독 드리블 돌파를 시도했다.

그러나 수비수들의 집중 마크에 걸려 김진수는 넘어졌고 볼 소유권도 빼앗기고 말았다. 주심을 향한 반칙 어필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김진수는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볼을 탈취한 상대 선수에게 달려들었다. 이라크 선수가 볼을 안정적으로 걷어내기 위해 동료에게 패스했지만, 김진수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따라 붙었다. 결국 패스는 곁에 있던 이근호에게 흘러가 한국이 다시 공격 기회를 잡게 되었다.

김진수의 적극적인 압박이 당연할 수도 있다. 수비수인 자신이 본인 판단 하에 최전방까지 올라왔다가 볼을 빼앗겼으니 상대의 공격 전환을 무조건 저지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장면은 김진수를 포함한 한국의 모든 선수들이 얼마나 이 경기에서 결과를 만들고 싶은지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지친데다 만회골을 얻기 위한 이라크의 반격도 만만치 않은 상황을 감안하면 한국 선수들의 경기 자세는 매우 훌륭했다.

# 추가골을 넣지 못하는 한국

크로스 성공률과 함께 아쉬웠던 점은 리드 상황에서 찾아오는 추가 득점 기회를 한국이 좀처럼 살리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이 문제는 조별리그 첫 경기였던 오만전에서부터 계속 반복되고 있다. 한국은 선제골을 얻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도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상대 공세를 힘겹게 막아내야 했다. 상대가 올라온 만큼 역습을 통한 추가골 기회가 계속 찾아왔지만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 추가골(차두리의 패스를 손흥민이 마무리) 외엔 한 번도 살리지 못했다.

이라크와의 준결승전에서 한국은 11개의 슈팅 중 유효 슈팅이 7개나 되었다. 4개를 제외하곤 모두 골문 안을 향했을 정도로 한국의 슈팅은 정확했지만 2골에 만족(?)해야 했다. 후반 5분 김영권의 추가골은 세트피스에서 이어진 상황에서 나온 결과물이었다. 경기가 막판으로 갈수록 이라크의 수비는 점점 엷어졌으나 한국은 호기를 살리지 못했다.

이런 기회를 잡아낼 줄 안다면 한국은, 최소한, 아시아에서는 왕좌를 어렵지 않게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결승 진출을 확정한 뒤 슈틸리케 감독이 말한 "우승한다고 해도 아직 발전해야 할 부분"일지도 모른다.

글=홍재민, 사진=KBS 중계영상

[포포투 에디터 추천]

- 이라크전을 이해하는 결정적 다섯 장면- [FFT아시안컵] 이라크전 대한민국 선수 평점- 우즈벡전 분석: 풀백으로 풀백을 뚫다- 우즈벡전을 이해하는 결정적 다섯 장면- [FFT라리가] 고딘은 왜 저평가되는 걸까?월드 No.1 풋볼 매거진...포포투 한국판☆☆포포투 한국판 페이스북 페이지☆☆

[Copyrights ⓒ 포포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포포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